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01 09:01최종 업데이트 21.12.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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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제68차 무역개발이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이는 1964년 UNCTAD가 설립된 이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변경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일궈온 지난 57년의 노고와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성장 과정의 이면에 극심한 사회 양극화로 인한 갈등이 한국 사회의 큰 문제로 자리하게 되었으며, 이중 불로소득은 공정과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불로소득 환수 
  
우리나라 헌법 제119조 제2항에 따르면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의무와 권한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과도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은 경제민주화와 균형발전은 물론 민주국가의 기본 의무와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다. 오늘날 불로소득에 대한 이익 환수 중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의한 개발부담금이다. 그러나 개발부담금은 개발구역 내 토지만을 대상으로 할 뿐 개발구역 밖의 토지에 대한 불로소득은 환수할 수 없다는 법적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법안이 1989년에 입법화 된 토지초과이득세법(이하 토초세법)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1994년 7월 29일 토초세법 일부 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1994년 12월 22일 토초세법을 일부 개정하였다. 그러다 부동산 실명제 실시와 토지종합전산망 가동 등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제도가 마련되고 토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향·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1998년 12월 28일 토지초과이득세법을 폐지하였다.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LH 투기 사건 중간점검 토론회' 2021.8.11 ⓒ 연합뉴스

 
그러나 최근 개발 이익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개발구역 밖의 토지에 대한 개발이익 환수와 부의 불평등 문제 해소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요구가 높아지면서 과거 1989년 당시 토지공개념 3법 중 하나인 토초세법의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사회적 요구에 대해 일부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에서는 토초세법은 위헌이라며 부활에 대한 강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토초세법은 위헌 결정이 아니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그 후 법개정을 통하여 위헌적인 요소를 해소하였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당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여 더는 필요 없다고 여겨 법을 폐지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 변화된 사회적 조건을 고려해 토초세의 재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토초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내용을 살펴보고 현시점에서 왜 토초세 부활이 필요한지 살펴보자.  

헌법불합치 결정 바로 읽기 

1994년 당시 헌법재판소는 토초세에서 규정하고 있는 ①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 문제 ② 양도소득세와의 이중과세 문제 ③ 유휴토지 등 과세 대상 범위 문제 ④ 기준시가 등 과세표준 위임입법의 한계 문제 등을 지적하였다.  

첫째, 헌법재판소는 실제 이득을 얻었냐 아니냐는 과세 정책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봤다. 따라서 실현 이득이냐 미실현 이득이냐는 헌법불합치 결정과는 별개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미실현 이득이라는 이유로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잘못 설명하고 있다.

둘째, 양도소득세와 토지초과이득세는 매우 유사하여 이중과세 문제가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이다. 그러나 헌재는 먼저 발생한 부분을 완전히 정산한다면 이중과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현재 논란이 되는 국토보유세와 재산세의 이중과세 문제도 먼저 발생한 세금을 공제한다면 이중과세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헌법재판소는 과세 대상 범위에 있어서 유휴토지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 부분에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불로소득의 환수 및 지가 안정이라는 토초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토지초과이득세의 대상 범위를 유휴토지 등에 해당하지 아니한 토지에도 확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렇게 하면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이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원칙을 적용해 유휴토지와 비 유휴토지 소유자 간의 조세형평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넷째, 기준시가 등 과세표준 위임입법의 한계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기준시가의 산정기준이나 방법 등을 하위 법규에 백지위임한 것은 조세법률주의 혹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에 1994년 12월 22일 토초세를 일부 개정하여 기준지가 산정근거가 공시지가 및 동 공시지가를 기초로 산정한 개별토지가격임을 법률에 명시해 위헌적인 요소를 해소하였다.  

그 밖에도 1994년 당시 토초세 일부 개정을 통해 지가하락시의 보완 규정을 마련했고, 일정 기간 내 양도 시 토초세를 양도소득세에서 전액 공제하도록 하였으며, 조세 마찰 소지를 해소하기 위하여 정기 과세의 경우 지가가 안정된 시기에는 전국 단위 과세를 중지하고 지가 급등 지역만 과세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해 개인의 재산권 보호 관점을 충분히 반영했다.  

지금 토초세가 필요한 이유 

토초세의 입법 취지는 ① 이득이 있는 모든 곳에 반드시 조세가 따름 ② 토지소유자 개인의 노력과는 상관없는 개발이익 등 불로소득은 조세로 환수 ③ 유휴토지 등에 대한 투기적 수요 억제 ④ 지가의 안정과 실수요자에 의한 유휴토지 등 공급의 확대 ⑤ 생산구조 내에서 토지가 차지하는 경제적·사회적 제비용의 절감 ⑥ 조세부담의 형평성 등을 위한 것이다.

