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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비건은 셰프다. 집은 식당이고 부엌은 조리실이다. 오늘도 그들은 아무도 죽지 않는 식탁을 차린다. 메뉴 고르고, 장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한 끼를 차리는 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계란조차 사용하지 않는 비건은 만족스러운 맛을 내기가 더 어렵다. 아직 요리와 주방이 어색한 초보 비건을 위해 '초식마녀' 박지혜의 레시피를 제안한다. 그의 레시피는 육류, 유제품을 쓰지 않고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한다. 

박지혜는 다양한 경로로 비건을 알리는 '비건 인플루언서'다. 유튜브 < Tasty Vegan Life >와 인스타툰을 통해 자신의 비건 일상을 공유했다. 비건 레시피 북 <오늘 조금 더 비건>을 출간해 도서 분야에도 발자취를 남겼다.
 
'초식마녀'로 활동중인 박지혜는 인스타과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개발한 비건 레시피를 공유한다
▲ 비건 인플루언서 "초식마녀" 박지혜 "초식마녀"로 활동중인 박지혜는 인스타과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개발한 비건 레시피를 공유한다
ⓒ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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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콘텐츠는 전지적 '비건'시점이다. 함께 밥을 먹는 논비건 친구가 눈치를 보는 상황, 고기를 끊고 나서 변화한 자신의 건강 이야기 등 비건의 세상을 엿볼 수 있다. 채식자 사이에서 그는 이미 유명 인사다. 자신의 일상부터 동물권 이슈까지 다루는 그의 콘텐츠는 비건계의 '종합잡지'라고 해도 무방하다.

맛과 건강 모두 잡은 비건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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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식마녀의 독특한 레시피 .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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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든 메뉴를 살펴보면 토마토 칼국수, 봄나물 파스타, 두릅 타코 등 독특한 메뉴가 눈에 띈다.

"음식에 대한 편견이 없고 맛에 주안을 두죠. 음식이 가진 이미지는 신경 쓰지 않아요. 한 번은 치아바타를 고추잡채랑 같이 먹어봤어요. 양식처럼 먹기 싫어서 시도해봤는데 맛있더라고요(웃음)."

고기맛이 아닌 새로운 맛을 찾는 건 비거니즘의 한 부분이다.

"음식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비건을 대하면 좋아요. 동물성 치즈와 비건 치즈는 맛이 다르고, 사실 맛이 같아야 할 이유도 없죠. 아예 다른 영역의 음식이에요. 기존 동물성 식품 맛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어요."  

'요리'라는 행위는 그에게 특별하다. 생명을 죽이는 조리 과정을 거부하고 '좋은 먹거리'에 대해 끝없이 질문한다. 식재료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 또한 비건의 일상이다.

"요리는 몸과 마음을 만드는 일이에요. 채소가 음식 재료가 되듯이, 음식은 나를 구성하는 재료가 되는데 나를 이루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아는 게 중요해요. 남이 해주는 음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게 유기농인지, 어느 지역 생산물인지도 모르잖아요."
 
부채감을 원동력으로, 동물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하여

비건을 시작한 건 2년 전이다. 유기견을 키우며 생명에 관심이 생겼고, <옥자>를 보고서 채식에 도전했다. 4~5년간 시도했지만 고기에 대한 기억이 몸에 배여 육식을 끊지 못했다. 마음 한구석에 불편함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 무렵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라시>를 보고 비건을 결심했다.

"도망가는 오리의 목을 자르는 장면을 보고 눈물이 났어요. 동물복지 농장에서 자란 동물은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죄책감을 덜려 합리화를 했던 거죠. 고기는 동물의 살점이라고 받아들이니 육식에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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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혜 인스타툰 .
ⓒ 박지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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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비건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해야 하는 일이다.

"세상에 죽고 싶은 동물은 단 한 마리도 없어요. 인도적인 도살도 없고요. 이것보다 중요한 사실이 있을까요?"

전 세계에서 도살되는 가축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1초에 약 2000마리의 닭이, 43마리의 돼지가, 10마리의 소가 죽고 있다. 육식은 지구 환경에도 큰 피해를 입힌다. 소가 뿜는 트름이 어마어마한 메탄가스를 생산하고, 사료 생산 토지를 위해 숲을 태워 벌목한다. 자극적인 고기맛에 집착한 결과, 대가는 참담했다.

"지금까지 지구한테 엄청나게 빚을 지고 있었는데 모르고 살았어요. 즐겁자고 먹은 음식 뒤에 어마어마한 희생이 있는 줄 몰랐죠. 남은 시간 최대한 부채를 줄여보고 싶어요."

그는 동물의 입장을 고수하기 위해 '초식'이라는 단어를 닉네임으로 붙였다. 비건 음식을 넘어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비건 제품'까지 사용하며 생활 속 비거니즘을 실천한다.

"처음엔 내 인생이 가시밭길이 될 것 같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입장을 갖는다는 건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죠. 예상대로 온갖 비난을 받았어요. 저를 위선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동물의 고통에 비하면 제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평범한' 비건의 힘

일러스트레이터였던 그는 인스타툰으로 비건 라이프를 기록하기 시작해 유튜브로 본격적인 대중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먹는 걸 정말 좋아해서 비건을 실천하기 전에도 외식을 자주 했었어요.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데이터로 쌓였죠. 내가 아는 정보를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얼굴을 공개하는 게 두려웠는데 동물을 살릴 수만 있다면 쪽팔림은 잠깐일 뿐이라고 생각했죠."

박지혜는 냉장고 속 재료로 손쉽게 비거니즘을 실천한다. 남은 냉이에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볶은 후 김밥에 돌돌 싸서 신선한 냉이김밥을 만든다. 불린 미역을 볶아 떡과 들깨가루를 넣고 끓여 담백한 들깨미역떡국을 만든다.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비건 일상이 그의 메인 콘텐츠다.  

"저같이 평범한 사람도 비건을 실천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비건은 특별한 사람만 실천한다는 선입견이 있어요. 그런 이미지 탓에 다가가기 어렵죠. 저는 최대한 '평범함'을 어필하려고 해요. 요리하다 실패한 영상도 그대로 올려요. 저를 보고 '쟤도 하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는 방송인 줄리안씨와 함께 비건 레시피 책을 준비하고 있다. 비건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영향력을 키우는 중이라고. 앞으로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소도시 진주를 채식 친화적인 도시로 바꾸려 한다.

"동물의 고통스러운 삶과 비교하면 인간은 행복하지 않을 수 없어요."

자신이 먹을 요리를 스스로 만드는 그녀를 보면 '건강한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그녀가 지키고 싶은 것은 어쩌면 동물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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