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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안에서만 키우던 아이들이 어느새 학교에 다닐 나이가 되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장소임과 동시에 부모로부터 벗어나 시작하는 작은 홀로서기의 장이 된다. 아이의 작은 홀로서기를 지켜보며 어느정도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부모로서 자연스러울 것이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봐도 상세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려 들기에 아이의 학교생활은 막연히 짐작해 보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그럼에도 오늘 역시 어김없이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이유는, 아이와 교사 무엇보다도 공립기관인 학교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뢰받아야 할 공교육기관은 종종 그 신뢰감을 무너뜨리는 경우도 있다. 오늘 아침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아침식사 시간 동안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큰아이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3개월간 조사, 70%가 매운찬으로 이뤄진 급식

"어제는 맨밥만 먹었어."

깜짝 놀라 이유를 물어보니 반찬이 모두 매운 것 뿐이라 밥 이외에는 먹을 것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자주 있다길래 무거운 마음으로 알아보다가 병설유치원이 포함된 학교 홈페이지에 급식사진이 올라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급식 카테고리에 게재된 매일 매일의 급식사진을 보게 되자 깊은 분노를 금할 길이 없었다.

분노를 참으며 최근 3개월간의 급식사진을 꼼꼼히 체크하며 통계를 내보았다. 9~11월 이렇게 최근 3개월 간의 급식에서 제공된 찬은 총 219찬(밥소스 및 국물류 포함). 그 중에서 매운맛으로 만들어진 찬은 총 152가지였다. 전체 찬의 70%가 매운찬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 공립유치원의 4일 연속 급식. 밥을 제외하고는 온통 고추가 들어간 음식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우리 아이 공립유치원의 4일 연속 급식. 밥을 제외하고는 온통 고추가 들어간 음식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 A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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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어떤 날은 '매운맛 만으로' 구성된 날도 있었는데 3개월간 전체 급식일 53일 중 48%에 해당하는 24일이나 되었고, 심할때는 연속 5일간 매운 음식'만' 제공되기도 했다. 6, 7세 유치원생과 1·2학년 저학년의 학생들 중 매운것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은 정말 '맨 밥'만 먹어야할 상황이었다. 

때마친 지난 11월 10일 한 시민단체의 학부모들이 인권위를 상대로 '매운급식은 사실상 아동학대에 다름 아니'라는 내용의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한 아동 관련 시민단체 회장은 "매운급식이란 매운맛을 맛볼 기회를 제공한 것일뿐이며 아동에게 매운맛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편식을 강요하는 것이라 오히려 아동학대다. 자전거 타는것도 넘어지고 다치며 배우듯 음식도 마찬가지"라는 발언을 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이전에도 이런 문제제기가 꾸준히 있어 왔으며 그에 대한 기관의 답은 '우리 음식의 주를 이루는 매운맛을 참고 적응하는것이 좋다'는 식이었다고 한다.

이는 고춧가루가 주를 이루는 한식에 대한 애정이 왜곡된 결과일수도 있고 '매운맛'이라는 표기가 불러일으킨 착시일 수도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매운맛은 맛이라 이름 붙어 있을뿐 사실 통증의 다른 이름이다.

매운맛은 다른 맛과는 달리 미각수용체가 아니라 통각수용체가 감지한다. 그 고추의 캡사이신이 입에 들어가면 약 43도 이상의 음식물을 섭취할 때와 동일한 통증이 유발된다. 문제는 마늘, 양파, 와사비 등의 휘발성 매움과는 달리 고추의 매움은 비휘발성이라는데에 있다.

고추는 식도를 통해서 소화기관으로 이동하여 3시간에 걸쳐 80%가 혈류에 흡수되지만 20% 정도는 흡수되지 못하고 소화기관의 모든 경로에 걸쳐 통증을 가하고 지속시킨다.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한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현장은 바뀌지 않는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까닭을 고찰해 보면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의 의사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이며, 이 사회구성원 가운데에 가장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성차별과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은 상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바뀌었고 바뀌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결집도 안되고 목소리를 낼 수도 없다. 매운급식만 가득한 식판 앞에서 침묵하고 주린 배를 참을 따름이다.

매운음식을 제공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매운음식만 제공하는 것을 멈추라는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그런 매운 음식만을 제공하는 것은 단언컨대 강요다. "유난떨지 말라"며, "우리 식문화"라며 통증을 강요하는 모두가 공범이다.

학교밖의 도로는 어린이보호법으로 약자를 보호하는데 정작 학교 안의 급식실은 약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이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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