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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40대'는 40대가 된 X세대 시민기자 그룹입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애쓰며 사는 지금 40대의 고민을 씁니다. 이번 회에는 '40대의 일'에 대해 이야기 해 봅니다.[편집자말]
묵묵히 앞만 보며 달리다 번아웃을 경험하는 직장인들의 사연은 차고 넘친다. 내가 원하는 성공의 길을 경험하든, 아무리 애써도 잘 되지 않는 시절을 겪든, 그 무엇이든 간에 사회적 성취의 길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 어려움을 버티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퇴사, 이직, 창업 등을 꿈꾸는 순간은 수시로 찾아온다. 그 순간 내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머무를 것인지 새로운 선택을 할 것인지는 결국 각자의 몫이겠지만, 나의 선택에 대한 후회를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최방실(47)씨는 작년 오랫동안 몸 담았던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1년 정도의 휴식 기간을 가졌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처음 갖는 긴 휴가였다. 인생의 후반전을 향해 열심히 달려나가야 하는 40대 후반, '퇴사'라는 결단을 내리고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남은 50년은 다르게 살고 싶어서
 
오랫동안 몸 담았던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1년 정도의 휴식 기간을 보내고 있는 최방실씨.
 오랫동안 몸 담았던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1년 정도의 휴식 기간을 보내고 있는 최방실씨.
ⓒ 이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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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략한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지난 22년 동안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시작하여, 마케팅, 영업, 사업개발까지 두루 경험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고민 끝에 사표를 내고 1년 정도 쉬고 있는 상태입니다."

-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하면서 느끼는 성취감도 컸지만 그와 동시에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때로는 비겁해지기도 해야 하고, 때로는 내 신념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일들이 많아지게 될 것이라는 불안이 점점 커졌어요. 

부끄러운 행동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 그런 고민들을 했던 것 같아요. 회사에 남아 있었다면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고 인정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었겠죠. 앞으로의 내 삶을 타인이나 조직의 결정에 내맡기기 싫었어요."

- 퇴사에 대한 가족의 반응은 어땠나요?

"사표를 낸다고 했을 때, 남편은 제일 먼저 제 표정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이 사람이 너무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제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이야기했을 때 제 표정이 확 피는 게 보였대요. 경제적인 걱정보다는 제 표정을 보고 답을 해준 남편이 고마웠어요."

- 퇴사를 하나의 '선택'이라고 했을 때 포기할 게 있었다면?

"가장 큰 변화는 경제력이죠. 일할 때 제가 고정적으로 지출하던 금액들이 있었는데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갑자기 '0'이 되니 당황스럽긴 하더라고요. 퇴사 후 8개월쯤 지나니 제 여유 자금이 더 이상 여유롭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요. 요즘은 소비를 많이 줄이고 지출을 계획적으로 하려고 해요.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나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가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실감할 때도 있었어요. 업무적으로 너무나 가까웠던 인간 관계들이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떨어져 나간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그 대신, 내게 남아 있는 나의 진짜 관계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정리하고 확인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고 느꼈어요."

- 퇴사로 인한 불안감이나 부정적인 생각은 어떻게 다스리는지 알고 싶어요.

"내 커리어가 여기에서 끝날 수 있는데 괜찮을까, 라는 질문도 스스로에게 많이 했어요. 당연하게 처음엔 불안했고, '서둘러 직장을 알아봐야 하나?', '뭘 더 배워야 하나?' 이런 생각이 있었는데요. 마음을 내려놓고 삶을 조금 더 폭넓게 보자고 많이 다짐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100세 시대잖아요. 이제 50세를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 남은 5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퇴사 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어요. 앞으로 무엇을 할지 수단과 방법을 생각하는 시간이 아니라 내 삶의 방향과 목적은 무엇인지에 대해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수입 제로... 지출과 시간 계획이 제일 중요

- 퇴사 후 특히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퇴사 후 위궤양, 편두통, 몸살을 심하게 여러 차례 겪었어요. 병원에서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막상 쉬니까 긴장이 풀어지며 몸 이곳저곳이 아팠나 봐요. 내가 생각보다 많이 여유도 없이, 숨가쁘게 달리기만 했구나를 깨달았어요.

그리고 아주 친한 친구가 최근 암 선고를 받았어요. 건강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해져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위기감이 찾아온 계기를 만난 거죠.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많이 걷고, 운동 삼아 서울 근교 이곳저곳을 소풍하듯 다니기도 했어요. 퇴사하지 않았다면 내 건강을 챙기는 일에 무심하게 지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그동안 막연하게 우리 가족은 잘 지내고 있다, 화목하다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깊은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요즘 아버지의 젊은 시절 얘기를 많이 듣고, 재수하는 아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늘어나면서 가족간의 케미가 더 강해진 것 같아요. 그것이 퇴사로 받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 여러 가지 이유로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것들을 미리 생각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나요.

"퇴사 후 줄어들 수입을 고려해서 지금의 생활습관과 비용을 줄일 계획을 세워보면 좋을 것 같아요. 노후를 위해 장기 가입한 금융상품같이 꼭 유지해야 하는 것과 이제부터 줄이고,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런 부분들을 미리 알아보고 계획을 세우면 좋겠죠. 그리고 갑자기 생겨난 여유로운 시간들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한 계획도 미리 세워두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나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들로 채워가는 것이 필요하니까요."

- 준비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최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퍼블리(Publy)'라는 인터넷 공간에 제가 경험한 이야기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퍼블리는 요즘 직장인들이 필요한 현실적인 지식을 공유하는 콘텐츠 플랫폼이거든요. 저는 그곳에 리더십에 관한 글을 3편 정도 썼어요.

팀장으로서 지나친 간섭과 참견을 하는 마이크로매니징 탈출하기, 다양한 유형의 팀원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조직 내 불안 해소하기 등 조직 내에서 팀장과 팀원들이 일하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는데요, 아무래도 실무 경험이 많다보니 현실적으로 와닿는 이야기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쉬고 있는 상태이지만 22년 직장 생활 동안 제가 경험한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지금 현직에 있는 다음 세대들에게 제 경험을 공유하고, 좋은 해결 방법을 제안해주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회사에서 경험한 일들을 소재로 계속 글을 쓰고 제 노하우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제 관심 분야를 좀 더 깊이 공부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요."

무엇을 선택하든 완벽한 정답은 없는 인생의 길 위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기 싫어 잠시 멈추는 것을 선택했다'는 최방실씨의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머물렀다.

편안하고 익숙하기만 한 삶을 하루하루 살다보면, 그런 내 삶이 오랫동안 입은 낡은 평상복처럼 느껴질 수 있다. 습관적으로 입고, 옷의 상태가 어떤지 별 신경도 쓰이지 않는 그런 옷. 그래서 편하게 잘 입고 있는 그 낡은 옷은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오래되고 낡은 물건들을 정리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다만 삶의 한 시기에서 오랫동안 내가 붙잡고 있던 내 생활의 일부분을 과감하게 정리할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이 언제인지 알기가 어려울 뿐. 

현재 그의 삶은 지극히 평범하고 고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후반전을 새롭게 설계하는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하루를 새롭게 주어진 선물처럼 쓰고 있는 그의 시간들이 모여 40대 이후의 인생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를 응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https://brunch.co.kr/@writeurmind


40대가 된 X세대입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애쓰며 사는 지금 40대의 고민을 씁니다.
태그:#낀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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