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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속초시 근로자종합복지관 2층 대회의실에서 '동해안 납북귀환 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이하 납북어부 시민모임)' 창립 총회가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김춘삼, 김성학, 김창권 등 납북귀환 인권침해피해 당사자들과 그 가족 또는 유족, 또 오랫동안 납북귀환 어부 등 과거사 연구에 매진해 온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수, 속초에서 오랫동안 이 문제를 다뤄온 엄경선 기자, 각종 국가폭력사건의 재심을 맡아 진행하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관계자와 평화박물관 연구위원인 필자가 참여했다.

이날 창립총회에서 출범한 '납북어부시민모임'은 '납북귀환 어부로 조작간첩 피해 등 인권침해를 당했던 피해자와 유족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목표'로 활동한다. 이를 위해 이 단체는 납북귀환 어부 실태조사, 구술기록, 상담 등을 통한 트라우마 치료, 진상규명을 위한 법률제정 및 조례 제정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모임에 참여한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유족 한 분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모임에 참여한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유족 한 분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 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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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로 선임된 김춘삼씨는 이날 창립총회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지 못해 북한에 납북, 억류되었다가 돌아왔는데 반공법,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전과자가 되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인생을 살아야 했다. 납북된 것이 우리 책임이 아닌데도 우리는 지금껏 우리가 피해자라고 당당히 이야기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우리는 '우리가 피해자다'라는 말을 당당히 하며 살겠다. 그리고 진실화해위원회와 같은 국가기관에도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오늘 단체를 만들려 한다."

이날 함께 참석한 납북귀환 어부 피해 유족 김창권씨의 발언도 이어졌다.

"부친이 납북되었다가 빨갱이가 되었다. 어렵게 재심을 시작해서 10년 가까운 싸움 끝에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받았으나 국가기관 어디도 잘못했다고 사죄한 적이 없다. 부친과 함께 피해를 입었던 피해자 중에 진실규명 가능성을 믿지 못해 재심을 해보지도 못하고 사망한 사람들이 있다. 이미 사망한 사람들의 진실 역시 규명해 억울한 피해자가 한 사람도 없게 해야 한다."

우리가 끌려가는지도 몰랐다니까

동해안의 납북귀환 어부 중 고문, 가혹행위 등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자가 된 피해자가 얼마나 되기에 이런 피해 단체가 생긴 것일까?

1기 진실화해위원회 조사보고서(2009년)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납북되었다가 처벌 받은 선원으로 추정되는 판결문은 약 3000여 건에 이른다. 이중 2009년 당시 생존이 확인된 피해 납북귀환 어부는 약 400여 명이었다. 그중 절반인 약 200여 명의 피해자가 고성과 속초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납북귀환 어부 피해가 이렇게 컸던 이유는 한국전쟁 이후 해상의 군사분계선과 북방한계선(NLL)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북이 NLL을 합의하지 못해 해상 조업은 항상 남북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런 긴장 관계 속에서 북한이 남한의 어선을 적극적으로 나포하기 시작한 것은 1957년 이후부터다. 당시 한국 정부는 동해의 어로저지선을 38도 26분에서 38도 35분 45초로 변경하였다. 휴전선의 위치가 38도 36분 45초였으니 휴전선 바로 아래였다.
 
납북 255일만에 귀환하는 제2남진호. 1981.5.19
 납북 255일만에 귀환하는 제2남진호. 1981.5.19
ⓒ 속초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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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북한 해군이 남한 어선을 나포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졌다. 실제 1957년 납북어선 수를 보면 동해에서 9척, 서해에서 4척이 나포되었고, 다음 해에 동해에서 9척, 서해에서 20척이 북한 해군에 나포되었다(동해안어로저지선 변경에 관한 건. 1957 10. 17 국무회의 회의록).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선원들은 생계를 위해 바다에 나가야 했다. 한국 해경과 해군은 조업 중인 어선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 북한의 공격을 받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1967년 1월 19일 어로저지선을 지키던 해군 함정 56호가 북한의 지상 포대 포격으로 침몰(승무원 39명 사망)한 이후 한국 정부는 일단 어로저지선을 남쪽으로 더 내리고(38도 30분), 내무부는 군사경계선을 넘는 어부는 반공법 위반으로 모조리 구속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된다(1968. 12. 25 조선일보).