이런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오늘날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토초세의 부활은 필요하다. 
 

인천의 한 신도시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의 분양권 프리미엄 금액 안내문. 2020.7.20 ⓒ 연합뉴스

 
다만, 토초세 부활의 필요성이 아무리 높아도 현 시점에 맞춰 놓치지 말아야할 점 역시 있다. 

먼저 1998년 페지 법안의 한계를 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과세 대상을 유휴토지 등으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헌법재판소가 지적했던 위헌 요소 중 '표준지 수의 부족에 따른 선택의 폭이 지나치게 좁은 문제',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하는 행정공무원의 전문성 부족 문제', '계측 수단의 문제' 등의 문제는 여전하다. 이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토지초과이득세를 산정할 것이 아니라 종료 시점 당시의 적정시세를 반영해야 하며, 적정시세는 전문기관을 통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헌법재판소가 미실현 이득에 대한 위헌성 여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평하고 정확한 계측 여부가 최우선 과제라고 언급하고 있는 것도 향후 입법 과정에서 깊이 고민해야 할 점이다.  

끝으로 토초세와 같이 재산권을 제한하는 법안은 충분한 소통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과정을 충실히 밟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참고] 토지초과이득세법 위헌소원(1994. 7. 29. 92헌바49,52(병합) 결정문 요약

제도 자체의 헌법적 정당성 문제

미실현 이득
- 실현 이득이나 미실현 이득 양자가 본질적으로 차이 없음.
- 과세대상이득의 공평하고도 정확한 계측 여부가 제일의 과제.

이중 과세
- 종합토지세는 토초세와는 각각 그 과세목적 또는 과세물건을 달리하여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없음.
- 양도소득세 부과시 양도소득세와 중복과세의 성격을 가진 기 발생 토초세를 정산하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어 있지 아니하는 한 이중과세 문제로 인한 토초세 제도 자체의 합헌성에 의문이 없을 수 없음.

과세 대상 범위
- 과세대상을 유휴토지 등으로만 한정하고 있는 관계로 아무리 많은 불로소득이 생기더라도 유휴토지 등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토지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불로소득의 환수 및 지가 안정이라는 토초세법의 본래 목적달성에 있어서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기능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점이 있음

개별 조항에 대한 구체적 검토

과세 표준 
- 기준시가의 산정기준이나 방법 등을 하위 법규에 백지위임하지 아니하고 그 대강이라도 토초세법 자체에서 직접 규정해 두는 것이 국민생활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보아 보다 더 합리적이고도 신중한 입법태도임.
- 기준시가의 평가작업을 신속·정확히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는 전문적 지식을 가진 평가인에 의한 작업수행이 그 필수적인 전제가 된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음.
- 토초세법은 매매의 의사 없이 여러 과세 기간에 걸쳐 장기간 토지를 보유하는 경우 전체 보유기간 동안의 지가의 변동상황에 대처함에 있어서는 아무런 보충규정도 두고 있지 아니함.

세율
계측의 객관적 보장이 심히 어려운 미실현 이득을 그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는 관계로 토초세의 세율을 현행법과 같이 고율로 하는 경우에는 자칫 가공이득에 대한 과세가 되어 수득세(개인이나 법인이 일정한 기간에 얻은 재산에 대하여 부과하는 조세)로서의 토초세의 본질에 어긋나는 원본잠식의 우려가 있음

유휴 토지 등 
- 지금 당장 완성된 주택을 소유하기보다는 장차 주택을 소유하기 위하여 우선 택지를 확보하여 둘 필요가 있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며 이러한 개인의 계획과 장래 대비를 비난하거나 무시하여도 좋을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
- 당해 토지가 위 법률에 따른 소유제한 범위 내의 택지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오로지 당해 토지상에 현재 건축물이 존재하고 있는지의 여부에만 관심을 두고 이에 따라서 토초세 과세 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음.

임대용 토지 
- 임대에 쓰이고 있는 토지 중 건축물에 부수하여 임대하는 건축물의 부속토지와 대통령령이 정하는 토지를 제외한 나머지 일체의 토지를 유휴토지 등에 포함시키고 있음.

세액 공제
- 양도소득세액에서 토초세액 전부를 곧바로 공제하지 아니하는 결과 위 두 가지 세금이 중복되는 부분이 생길 수 있음.
- 적어도 임대토지에 관한 한 과세대상에의 해당 여부를 거의 전적으로 대통령령에 일임하는 결과가 되어 그 위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것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음

필자 소개: 20년 이상 부동산 전문 감정평가사로서 현재 감정평가사연수원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취득 후 해양수산피해보상 전문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가천대학교 도시계획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국토교통부 신도시자문위원을 거쳐 현재 아산신도시 총괄계획가(Master Planner)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해 안진걸 소장과 함께 민생경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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