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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고교학점제 전면시행에 앞서 필요한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고교학점제 전면시행에 앞서 필요한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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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능력과 적성을 가진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마련된 고교학점제. 올해 중학교 1학년과 2학년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2023~2024년부터 부분 도입되어 2025년부터는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입시학원이나 다를 바 없는 고등학교 교육이 변화하고, 학생들의 자율적인 교과 선택이 늘어난다면 공교육 만족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왜 고교학점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걸까? 가장 큰 문제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될 수 있는 환경을 충분히 조성하지 않고, 추진 일정만 서두르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고교학점제가 본래 취지에 걸맞게 현장에 정착하려면 다음과 같은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총 이수학점을 현행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1학점당 수업은 현행 17회에서 16회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 해도 학생들은 하루 평균 6시간이 넘는 수업을 들어야 한다. 학점제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여전히 높다. 총 이수학점을 주5회 6교시 수준인 180학점으로 줄여 학생들의 수업량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미리 적용해서 실험하는 연구학교의 성과로 선택과목 증가율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과목의 위계, 학생 수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 과목 늘리기는 교실과 교원 수급 등 다양한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선택과목 다양화는 없던 과목을 늘리기보다 기존 교과를 기반으로 난이도나 주제를 세분화하여 맞춤형 수업을 개설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전북의 한 학교에서는 중하위권 학생을 위해 "중학교와 고등학교 중간쯤 수준인 '기본영어', '기본수학'을 개설해, 270명 중 70명 정도가 신청을 했다"며 "3월과 6월 모의고사 성적을 비교하니 수업을 들은 4~6등급 학생들이 급상승했다"고 전한다.(11월 26일 자 <한겨레>) 난이도를 세분화한 과목으로 실효를 거둔 좋은 사례이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모든 선택과목에 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시행된다. 그런데, 고1 공통과목은 여전히 9등급 상대평가가 유지된다. 초중고교 12년 중에 유일하게 상대평가가 남아 있게 되는 셈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고교교사 3000여 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개선사항 1순위로 성취평가제 전면 도입이 손꼽혔다.

상대평가가 성적부풀리기를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면 다른 방법을 모색하면 된다. 교육부는 '성취도별 학생 비율'을 산출하는 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성취도별 평균 점수'까지 추가 제공하면 내신 부풀리기는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특히, 현재 고교학점제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연구학교에서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중간 난이도에 해당하는 '기본과목' 개설을 기피한다. 기본과목을 개설하면 상위 단계인 '공통과목' 수강인원이 줄어 상위권 학생들에게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이 문제도 전 과목 성취평가제를 실시하면 자동적으로 해결된다.

 '정규교원' 확충하고 교육청에서 교·강사 채용관리 업무 지원해야
 
고교학점제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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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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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성취평가제가 하루아침에 실시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절대평가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성취기준이 일선 학교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한 수준별 예시문항을 보급하는 것이다. 여기에 논·서술형 문항까지 포함하고, 평가 기준과 예시답안, 채점기준, 교수학습지도안 등이 웹 기반으로 구축된다면 현장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수 있다.

점수와 등급 표기가 전부인 현행 성적표도 달라져야 한다.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고 어떤 점을 더 보강해야 하는지, 학업 성장을 북돋을 수 있는 내용이 성적표에 담긴다면 더 실효성 있는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수능 상대평가가 유지되면 학생들은 여전히 획일적인 과목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학교 역시 문제풀이 '훈련' 수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수능을 논서술형으로 개편하되, 전과목 절대평가로 전환돼야 한다. 무엇보다, 대입제도 개편안을 예정보다 1년이라도 빠른 2023년에는 발표해야 고교학점제에 대한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논서술형 채점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채점을 활용하면 시간이나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015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문장 수준의 답을 자동 채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특허를 얻었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시범 적용해 가능성을 이미 확인했다. 기술개발 추이에 따라 완전 자동채점이 가능할 때까지 복수채점 등으로 보완해가면서 알고리즘을 생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과목이 다양해지는 만큼 교강사 다양화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지난 7월 전교조가 연구·선도학교 담당자 54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학교 내 '4과목 이상 담당하는 교사가 있다'는 응답이 27.7%나 됐다. 학생들의 과목 수요를 반영해 교·강사를 충원하고, 시·도교육청에서 선발, 연수, 배치 업무를 지원하면 학교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교사 1명의 지도과목은 최대 3과목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 설계를 상담하는 전문 교사도 한 학교에 1명 이상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을 지향하는 고교학점제를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위에 제시한 문제를 보완하지 않은 채 정해진 일정을 추진하기에 급급하다면 현장의 혼란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경쟁으로 점철된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이 새롭게 변화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이러한 요구에 분명히 답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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