당시의 조업 상황에 대해 김춘삼씨는 이렇게 기억했다.

"바다에 나가서 조업을 해보면 우리 어선은 가득해도 한국 해군 함정이나 해경 배는 보이지 않아요. 우리가 북한에 납치되어 가던 때도 안개가 가득했는데 바다에 도움을 요청할 우리 군함이나 해경 배가 안 보이더라고요. 우리 같은 배들이 북한 놈들한테 끌려가도 뭐가(한국 군함 등) 있어야 도움을 요청하든가 하지. 우리가 끌려가는지도 몰랐다니까."

납북된 게 우리 책임도 아닌데 

납북귀환 어부들은 북한에서의 억류 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대부분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그리고 수년 뒤 다시 수사기관에 끌려가 간첩으로 조작되어 처벌을 받게 된다.

이들을 조사하는 과정은 불법 수사로 일관되었다. 피해 선원들은 구체적 물증이나 혐의 없이 연행되어 영장도 없이 짧게는 30여 일부터 길게는 6개월 정도 구금된 상태에서 구타 등 각종 고문을 당했다. 그 후유증으로 일부는 사망하고, 일부는 지금까지도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피해 선원이 구속되어 있는 동안 가족들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간첩이라며 멸시와 천대를 받았다. 특히 이들의 자녀들은 제대로 된 학업을 하기 어려웠고, 연좌제로 취업이 제한되는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가정이 파탄 나 지금까지도 자녀나 형제들이 서로 연락하지 못하고 사는 사례도 허다하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 설립 이후 현재까지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은 납북귀환 어부 관련 공안 사건은 모두 40여 건에 이른다. 이중 납북되었다가 돌아와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았다가 무죄가 된 사건은 모두 3건(남정길 등 제5 공진호 사건, 최남옥 등 신성호·복성호 사건, 김봉호 등 창동호 사건)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진상규명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14일 전주지방법원에서 제5공진호 납북귀환어부 사건과 관련한 재심 재판이 열렸다. 법원이 검찰의 항소를 기각,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2020.1.14
 14일 전주지방법원에서 제5공진호 납북귀환어부 사건과 관련한 재심 재판이 열렸다. 법원이 검찰의 항소를 기각,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2020.1.14
ⓒ 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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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귀환 어부에게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 위반을 적용하는 것은 장기간 국가시책의 일환으로 시행되었다. 이 때문에 정전협정 이후 1986년까지 매년 납북귀환 어부 인권 침해 사건이 발생했다.

납북귀환 어부는 대부분 고립된 섬이나 해안마을에 살았고, 대부분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피해는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환경 탓에 납북귀환 어부 인권 침해 사건은 더욱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크지 않아 진실화해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피해 구제에 대한 의지도 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피해자 대부분 고령의 나이로 상당수가 이미 사망했다.

이 문제는 국가기관이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진실화해위원회와 같은 국가기관은 납북귀환 어부들에게 신청을 독려하고 더불어 납북귀환 어부 문제에 대한 포괄적 해결방안을 위해 조사단을 구성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피해자 규모, 의료지원 등에 관한 조례 제정에 나서야 한다.

납북귀환 어부 피해 문제는 진실규명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진실규명이 최종 목적은 아니다. 생계를 위해 바다로 나갔던 이들을 범죄자로 만들었던 국가는 잘못을 사과하고 정당한 배상을 해야 한다. 또 과거 납북귀환 어부들을 처벌했던 반공법·국가보안법 위반을 원천적으로 무효로 하고 일괄적으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10일 속초에서 시작된 '납북귀환 어부 인권침해 피해자 시민모임'의 시작이 큰 파도가 되어 진상규명과 피해자 구제라는 큰 산을 넘을 수 있도록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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