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에덴메모리얼 리조트에는 호텔과 정원, 그리고 추모공간이 있다.
 에덴메모리얼 리조트에는 호텔과 정원, 그리고 추모공간이 있다.
ⓒ 김희정

관련사진보기

 
"에덴파라다이스 호텔 가자, 정원(garden)이 진짜 이쁘대, 정원마다 무슨 주제도 있다고도 하고. 호텔 바로 옆에 추모공간도 있다는데 젊은 엄마들이 아기 데리고 와서 놀고 커피숍에서 커피도 마시고 그런다네. 호텔과 정원, 그리고 추모공간이라, 신기하지 않아?"

지인은 이천시 마장면에 새로운 '핫 플레이스이자 힐링여행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11월의 어느 주말 오후, 나는 냉큼 지인을 따라나섰다. '에덴메모리얼 리조트'는 이천시내에서 자동차로 약 25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도드람산 자락에 있다.

도드람산은 이천의 명산이다. 효자를 살린 돼지에 관한 전설도 품고 있다. 도드람산으로 이어지는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둔덕으로 올라가자 넓은 주차장 위 정원이 반긴다. 정원의 나무와 꽃은 수수하고 예쁘다.

이런 곳이 추모의 공간이라니

정원을 걷다가 어떤 풍경에 걸음을 멈춘다. 잔잔한 피아노곡이 흐르는 정원에서 아이는 비눗방울을 좇아 뛰어다니고 젊은 부부는 그 풍경을 핸드폰에 담는다. 정원을 산책하는 노부부, 여고 동창 모임 중인 50대 여인들, 20대 연인 등 하하 호호, 사랑스런 웃음소리도 더해져 더없이 여유롭고 평화롭다. 정원 바로 옆에 추모공간(에덴낙원, 유수식 자연장, 봉안당, 부활교회, 추모공간 및 장례에 관한 문화공간)'이 있다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추모공간인 에덴낙원, 연못 안 작품은  박장근 조각가의 ‘긍휼을 구하는 기도 손'
 추모공간인 에덴낙원, 연못 안 작품은 박장근 조각가의 ‘긍휼을 구하는 기도 손"
ⓒ 김희정

관련사진보기

 
1층 카페동에 있는 카페 '알렉스 더 커피'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하여 추모공간을 향해 걷는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명확해진다고 했다. 푸른 측백나무로 촘촘하게 둘러싸인 잔디밭 한가운데 물이 담긴 둥그런 연못 안에 하늘을 향해 편 하얀 손(박장근 작가의 '긍휼을 구하는 기도 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문득 이곳이 영화 속 한 장면이거나 품격있고 세련된 미술관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유골이 정화된 물을 타고 흙으로 스며들어 자연의 일부가 되는, 유수식 자연장은 특히 인상적이다. 흙에서 온 것은 다시 흙으로, 그리고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이 거름이 되어 다시 나무를 키우는 자연의 순리가 떠오른다. 이곳 리조트의 큰 주제는 '삶과 죽음의 공존, 빛과 자연 속에서 쉼과 회복'이다. 이 주제에는 곽요셉 에덴낙원재단 이사장과 이곳을 설계한 최시영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그리고 많은 이의 바람과 소망이 담겨있다.

추모공간에서 나와 다시 호텔 앞이다. 호텔 본동 앞은 루프탑가든(옥상정원)이다. 넓은 정원 위의 또 다른 정원인 셈이다. 이 가든은 항아리가 있는 한국식 전통마당과 소박한 영국식 정원, 이렇게 2가지 콘셉트로 구성됐다. 우리 선조들이 관혼상제 등의 집안의 큰 행사를 마당에서 치렀듯 이곳에서는 돌잔치나 생일파티, 와인파티, 작은 결혼식, 소모임 등 작은 행사를 한다.

