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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김장은 특별하다. 지난 2일, 서울 어린이집에 다니는 외손주가 4박 5일 일정으로 경주로 내려왔다. 직접 김장 체험을 하기 위해서이다. 시골 텃밭에 가서 배추를 뽑아 절이는 과정부터 김장의 모든 과정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김장 체험을 위해 시골에 내려와 외할머니 일손을 도와주는 외손주 모습
 김장 체험을 위해 시골에 내려와 외할머니 일손을 도와주는 외손주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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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만 해도 장난감 기차놀이 등에 재미를 느끼던 외손주였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부터 성장 속도가 빨라, 몇 달 사이 키와 얼굴 모습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김장 체험을 해보고 싶다고 내려온 외손주가 대견해 보인다.

올해 남부 지방은 다른 지역과 달리 배추 작황이 대체로 양호하다. 시골 텃밭에 심은 김장 배추가 속이 꽉 차 있고, 들면 묵직한 게 상태가 좋다. 배추를 잘라 노랗게 잘 익은 속잎을 먹어보니 아삭아삭한 게 연하고 달다. 올해 김장김치는 숙성만 잘해 놓으면 맛이 일품일 것 같다.

외손주도 노란 배춧잎을 먹어 보더니 맛이 좋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곧바로 배추 자르기부터 외손주의 질문이 쏟아진다. 배추를 반으로 자르는 것부터 소금물에 담갔다가 건져내고, 또 배춧잎 사이사이에 소금을 조금씩 뿌리는 것까지 궁금한 게 너무 많다.
  
배추 절이는 과정을 익히고 있는 외손주 모습
 배추 절이는 과정을 익히고 있는 외손주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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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노하우를 가진 외할머니의 설명이 이어진다. 평소에는 말이 없이 묵묵히 일만 하던 아내가, 외손주의 질문이 기특한 듯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배추를 자를 때는 밑부분부터 아래로 잘라야 하는데, 반만 자르고 나머지는 손으로 찢어야 한다. 나중에 배추를 씻을 때 배추 속잎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일러준다.

배추가 잘 절여지게 중간에 칼집을 내는 법도 가르쳐 주니 고개를 끄덕인다. 소금물은 반드시 찬물로 녹여야 한다. 빨리 녹이려고 더운물로 하면 배추가 물러져서 아삭한 맛이 없어진다. 자른 배추를 소금물에 담갔다가 바로 건져내고, 소금은 배추 밑부분에만 뿌려주어야 한다.

손질한 배추를 큰 통에 담아 절이는데 소금물의 양은 2/3 정도만 넣으면 잘 절여진다. 절인 배추는 12시간 후에 깨끗이 씻어 물기만 충분히 빠지면 김장을 해도 된다고 하니, 바로 수긍을 한다. 외할머니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는 외손주의 모습이 어른스럽고 귀엽다. 긴 설명이라 외울 수는 없지만, 직접 하는 것을 현장에서 하나씩 눈으로 보았으니,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배추를 절여 물기만 빼놓아도 김장 준비 반은 다한 셈이다. 김장 하루 전날 김칫소 재료와 김치 육수, 양념만 만들어 놓으면 된다. 외손주가 김치 육수에 사용할 대파 뿌리와 양념에 넣을 찹쌀풀이 궁금하여 묻는다. 대파 뿌리는 김치 맛을 시원하게 하고, 찹쌀풀은 양념이 배춧잎에 골고루 잘 묻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옆방으로 조르르 달려가 메모장에 기록한다.

김장 하루 전날 만들어 두면 편리한 김장 육수와 양념 그리고 김칫소는 각 지방, 개인별 취향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 우리 집은 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동일하다. 김치 양념하고 김칫소를 따로 만들어 사용한다. 한데 넣어 버무리면 양념이 남을 시 물이 생겨 아까운 양념을 다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배춧잎을 한 장씩 넘기며 양념을 묻히는 외손주 모습
 배춧잎을 한 장씩 넘기며 양념을 묻히는 외손주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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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체험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현장 체험을 해보고 싶어 하는 외손주이다. 김장하는 날 앞치마를 두르고 고사리 손으로 김치를 버무리는 외손주의 모습이 정말 자랑스럽다. 배춧잎을 한 장씩 넘겨가며 양념을 묻히는 순수한 모습이 진지하기까지 하다.

김장 체험을 하고 나면 어린이집에 가서 각자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발표를 한다고 한다.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면 안 되고, 중요한 한 가지씩만 발표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발표를 할 건지 물어보니 그건 비밀이라고 한다.

김장을 마치고 뿌듯한 표정을 짓는 외손주의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이 든든하다.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니 어깨가 들썩거린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외손주 얼굴에는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김치에 대해 배우고, 음식의 소중함도 직접 체험을 통해 스스로 알게 된 듯 웃음꽃이 만발이다.

올해 김장은 외손주 덕분에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며, 행복한 기억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다.

* 우리 집 김장 재료 만들기

<김칫소 레시피>
무채, 파, 미나리, 갓, 취향에 맞게 갈치 또는 굴 등을 준비

<김장 육수 레시피>
사과 3개, 배 4개, 디포리 700g, 대추 25개, 표고버섯 10개, 마른 새우 3컵, 멸치 700g, 무 1개, 양파 5개, 대파 뿌리 조금, 마른 명태 머리 6개 등을 알루미늄 찜통에 넣어 1시간 정도 끊인다. 정량에서 조금씩 가감해도 상관없다.

<김장 양념 레시피>
고춧가루 5.6kg, 마늘 4kg, 생강 1.3kg, 무 7개, 생새우 3대접, 청각 1대접, 새우젓 2kg, 멸치젓 5L, 양파진액 500L, 찹쌀풀 6컵, 꿀 4컵에 육수와 소금을 넣어 적당히 간을 맞추며 희석한다. 생강, 무, 생새우, 마늘, 청각, 새우젓은 믹서기에 갈아 넣는다. 양념도 정량에서 조금씩 가감해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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