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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로병사'의 길에 들어선다. 동물과 식물은 물론, 미생물까지 생명이 있는 것들은 피할 수 없는 진리다. 불교에서는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는 네 가지 고통이라고 했다.

과학은 생로병사의 진리를 밝혀내기 위해 끊임없이 그 실체를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DNA이론이 나왔다. 삶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유전자 정보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 이론은 틀렸다는 주장과 생명이론으로 과학계의 논쟁을 불러온 과학철학자가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 명예교수 데니스 노블은 <오래된 질문>에서 생명은 유전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오래된 질문
 오래된 질문
ⓒ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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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노블 교수는 하나의 생명체인 나는 누구인가? 한번쯤 자신에게 물어보았을 만한 질문의 해답을 찾아 한국불교의 사찰을 찾았다.
 
"연구를 오랫동안 거듭하면서 저는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생명을 바라보는 제 견해가 전통적인 동양 사상과 맞닿아 있으며, 특히 불교의 개념과 여러 면으로 유사하다는 점을 알게 된 겁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동양의 불교 지도자들은 기도나 명상과 같은 수행법을 통해서 '생명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왔습니다. 예컨데, 불교의 아주 중요한 개념인 '무아(無我)'나 '연기(緣起)를 들수 있죠. 놀랍게도 저는 그들과 정반대에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과학적 접근을 통해서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데니스 노블 교수는 15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노년에 들어서 우울증과 합병증으로 투병 중인 아내를 간병하였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던 날, 몹시 슬펐지만 동시에 힘겨운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아내의 투병 생활을 지켜보면서 생명과 삶에 관한 질문의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두 번째 화살을 피하라

인간은 '만약'이라는 전제로 당장에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기대와 걱정을 만든다. 불안한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전도몽상의 허상을 만들어 그 틀에 자신을 가둬놓기도 한다. 생로병사는 인간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화살로 비유하면서 자신의 참모습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다고 한다. 첫 번째 화살은 누구나 피할 수 없어서 맞지 않을 수 없지만, 두 번째 화살은 피해야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깨달음과 그렇지 못한 것을 비유한 것으로 실상사 도법스님은 꽃으로 설명을 했다.
 
"여기 길가에 아름다운 꽃 한송이가 피어 있습니다. 누구든지 꽃을 보고 좋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죠. 그걸 첫 번째 화살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 화살은 누구나 다 맞게 되어 있어요. 부처님도 꽃을 보면서 '이야, 저 꽃이 참 아름답다' 하며 꽃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길 겁니다.
그런데 깨닫지 못한 사람들은 '이야, 저 꽃이 참 아름답다'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저 꽃을 꺽어 가져가서 내 방에 놓으면 더 좋겠다'로 이어지는 거예요. 이게 바로 문제의 두 번째 화살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두 사람만 있어도 서로 꽃을 가져가겠다고 싸우겠죠." - 분문 중에서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

깨달음에 관한 십우도(十牛圖) 이야기가 있다. 목동이 잃어버린 소를 찾아 떠나는 열편의 그림과 시로 구성된 십우도의 소는 '자아' 혹은 '참된 나'를 의미한다.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죽기 살기로 애쓰는 사람을 불교에서 표현하는 말이다. 이미 소를 타고 있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계속 소를 찾는 것으로, 깨달음이란 내가 소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소를 탄 줄 모르면 계속 소를 찾으러 다녀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삶을 살 수가 없어요. 계속 소만 찾아서 헤매게 돼요. 불교의 깨달음을 얻겠다고 선방에 틀어박혀 수행만 한다면 이 깨달음이라는 소를 찾느라고 현재의 삶은 사라집니다. 10년을 해도 안 되고 때로는 20년, 30년을 그러고 있죠. 얼마나 기가 막힌 일입니까." - 본문중에서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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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못 보고 전도몽상에 빠지면 어리석음과 괴로운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면 내가 소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자기 자신을 직접적으로 살펴보는 성찰을 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즉시 대답을 할 수 있게 진지하게 질문을 하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마트한 세상에서 인간적인 삶은 좁아지고 갈수록 편리함과 욕망을 쫒아가는 소모적인 삶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18일 17개 선진국의 성인 1만9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삶을 의미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한국은 유일하게 "물질적 풍요"라고 대답하는 비율이 1위로 가족과 건강보다 많았다.

데니스 노블 교수는 과학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은 생의 본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만들고 이기주의가 만연하는 사회와 집단을 만든다고 한다. 유전자는 이기적일 수도 이타적일 수도 없는 것이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떤 삶을 살게 되는가에 따라서 변할 수 있다고 했다.

오래된 질문 - 내 안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인생의 지혜를 찾아서

다큐멘터리 〈Noble Asks〉 제작팀, 백승창, 장원재 (지은이), 다산초당(다산북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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