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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이다. 온종일 겨울비가 추적추적 찬 바람과 함께 내리고 있었다. 12월, 달력은 한장 남은 마지막 장이다. '12월은 쉼의 계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 년 동안 쉼 없이 일을 하던 나무들에 수없이 달려 있던 잎들은 낙엽이 되어 다 떨어져 나목이 되었다. 푸르름을 자랑하던 길섶의 풀들도 누렇게 변하여 눕고 화려했던 들꽃들도 자취를 감추며 땅속으로 숨어 겨울잠을 준비한다. 

모든 생물을 내년 봄을 맞이하기 위해 땅 속에서 차갑고 추운 겨울을 견뎌낼 것이다. 내가 활동했던 시니어 클럽일도 11월까지만 일을 하고 마감했다. 12월은 쉬는 계절이 맞다. 사람도 겨울잠을 자듯 겨울에는 밖에 나가서 움직이는 활동량이 줄고 집안에서 보내는 날이 많다. 계절은 소리 없이 시간에 따라 흘러가고 있다. 우리의 삶도 날마다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얼마 전에 예약해 놓은 부스터 샷을 맞기 위해 우리 부부는 빗속을 뚫고 동네 병원을 찾아갔다. 일주일 전에 예약해 놓은 부스터 샷을  맞기 위해서다. 비가 오는데도 병원 안은 많은 사람들이 주사를 맞으려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노인들이 많다. 요즈음 오미크론이란 새로운 변이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면역력이 약한 노인 사망자가 많이 늘어난다는 말이 더 신경이 쓰여서 그렇다.

정부에서 위드 코로나 정책을 발표하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려나 조금은 마음을 놓았는데 뜻하지 않게 또 다른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우리 부부는 2차까지 백신을 맞았다. 이제는 안심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차츰 일상으로 돌아가려던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놀랄 만큼 많이 불어난 확진자는 정부 당국을 당혹스럽게 했다. 3차 부스터 샷을 빨리 맞으라는 권고가 매일 뉴스로 나온다.

우리 부부도 부스터 샷을 더 춥기 전에 맞아야 할 것 같았다. 추위가 오면 감기가 올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을 해야 하는 게 나이 든 세대다. 오늘 부스터 샷 주사를 맞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지난번 두 차례 화이자를 맞고 경험했으니 아무 일이 없을 거라 안심을 한다. 그래도 혹시 몰라 타이레놀은 준비해 놓았다. 지난번 1차 2차 때도 해열제는 먹지 않고 지나갔다. 2~3일 팔과 어깨만 묵직하고 느낌이 좋지 않았을 뿐이다. 

어젯밤에 오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음 날 식사를 하자한다. 같이 밥을 먹고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은 그 사람과의 삶을 나누는 일이다. 식사 요청을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듯해서 약속을 했다.

남편은 날마다 불어나는 코로나 확진자로 불안한지 식사 약속을 거절하라고 나에게 말하지만 사람 마음을 거절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여보, 그건 예의가 아니에요" 누구와 밥을 먹자고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병원 가야 할 일이 많다. 나이가 들면 병원을 순례하듯 하면서 일상을 보낸다. 며칠 전부터 남편은 혀가 아파 동네 이비인후과를 가고, 나는 내과에 가서 당뇨와 혈압약 처방을 받기 위해 병원에 다녀왔다. 모든 사물이 세월과 함께 노화가 되듯 사람 몸도 마찬가지다. 아무 병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은 희망사항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초연한 자세가 중요하다.

나이 들면 병과 친구하고 살아야 한다. 그러려니 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편하다. 아침 한나절 병원 순레를 마치고 지인과 약속한 식당으로 왔다. 코로나는 이제 사람들에게 만성이 되었는지 식당 안은 사람이 제법 많다. 지인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은 많지만 되도록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리는 거리두기를 하고 앉는다.

가족 아닌 누군가 타인이 삶을 같이 하면서 공유하고 응원해 주는 것은 살아가는 커다란 힘이 된다. 30년을 가까이해 온 지인이지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두고 우리는 살아간다. 밀착된 관계가 아니라서 섭섭한 일도 없고 적당한 거리에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며 지내는 인연이다. 그래서 편하고 좋다. 오늘 식사는 지난번 딸 결혼식에 참석해 준 답례다.

비는 오고 바람 부는 어설픈 날, 따끈한 추어탕 한 그룻과  나누는 식사는 마음이 더 따뜻해진다. 코로나로 사람과 대면을 줄이라고 하지만 가끔은 사람과 만나 온기를 나누어야 사람 사는 즐거움이 있다. 날마다 하루를 살아내는 것은 별일이 아니다. 몸 건강하고 좋은 사람과 맛있는 것 먹으며 마음을 나룰 때 사람 사는 일이다.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 행복과 평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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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설원 이숙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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