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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달 전 국회의원.
 박창달 전 국회의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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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변한 게 아니다. 시대정신이 바뀐 것이다."

박창달 전 의원은 무려 46년을 보수 정당에만 몸담았던 인물이다. 여러 이유로 잠깐씩 무소속이었던 적은 있지만, 1975년 민주공화당에 입당한 이후 그는 쭉 보수 정치인으로 살았다. 그랬던 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를 지지하겠다고 나서며 화제가 됐다.

바로 얼마 전까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경선을 도우며 대구광역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왔던 그가 갑작스레 이 당을 떠났다. 단순히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윤석열 후보가 최종 낙점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윤석열 후보가 대선후보가 된 이후 국민의힘이 보여준 모습은, 그의 오랜 정치 경력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을 던져줬다.

그런데 탈당을 감행한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다. 이 후보와 직접 만난 그는, 자신의 정치 커리어를 어떤 방식으로 매듭지을지 확신이 서게 됐다. '대통령 이재명'을 만드는 것, 대구경북 출신의 민주당 대통령을 통해 지역주의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문재인의 민주당과 이재명의 민주당은 다르다"면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진정한 정권교체'라고도 주장했다.  

스스로 "이것이 나의 마지막 정치활동"이라며 국민의힘을 떠난 그를 지난 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정치 그만두려고 했는데... 이재명에게 직접 전화가 왔다"
 

- 29세에 민주공화당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 쭉 보수정당의 정치인이었다. 갑작스레 국민의힘을 떠나게 된 계기가 있나?

"처음에 제가 당을 오면서,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 뒤 당의 모습을 보니 '아, 이제 보수와 진보가 없어지는구나' 싶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오고,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오고, 또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오는 걸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개인적으로 그분들에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당을 너무 바꿔온 사람들이 아닌가. 특히 김종인 전 위원장은 홍준표 의원과 관계가 굉장히 안 좋지 않았었나. 내가 이 당에 좀 더 있다 보면 내 목소리가 커질 것 같았다. 그렇다고 당을 향해 내가 목소리를 내고 고함을 치면 당만 더 혼란스러워지지 않겠나. 이제 나이도 있고, 당에 누를 끼칠 수도 없으니 그냥 떠나자고 결심했다. 정치를 그만둘 생각이었다."
 
박창달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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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어떻게 정치를 그만두려 했던 보수 정치인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도울 생각을 하게 됐나?

"당을 떠났는데, 이재명 후보로부터 몇 번 직접 전화가 왔다. 만나자고 하더라. 그래서 만났다. 만날 수 있었던 이유가 뭐냐 하면, 이재명 후보가 대구경북 출신 후보 아닌가. 민주당 정당 사상 TK 출신 대선후보가 나온 적이 없다. 내가 어차피 정치를 그만두는데, 지금까지 대구경북으로부터 많은 신세를 졌다. 그래서 정치를 마무리하면서 어떻게 지역에 보답할까를 고민하던 차에, 이재명 후보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 이재명 후보를 만나고 나서 지지할 생각이 든 건가?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는 아주 달랐다. 참 소탈하고 격의가 없고, 말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아는 것도 많았다. 또 이재명 후보가 삶의 과정이 힘들었잖나? 그 과정을 거치면서 이 후보가 돌파력도 강하고, 위기 극복 능력도 굉장히 강해졌다는 게 느껴졌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먹거리 구상에 대해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4차 산업과 관련해서 메타버스 산업단지 유치 등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이재명 후보를 모시고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서, 낙후된 대구경북이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 실제로 만나본 이재명 후보는 어땠나?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았다. 내가 청년이었던 시대에는 주로 '하면 된다' '잘 살아보자', 이게 시대정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지 않나. '실용과 공정', 이게 지금의 시대정신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이 후보와 나의 생각이 같았다. 그러면서 마음 속으로 '한번 해봐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후보 지지를 선택한 이유다."

"홍의락 비난 이해... 선거 후 어떤 자리도 맡지 않는다"

- 대구경북지역 총괄선대위원장이 이름만 있는 가벼운 자리는 아닐텐데, 이재명 후보가 이 자리를 직접 맡겼는가?

"그 전에 통화나 직접 만난 자리에서 직위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내가 먼저 하지도 않았다. 어떤 자리를 바라고 이 후보를 만난 게 아니었다. 후보를 돕기로 했을 때도 자리와 상관 없이, 지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실무자를 통해서 전화로 연락이 와서 이런 자리를 맡아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다. 정식으로 제안을 받고 수락을 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게 먼저 보도가 나가면서 기정사실화됐다. 어차피 돕기로 한 것이고, 대구경북이 중요한 지역이니, 이 지역을 발전시키고 당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박창달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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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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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측에서는 '황당한 일' '변절' 등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나.

