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조동연, 송영길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선발표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조동연, 송영길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선발표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30·40대, 여성, 경제. 이렇게 몇 개의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날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좀 놀랐어요. 사실 그 연락 받기 전까지만 해도 제가 정치에 입문하게 되리라곤 꿈에도 몰랐거든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한 인사가 선거가 끝난 뒤 귀띔했던 '무용담'이다. 그는 현재 민주당의 현역의원이다. 그 의원은 "당에선 '체면이 안 서니 인터넷 검색으로 당신을 찾았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했다. 의아했다.

당시 민주당은 2019년 12월 말 '1호' 영입을 시작으로 총선 직전인 2020년 2월 중순 '20호'에 이르기까지 장장 2개월간 대대적인 인재영입전에 열을 올렸다. 인재영입이란 게 이렇게 허술한 것이었나. 게다가 그 의원은 꽤 앞 순위에 영입된 인물이었다.

결국 탈은 났다. 민주당이 '20대 희망 청년'이라면서 총선 인재 2호로 영입한 원종건씨가 자신에 대한 미투 폭로가 나오면서 2020년 1월 28일 전격 사퇴했다. 당시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던 이해찬 전 대표가 원씨 사퇴 다음날 직접 고개까지 숙였지만 여론은 냉랭했다.
 
지난 2020년 1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총선 인재영입 2호 원종건씨가 자신에 대한 '미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지난 2020년 1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총선 인재영입 2호 원종건씨가 자신에 대한 "미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사태의 본질
   
이번 조동연(39)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사태는 지난해 원종건씨 사례와는 질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바로 '민주당의 무책임'이다.

조동연 교수는 이번 민주당 대선 선대위 '1호' 영입인재였다. 조 교수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기 전, 민주당 쪽에선 "조 교수가 쓴 책을 읽고 OOO이 처음 연락했다더라"는 등, 또다시 '무용담' 같은 인사 막전막후설이 떠다녔다. 누가 주도했다느니 서로 공을 차지하려는 말들이 다퉜다. 민주당은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조 교수를 단숨에 송영길 당대표와 동급인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자리에 올려놓고 헹가래를 쳤다. 그게 11월 30일이다.

그러나 12월 1일 조 교수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여론이 악화하자 민주당 분위기는 급속히 싸늘해졌다. 다음날인 2일 조 교수는 아침 라디오 방송 출연을 자청해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국민들의 판단을 좀 지켜보도록 하겠다"면서 선을 그어버렸다. 이 후보 캠프 인재위원회 총괄단장인 백혜련 의원도 "국민적인 정서를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가세했다. 조 교수 영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송영길 대표는 침묵했다.

급기야 2일 밤 조동연 교수가 소셜미디어에 "그간 진심으로 감사했고 죄송합니다"라는 의미 심장한 글을 올리자 민주당에 비상이 걸리는 소동도 일었다. "전화가 안 돼 극단적 선택을 한 게 아닌지 정말 노심초사했다"(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조 교수 행방을 알기 위해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했다. 천만다행으로 조 교수는 무탈했다.

송영길 대표는 3일 오전 9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 교수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말에 조 교수를 직접 만난 뒤 조 교수 거취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전날만 해도 아무 말 없던 송 대표는 뒤늦게 울먹거리며 조 교수에 대한 공격을 두고 "비열하다"면서 엄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로부터 단 6시간 만인 3일 오후 3시께 조 교수 사퇴를 공식 수용했다. 성대한 영입 환영식을 연 지 불과 3일 만이다.

당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후보, 조동연 신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송영길 공동상임선대위원장, 김영진 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후보, 조동연 신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송영길 공동상임선대위원장, 김영진 사무총장.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당이 조동연 교수 건을 문제라고 봤다면 영입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면 당이 나서서 책임지고 조 교수에 대한 공격을 방어했어야 했다. 이번에 당의 대응은 두 가지가 모두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조 교수 문제를 몰랐다면 그 또한 무책임과 무능"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 때 정치가 사람을 '티슈'처럼 쓰고 버린다고 누가 한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멀쩡한 사람 인생만 파탄시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동연 교수와 민주당 광주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고3 학생이 똑같이 말했어요. '제가 그저께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상상도 안 했다'고. 그러면 이게 뭐냐 하면 이 선대위원장이라는 것은 선거운동을 지휘 감독하고 직접 실행하는 곳인데 거기에 이틀 전까지는 이 당하고 생각도 안 했던 분들을 그냥 앉힌 거예요. 그런 당이 무슨 당입니까?

전투 조직이잖아요, 선거운동 하는 조직은 기본적으로. 예를 들어 지지선언을 했다든지 또는 뭐 하다 못해 아이디어를 제공받는 소위 특보 이렇게 하면 이해가 가요. 그런데 도움 될 만한 전면에 내세워서 결국은 일회용 티슈처럼 쓰고 버리는 그런 분들로 지금 채우고 있잖아요."
 
야권의 한 유력 정치권 인사가 2일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평소 과격한 그의 발언과 생각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말은 과연 틀린가. 심지어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때 아이를 잃고 법을 바꾸기 위해 활동하면서 얼굴이 알려진 '태호엄마' 이소현씨까지 영입했다가 비례대표 공천 후순위를 주고 낙선시켰다. 이후에도 별다른 정치적 책임을 부여하지 않았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를 두고 "정치는 비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런가. 정치는 비정한 것인가.

이번 사태를 취재하다 만난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런 푸념을 했다.
 
"아니 이렇게 되면 우리가 또 영입하기가 어려워지잖아. 영입인재까지 이렇게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기 시작하면 누가 정치권에 오려고 하겠어? 가뜩이나 지금도 다들 안 오려 하는데…"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영입은 계속 이러지려나 보다. 거기에 누군가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

그래서 감히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께 조언한다. 부디 선거 때 정치권의 부름에 답하지 마시라. "결국은 일회용 티슈처럼 쓰고 버리는 그런 분들"께, 부디 소중한 일상을 넘기지 마시라.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