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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학교 가야지, 밥 먹어라, 숙제 없어? 폰 좀 그만 봐, 안 자니?"

오늘도 우리는 10대 아이와 이야기를 한다. 당신의 아이와 이 이상의 질 좋은 대화를 길게 나누고 당신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어쩌면 이 칼럼은 읽을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 힘들어서 세미나에 오시는 가장 많은 부모들이 하는 얘기 중 하나가 '애가 말을 안 해요', '별 말도 안 했는데 나를 피해요' '또는 애가 울기만 해요'이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항상 부모님들은 '나는 별 말도 안 했는데'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내가 별 말도 안 했는데, 그냥 일상 대화만 했는데, 일어나라고 했는데, 밥 먹으라고 한 건데, 숙제는 없냐고 물어봤을 뿐인데 아이는 나를 피한다는 것이다. 아마 부모들의 말이 맞을 것이다. "내가 공부를 해서 1등을 하라고 했어, 집 청소를 다 하라고 했어, 돈을 벌어오라고 했어? 그냥 학교가 오늘 어땠냐고 하는데 나를 피해?" 억울하다. 정말 억울한 일이다. 

말없이 말을 하는 우리의 얼굴과 몸

전문가들에 의하며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메시지 전달 효과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인용된 수치는 사회적 상황에서 모든 의미의 93%가 비언어적으로 전달되고, 7%만이 언어로 전달된다는 아마도 많이 들어보셨을 추정치이다. 다른 연구들은 93% 라고까지는 얘기하지 않지만, 어린이와 어른 모두 다른 사람의 메시지를 해석할 때 언어적 단서보다는 비언어적 단서에 더 의존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해야 하는 말 자체, 즉 워딩이 전하는 메시지는  30~40% 정도일 뿐이며 나머지 60~70%는 말하는 사람의 보디랭귀지, 말하는 표정과 억양, 톤, 뉘앙스로 메시지가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입을 다문 채로 그냥 아이의 의 앞에 나타나기만 해도 이미 우리는 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당신이 해야 할 말이 있다. 아이의 방으로 간다. 당신이 방으로 가서 방문을 열어젖히는지, 노크를 하는지, 노크를 어떤 강도로 몇 번이나 하는지, 얼마나 기다리는지, 방문을 열고 보여주는 어떤 표정인지. 이미 당신의 메시지는 반 이상 아이에게 전달되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온다. 현관을 열고 들어온다. 당신은 아이를 맞는다. 말을 할 때 당신의 자세는 어떤가. 아이 쪽으로 몸을 향하고 있나 멀리 떨어져서 관망하나? 팔짱을 끼는가? 얼굴은 어떠한가? 웃는가? 경직되어 있나? 말투는 어떤가? 목소리가 높은 편인가? 추궁하는 식인가? 

당신의 아이는 이미 안다. 당신의 말이 좋은 말일지 나쁜 말일지. 당신의 몸만 보아도 이미 안다. 거기서부터 친절함과 따뜻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아이들은 입을 닫는다. 자신의 얼굴 표정도 보여주지 않고 부모에게 입도 열지 않는다. 얘기 나눠봤자 자기가 듣고 싶은 얘기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웃자

아이와 사이가 안 좋아 이야기 나누기 힘든 상황인가? 일단 얼굴부터 바꿔보자. 아이를 만나면 웃어야 한다. 네 얼굴을 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이며 너의 존재 자체가 기쁘고 감사한 거라는 신호를 계속 주어야 한다.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하고 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만 보면 계속 웃자.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자. 오늘 이 아이는 아침에 일어났고 학교도 갔다 오고 빨래도 내어 놓았다. 아직 살아 있으며 이 모든 일을 했다. 얼마나 이쁜가. 그 사실에 감사하며 웃자. 팔짱은 끼지 말자. 두 팔은 벌리거나 어떻게 못하겠으면 두 손을 모으자.

2. 속삭이자

부모의 말투를 바꾸는 일은 타고난 게 있어서 사실 정말 어렵다. 아이들은 우리가 별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소리 지르지 말라고 한다. 기가 찬 일이다. 하지만 기질이 예민한 아이들은 우리 목소리가 조금만 높아져도 큰소리로 혼나고 있다고 느낀다. 이걸 고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의 귀에 속삭이는 것이다. 한번 해보면 친밀함이 마구 솟아오르고 귀도 간지러워서 서로 웃긴다. 대화 분위기가 나빠질래야 나빠질 수가 없다. 운전 중이어도 속삭여 보라. "아빠/엄마가 어디서 읽었는데 10대랑 얘기할 때는 속삭여야 한다고 하더라." 대화의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리는 것을 바로 체험할 수 있다. 

명심하자. 아이 앞에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내 몸은 이미 아이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네가 어떤 말을 해도 안전하며 나는 너의 이야기를 판단 없이 들어줄 것이라는 태도를 얼굴과 말투로 보여주자. 웃어주고 속삭이며 일단 시작해 보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호주 한인 미디어 한호일보에도 같이 연재됩니다.

김지현 Mina Kim
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 Tuning into Teens, 미국 라이선스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NSW릴레이션쉽스오스트레일리아 www.relationshipsnsw.org.au 에서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이 칼럼의 내용은 멜번 대학 University of Melbourne 에서 개발한 Tuning into Teens의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질문이나 의견은 nodvforkorean@gmail.com로.
트위터@nodvfor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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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24년째 거주중인 한인동포입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여러 호주의 커뮤니티 서비스 기관에서 일해왔고 있고 현재는 한인 부모를 상대로 육아 세미나를 진행 중입니다. 호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주로 기사로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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