이곳의 꽃과 나무는 싹이 돋아 꽃이 피고 비바람에 흔들리고 시들어지는 등의 과정을 그대로 둔다. 식물의 순환 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을 자연스럽게 상기하게 하자는 의도이다. 정원 중앙에 있는 기다란 십자형 분수는 예쁘다. 낮에도 그러하고 은은한 조명이 켜진 밤 풍경도 예쁘다. 예쁜 풍경은 보는 것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일상에서 쌓인 복잡한 감정을 잊게 한다.

십자형 분수는 1층 에덴정원 중앙에 있는 작은 운하(에덴 커낼. canal)와 일직선으로 연결돼 있다. 건축의 신비가 느껴진다. 루프탑가든을 사각형으로 그렸을 때 각 꼭짓점 즈음에 유리천장(글라스실링)이 있는데 이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다. 유리천장은 1층 카페동에 위치한 도서관과 연결돼 있다. 도서관에서 4개의 유리천장에서 쏟아지는 자연빛과 그 빛을 받고 자라는 식물을 볼 수 있다.

도서관에는 누군가가 사랑한 책들이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정원과 추모공간을 산책하면서 인간의 삶과 죽음, 빛과 어둠, 자연과 식물에 관해 사유하다 보면 문학적 감수성이 샘솟을 것 같다. 도서관은 호텔 투숙객이나 회원에 한해 이용 가능하다.
     
에덴파라다이스호텔 옥상정원에 서면 에덴정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에덴파라다이스호텔 옥상정원에 서면 에덴정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 김희정

관련사진보기

 
에덴정원에서 나만의 정원과 길 찾아보기

에덴정원은 약 3,500평(1만 2000㎡)넓이로, 정원을 7개의 구역으로 나눈다. 각 공간마다 주제가 있고 가든 이름도 다르다. 가든을 각각 다른 방이라고 상상하고 나만의 방을 찾아보는 것도 가든을 즐기는 방법이다.

정원의 길바닥재도 달라서 걷는 재미를 더한다. 어느 길은 나무바닥이고 또 어느 길은 돌바닥, 대리석, 붉은벽돌, 흙길도 있다. 작은 돌이 깔린 길은 아이들에게 신나는 놀이터 역할도 한다. 또 눈 여겨봐야 할 부분은 정원의 좁은 길이다. '휴먼 스케일(human scale. 인간의 몸 크기를 기준으로 정한 공간)이라고 했다. 넓고 편안한 길을 걷다가 인생에서 좁은 길을 만나면 힘들더라도 방향을 바로 잡고 자신한테 집중하여 걸어보자는 것이다.

여행지마다 맛있는 음식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일 터. 먼저 이 리조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세상의 모든 아침' 바로 아래에 있는 작은 텃밭 ①'셰프&키친가든'을 둘러본다. 이 가든에서는 방울토마토와 양상추, 치커리, 허브 등 샐러드용 채소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키운 유기농이다. ②스위트가든의 블루베리와 산앵두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레스토랑과 홍차전문점 '티하우스 에덴', 직원 식당 등에서 음식재료로 사용한다. 여기에는 '팜 투 더 테이블(Farm to the Table)'과 '푸드 마일리지' 즉, 농장에서부터 식탁까지의 거리를 최소화하는 철학이 담겨있다. 이곳 음식이 신선하고 맛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환경운동에도 작은 힘을 보탠 셈이다.        
 
에덴정원의 연못가든(에덴 힐 폰드, 호수가든)에서는 작은 결혼식과 파티 등 다양한 야외 연회를 할 수 있다. 근처에 유리온실이 있다. 오후 5시 즈음 노을이 물들때 특히 아름답다
 에덴정원의 연못가든(에덴 힐 폰드, 호수가든)에서는 작은 결혼식과 파티 등 다양한 야외 연회를 할 수 있다. 근처에 유리온실이 있다. 오후 5시 즈음 노을이 물들때 특히 아름답다
ⓒ 김희정

관련사진보기

 
에덴정원은 곳곳이 포토존이지만, 특히 ③'연못가든(호수가든)'은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포토존이다. 돌담과 푸른 잔디와 직방형 연못, 그리고 연못 주위의 메타쉐콰이어, 대왕참나무, 버드나무와 벤치는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오후 5시 즈음 노을과 함께한 풍경은 환상적이다. 사랑하는 이와 혹은 혼자라도 꼭 보기를 권한다.

