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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민 50명이 참여하는 비대면 공동집필 프로젝트 '리-라이트'는 비대면문화연구소 ‘시흥 Arts-LAB’을 통해 발굴한 신규 문화예술프로그램입니다. 청소년, 청년, 지역예술가, 이주노동자, 지역상인 등 각양각층의 시민들이 함께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난파된 개개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를 에세이, 사진, 일러스트 등과 접목해 하나의 공동집필서로 완성했습니다. 이 기사는 리-라이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성한 인터뷰입니다.[기자말]
학생 교육에 사명감을 느낀다는 구본창 문화예술교육가
 학생 교육에 사명감을 느낀다는 구본창 문화예술교육가
ⓒ 구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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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기사] 물고기만 그릴 줄 알았던 아이는 화가가 되었습니다 http://omn.kr/1waaa

다음 인터뷰는 작곡가이자, 문화예술교육가, 그리고 문화예술단체 '요'를 이끌고 있는 구본창씨와 함께 했다. 하고 있는 세 가지의 일 모두가 문화예술이라는 공통점으로 연결돼 있지만, 일마다 요구되는 역할이 전혀 다를진대 어떻게 제각기 다른 정체성의 일을 슬기롭게 해나가고 있는지 듣고 싶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왜 음악을 시작하게 됐는지가 궁금했다. 그게 바로 모든 일의 시초이니까.

"어렸을 때 저희 집이 굉장히 가난했었거든요. 중학교 때 기타를 처음 잡았는데, 저희 학교 밴드부가 이런저런 대회에 나가서 상을 많이 탔어요. 그래서 제가 기타를 잘 치는구나 생각했죠. 밴드부 활동을 하면, 쉽게 먹을 수 없었던 피자도 먹을 수 있어 더 좋았고요.

그때 기타를 더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강사로 오신 분은 드럼을 치는 분이었어요. 기타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알려주시긴 했지만, 그마저도 커서 보니 잘못된 것들이었죠. 그래서 저 같은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수업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올해도 다섯 개의 학교에서 밴드음악 수업을 진행했다는 그는 사명감으로 하는 일이지만, 외려 학생들을 만나 위로를 받을 때가 많다고 했다. 주로 중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연락을 해오는 학생들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단다.

"제가 처음으로 가르쳤던 학생들이 올해 고3이 됐거든요. '선생님, 저 수능 얼마 안 남았는데 수능 끝나면 맛있는 거 사주셔야 해요' 하고 연락이 와요. 그럴 때, 공부 열심히 하라고 유산균 같은 거도 보내주고 그러죠. 졸업하고는 학교 담임선생님도 안 찾아뵙는다는데 저한테 연락하는 게 신기하다고들 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예술가와 학생을 가르치는 예술교육자의 시선은 전혀 다를 터, 그 사이의 간극은 어떻게 메우고 있는지 물었다.

"예술가와 예술교육자로서의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렵다고 느낄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제가 대단한 예술교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작정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라, 학생들과 작품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마음가짐으로 한다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예술가와 예술교육자로서의 자아가 부딪칠 일이 없었던 거죠. 그렇게 생각을 바꾸니까 마음이 많이 안정되더라고요."

이야기를 나누어볼수록 구본창 작곡가는 칭찬을 들으면 어쩔 줄 몰라 했고,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을 보이는 사람이었다. 대학교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면서 만난 교수님의 기타 실력에 압도되어 작곡가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게 충분히 납득이 갔다.

"진수킴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는데요. 그분이 기타 치는 걸 보니까 저는 평생 쳐도 저만큼은 못 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뒤로는 작곡과 디제잉을 같이 하게 됐죠. 교수님과 같이 광주에서 공연하기도 했는데, 그때 공연을 본 국악방송국 관계자 분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국악 하는 분과 같이 공연도 하게 됐어요. 그게 협업의 첫 시작이었죠. 그 뒤로는 다른 분야와도 자연스럽게 엮어보게 됐어요."
 
제13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공연 사진
 제13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공연 사진
ⓒ 구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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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영감이 떠오르는 걸 구체화할 때 미술 작품을 많이 본다는 그는 현재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사업에 선정돼 음악을 시각화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결과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컴퓨터를 전공했을 것 같다는

그는 올해 앱으로 작곡을 해보는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단다. 전자 기기 사용에 익숙한 10대부터 기계와 안 친하다던 50대 참가자도 수업을 듣고 나서는 작곡을 해냈다고 한다. 완성된 음원은 참가자에게 전송해주기 때문에 만족도도 높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재능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면서 가치 있게 쓰고 있었다. 그가 주로 작곡하는 곡도 특정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쓰임새를 갖고 있다.

"제가 만드는 곡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저는 전자음악을 하는 사람인데, 흔히 전자음악이라고 하면 신나고 화려한 음악을 상상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스파 브랜드에서 계속 틀어두는 그런 차분한 음악을 만들어요. 최근에는 치매환자들의 인지 개선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만들기도 했고요. 이렇게 말하니까 음악이라기보다는 치료용 도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공연에 집중한 모습
 공연에 집중한 모습
ⓒ 구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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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일을 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고 묻자 주변 예술가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가 꿈꾸는 미래도 혼자만 행복한 게 아니라, 주변 예술가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다.

"문화예술이 어쩔 수 없이 경제적인 부분과 같이 가잖아요. 경제적 호황을 누리게 되면, 문화예술에 대한 소비도 늘어나고, 여유가 생기니까 예술가를 더 많이 지원해주면서 예술이 더 꽃피게 되는 식으로요. 지금은 다들 힘들지만, 10년 뒤에는 모두가 잘 살고, 예술가도 같이 잘 살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순간에 저는 꼭 예술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때쯤이면 제 예술의 절정기를 보내고 있으려나요? 그런 꿈을 꿉니다."

그가 꿈꾸는 세상이 올 확률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만큼이나 희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쓰임새 있는 음악을 만들고, 자신의 재능을 사람들과 나누며, 동료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예술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 예술이 전파하는 울림은 크고 강하기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흥시에서 발간한 <리-라이트> 책자에도 실립니다.


태그:#리-라이트, #시흥시,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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