"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건 내가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45~46년 동안 이 보수정당을 지켜왔기 때문에, 나의 결정에 대해 실망하고 비난한다고 해도 내가 감수하고 스스로 다잡아야 한다. 나도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또 전화가 많이 왔다. '아쉽다' '섭섭하다'는 전화도 많았고, '이해한다' '응원한다'는 전화도 있었다."

- 홍의락 전 의원이 상당히 날 서게 비난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는가?

"그럴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홍의락 전 의원의 경쟁자가 아니다. 나는 이제 나이도 있고, 앞으로도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뭐가 됐든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어떤 자리 때문에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게 아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대구경북의 발전을 위해서 (이 후보가) 윤 후보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후보 당선을 위해 내가 일조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돕겠다는 것이지, 그 외에는 아무런 뜻이 없다."

"보수·진보 구분 의미 없어... '이재명의 민주당'은 '문재인의 민주당'과 다를 것"

- '대통령 윤석열' 보다 '대통령 이재명'이 더 낫다는 건가?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게 아니다. 윤 후보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다만 내가 생각한 건, 대구경북의 발전을 위해서 누가 더 낫냐는 것이다. 아까 이야기한 대구경북의 구체적인 발전상도 그렇고, 행정 경험도 있다.

지역주의 구도 타파를 위해서도 그렇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계층 갈등과 지역 갈등 해소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민주공화당 창당이 1963년이었다. 그 이후로 대구경북 출신 대통령이 몇 명이었고, 이들 재임기간이 몇 년이었나? 그 기간 동안 대구경북의 모든 자세와 생각이 거기에 갇혀 버렸다. 그 사이 대구경북은 늙어 버렸다. 젊은 청년들이 다 서울로, 수도권으로 떠난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없고, 살 곳이 없다. 젊은이들이 이곳에 머무를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보수니 진보니 하는 구분은 크게 의미가 없다. 새 시대가 오고 있다. 이제는 산업화와 근대화·민주화 세력, 지금의 2030 청년세대가 모두 같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구경북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 마음을 안 여는 동안 오히려 홀대 당했다.

앞으로 대구라는 공간과 이곳 정당에 너무 고착되지 말고, 새 시대 새 세계와 같이 가야 한다. 평생 쌓여온 지역감정을 해소해야 한다. '친일파'나 '빨갱이'라는 말은 모두 역사 속으로 묻고, 우리는 이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이게 실용주의이고, 이걸 미래지향적인 대통령 이재명이 할 수 있다고 본다."

- 하지만 전반적 정서, 특히 대구경북의 정서는 정권 재창출보다 정권 교체 쪽에 쏠려 있다.

"나는 이재명의 당선이 '정권 재창출'이라는 데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보통 정권이라 하는 것도 그렇고, 정당이라 하는 것도 그렇고, 이름이 많이 바뀌지 않느냐? 사람의 교체냐, 정당의 교체냐의 차이일 뿐이다. 김영삼 정권과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은 모두 다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도 다르다. 나는 이 후보가 되는 것도 진정한 정권교체라고 본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문재인의 민주당'과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여러 정책을 모두 다 그대로 갖고 가겠다는 게 아니다. 국민의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다른 정책도 펼 만한 사람이다. 이재명의 돌파력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재명은 실력이 있다고. 민주당 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이재명이고, '이재명의 민주당'을 통해 추진력 있게 일을 해나갈 것이다."
 
박창달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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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이를 위해 정치인 박창달이 할 수 있는 건, 혹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대구경북위원장이니까 대구경북 2030 세대들, 후배들을 만나면서 앞으로 그들이 뭘 바라는지 들으려고 한다. 경제와 부동산 문제, 젊은이들의 직장 문제를 해결해줄 비전을 보여준다면 청년세대가 따라올 것이다.

미래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면, TK도 문을 열고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다. 이를 위해 욕을 좀 먹더라도 내가 앞장 서보려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새 시대를 맞이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런 나라를 여는 길에 마지막으로 기여하고 싶다. 이 후보가 그런 길을 되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제1야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도 잘 되면 좋겠다. 그래도 내가 있던 당인데, 못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윤석열-이재명 후보가 선의의 정책 대결을 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서로 국민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서로 네거티브하고 흠집내는 것이 아니라, 보필하는 사람들도 열심히해서 국가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경쟁이 됐으면 좋겠다."  

태그:#박창달, #이재명, #윤석열, #대통령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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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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