이곳은 야외 결혼식과 음악회 등 다양한 연회 장소로도 쓰이는데 의미 있는 결혼식도 있었다. 아버지를 에덴낙원에 모신 딸이 에덴파라다이스호텔 정원에서 결혼식을 하길 원했다. 아버지 손을 잡고 같이 입장하지 못하지만, 아버지는 그 마음을 아실거라고 신부는 말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한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셈인데, 가슴이 뭉클하다.

이 가든의 벤치에 앉아 호수와 산과 하늘을 멍하게 바라보니 그것들과 바람이 전하는 위로와 격려의 말이 느껴진다. 정원의 군데군데에는 벤치가 있다. 가든 주제에 따라 색이 다른데 이 벤치에서는 누구든 등을 기대고 앉아 쉴 수 있다.

키 큰 블루엔젤 나무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해보고 ④에스펠리어(Espalier)가든으로 들어간다. 스페인어로 '어깨동무를 하다'라는 뜻을 가진 에스펠리어, 이 가든은 대왕참나무가지가 4면을 감싸고 있다. 위로 자라는 대왕참나무의 성질을 덩굴처럼 어깨동무를 하며 옆으로 힘차게 뻗어 나가게 하는 재배 방법을 시도해 성공한 경우이다. 정원 곳곳에는 글라스하우스가 있다. 이곳은 계절과 상관없이 작은 음악회, 공연,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호텔에 문의)도 가능하다.    
 
사색의 가든에서 2021년을 돌아보고 2022년을 계획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색의 가든에서 2021년을 돌아보고 2022년을 계획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김희정

관련사진보기

 
이제 좀 쉬어갈 차례. '티하우스 에덴'은 정원 속 또 다른 정원이다. 이곳에는 40여 종의 홍차도 있다. 전문 티소믈리에가 직접 우려주는 정통 홍차는 물론이거니와 핸드드립커피, 수제스콘과 수제밀크티도 맛있다. 홍차와 다양한 식물관련 강좌도 진행한다. 산사나무와 측백나무로 둘러싸인 ⑤사색의 가든에도 들어가 보길 권한다.

그 공간을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거나 작은 분수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2021년을 돌아본다. 두 사람이면 한 방향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공간이 주는 힘을 느낄 것이다.

에덴정원은 나무 한 그루, 꽃 색깔에도 의미가 들어 있다. ⑥화이트&실버 가든에는 램스이어, 은쑥, 목수국 등 10여 종의 흰색과 은색계열의 꽃나무가 주를 이룬다. 화려하지 않지만 흰색과 은색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위안을 준다.

⑦기도의 가든은 이 리조트의 첫 번째 주차장 바로 위의 오른쪽에 있다. 측백나무를 가림막 삼아 작은 벤치에 앉으면 풀더미 사이의 작은 돌십자가와 마주한다. 종교와 상관없이 삶에 지칠 때 찾아와 벤치에 앉으면 뭔지 모를 위로를 얻을 것이다.

영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비타 색빌 웨스트(1892~1982)는 "정원이 하나 더 생겼다면 인생의 배움도 하나 더 생긴 것이다. 배움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은 하나의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정원사이기도 했다. 사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힘든 노동이다. 그런데 에덴메모리얼 리조트에서는 누구라도 아름다운 정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그것도 공짜, 무료로.

이 리조트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혹은 가든 도슨트와 함께 하는 정원을 투어('에덴 프롬나드. 코로나로 인해 일시정지 중, 사전에 호텔 문의 필요)'를 해도 좋다. 날이 춥지만 다가올 따듯한 봄날, 싱그러운 새싹을 선물로 주기 위해 소리없이 준비하는 겨울나무를 보러 갈 차례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