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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조와 산하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2일 오후 12시30분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파견법을 위반한 현대건설기계를당장 기소하라"고 요구했다.
 전국금속노조와 산하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2일 오후 12시30분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파견법을 위반한 현대건설기계를당장 기소하라"고 요구했다.
ⓒ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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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12월 불법파견으로 고용노동부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1년째 불법파견이 확인된 사내 하청회사 '서진이엔지' 직원들을 직접고용하지도 않고 과태료 4억 6000만원도 내지 않고 있다.  

해고된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은 막막한 생계를 491일째 이어가고 있다. 교섭이 진행되던 지난해 7월 회사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핑계로 갑자기 폐업했다. 그리고 57명이 한꺼번에 해고됐다. 이들은 원청 현대건설기계를 상대로 불법파견 진정을 넣어 노동부의 확인을 받았으나 1년째 복직하지 못한 채 거리에서 투쟁 중이다.

"두 번 죽임을 당하는 것 같다."

해고된 이병락씨가 2일 서울 대검찰청을 앞에서 말했다. 해고되면서 한 번 죽임을 당했고, 불법을 눈뜨고 방관하는 검찰에 두 번 죽임을 당했다는 뜻이다. 1년 전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을 확인했고, 7개월 전엔 기소 의견으로 송치까지 받았으나 검찰은 고용노동부에 보완수사 지시만 내리고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해고자들에게 제일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강약약강', 재벌 앞 몸 사려"

전국금속노조와 산하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2일 낮 12시30분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노동부의 기소 의견에도 현대중공업 불법파견 사건 서류만 1년째 만지고 있다"며 "재벌의 범죄 앞에서 몸 사리는 검찰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사내하청지회는 "정작 검찰은 계속 기소를 미룬 채 노동부에 보완수사 지시만을 내리고 있다. 수사가 부족하면 압수수색 등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음에도 이는 꺼내지 않고 노동부의 수사 탓만 한 채 시간을 허비한다"며 "피해 노동자는 작년 여름부터 500일이 다 되도록 현대중공업 정문 건너편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는데 가해자인 회사는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고 규탄했다.

서진이엔지 해고자들의 핵심 요구는 '불법 파견 철폐'다. 현대중공업은 마치 하청회사에 하도급을 준 것처럼 외형을 꾸몄으나 실상 대부분의 업무 내용을 원청이 정하고 지시할 뿐 아니라 노무관리도 했던 '위장 도급'이었다.

이에 하청노동자들이 진짜 사용자는 원청이라며 고용노동부에 진정했고, 노동부가 지난해 12월 "서진이엔지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를 2021년 1월28일까지 직접 고용하라"고 현대건설기계에 명령했다. 명령을 따르지 않고 과태료도 내지 않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11일 현대건설기계를 파견법 위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공소장에 가장 많이 언급된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전국금속노조와 산하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2일 오후 12시30분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금속노조와 산하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2일 오후 12시30분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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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최근 '21년 2개월'이란 구형량 합계가 논란이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이 남 일 같지 않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1월 30일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장을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 17명에게 총 21년 2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불법파견·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는 시위, 행진, 농성 등을 하다 공공기관 구역에 침입하고 집회 신고 범위를 벗어났거나 교통을 방해했다는 혐의가 전부다.

검찰이 이들 공소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가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참여하는 단체다. 검찰이 범죄라 지목한 집회·농성의 상당 부분은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항의 집회다. 이들은 "2010~2020년 법원이 32차례나 현대기아차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지만 단 한 차례의 시정명령도, 검찰 기소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정동석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부지회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이번 검찰 기소가 "분노스럽다"며 "검찰은 항상 노동자의 의견은 등한시하고 재벌과 사용자의 의견은 잘 받아 안는다. 재벌에 편파적인, 재벌을 봐주기만 하는 행태를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서진이엔지 해고노동자들을 대리하는 정기호 변호사(금속법률원)는 회견에서 "자동차 의장 라인은 대법원에서 3차례나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났는데,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이 맡은 공정이 이 의장 라인과 거의 같다. (기소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 한다. 조속히 검찰이 기소해서,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우리는 검찰이 불법파견 확산의 공범이 아닌지 묻고 싶다"며 "산업현장에 만연한 중대한 범죄행위인 불법파견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기약 없는 소송전으로 내몰리는 것은 검찰의 형사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은 방조와 소극적 태도로 재벌과 자본의 입장을 적극 두둔해 왔고 하루하루 피 말리는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불법파견 피해 당사자들 따위는 결코 안중에 없었다"며 "불법파견 범죄행위를 방조하며 기소조차 하지 않는 검찰규탄 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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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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