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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 해에도 많은 법이 생겨났고 개정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여러분의 삶에 영향을 준 '최고의 법 개정'은 무엇이었습니까? <오마이뉴스>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가 뽑은 '올해의 법 개정'을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더불어 관심 있는 시민기자의 참여를 환영합니다.[편집자말]
입법부인 국회는 새로운 법을 생산하고 기존 법을 AS하는 공장이다. 국회라는 입법공장에서 생산되고 AS되는 법률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21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된 2020년 5월 30일부터 2021년 11월 29일까지 1년 6개월 동안 발의된 법안은 1만3209건이다. 하루에 24개 꼴이다. 

그러나 발의되었다고 모두 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20대 국회에서 4년 동안 2만4141건의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약 62%에 해당되는 1만5125건이 임기만료로 폐기되어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법안 중 약 4분의 1인 3073건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법전에까지 다다랐고, 나머지 법안의 운명은 21대 국회가 만료되는 2024년 5월 30일까지 가려질 것이다.

하루에 24개 꼴로 발의되지만 본회의 통과라는 어려운 과정을 뚫고 법전에까지 다다른 3073건은 모두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중 우리의 인권에 큰 영향을 끼치는 법률개정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필자는 아래 세 가지 법안에 주목했다.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의료법 일부개정안들을 가결하고 있다.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의료법 일부개정안들을 가결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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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수술실 CCTV... 여론에 힘입어 통과되다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12206), 2021. 8. 31.본회의 의결, 2021. 9. 24. 공포, 2023. 9. 25. 시행]

지난 5월 인천광역시 한 척추 전문병원에서 이뤄진 대리수술 영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행정실장, 원무과장 등 비의료진이 칼을 잡고 환자의 피부를 절개하고 봉합했다. 어설프지 않고 능숙하게 칼질과 봉합을 하는 장면을 본 많은 시민들은 충격을 받았고 분노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자연스럽게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아래 수술실 CCTV법)' 찬성 의견으로 이어졌다.

의료계 반발에 밀려 제19대, 제20대 국회에서 거푸 쓰레기통에 처박혔던 수술실 CCTV법은 시민들의 여론에 힘입어 최초 발의 6년 만에 제21대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시민들이 이룬 쾌거라고 평가할 만하다. 다만, 국소(부분)마취 수술이 제외되는 과정에서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시민들에게 소상히 알리지 않는 부분은 아쉽다(관련 기사 : '수술실 CCTV법'에 넣은 독소조항... '국소마취 제외' http://omn.kr/1v9di).

의료법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시행되기 전 유예기간 동안 법안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이 시행되는 2023년 9월 25일까지 수정 보완이 이루어질 기대해본다. 

[둘째] 디지털성범죄 처벌, 가해자 연령은 보완 필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 2106459), 2021. 2. 26. 본회의 의결, 2021. 3. 23. 공포, 2021. 9. 24. 시행]

보통 성범죄는 '폭력'과 '억압'을 전제로 이루어진다고 생각되어 왔다.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들은 몇 년 전부터 성범죄의 수단이 폭력과 억압에서 벗어나 점점 더 지능화되고 있고 이에 대한 법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는 그런 목소리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2020년 2월, n번방 사건이라는 디지털성범죄가 세상에 알려졌다. 가해자들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대상으로 성착취 영상을 찍도록 협박하고 해당영상을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서 판매하는 디지털 성범죄와 함께 이른바 그루밍 성범죄가 논란이 되었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디지털 성범죄, 그루밍 성범죄는 기존 처벌규정으로는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공백이 이제야 공론화 되었고, '성적착취를 목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등의 개정안이 발의되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법률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유승희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는 이번 법률개정안에 대해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하면서도,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가해자들의 연령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집중되는 만큼 가해자의 연령을 19세 이상으로만 규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셋째] 장애인도 제대로 진술조력·국선변호를 받기 위해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 2111152), 2021. 6. 29. 본회의 의결, 2021. 7. 27. 공포, 2022. 1. 28. 시행]

100명이 넘는 발달장애인이 섬에 갇혀 노동력 착취를 당했다는 피해사실이 밝혀진 2014년 신안군염전노예사건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그러나 우리가 분노할 대상은 가해자뿐만이 아니었다. 2014년 이전에도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되었지만 피해사실이 그냥 덮어졌다는 것이 국가배상소송에서 밝혀졌기 때문이다.  

7년이 지난 2021년, 신안군에서 또 유사한 피해사례가 알려지자 장애인권단체들은 전남지방경찰청에 수사를 맡길 수 없다며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서 직접 수사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학대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는 왜 이렇게 부실했던 것일까(관련 기사 : 전남경찰청이 염전노예사건 수사? 이래서 못 믿는다 http://omn.kr/1vu87)?

그 이유 중 하나는 그 당시 피해자들에게 국선변호인, 진술조력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절차가 제대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폭행, 아동학대와 달리 장애인 노동력착취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에 도움을 주는 진술조력인제도, 국선변호인제도가 작동되지 않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이번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모든 장애인학대사건에서 위 제도운영의 근거가 마련되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은종군 관장은 지금껏 옹호기관에서 피해자들의 지원과 회복이 어려웠는데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예산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현행 피해자국선제도 운영상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제도의 안착까지는 관련 기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법무부 등 관련부처의 분발을 촉구했다. 

4표 차이로 부결된 법원조직법 개정
 
판사에 지원할 수 있는 최소 법조경력 요건을 낮추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있다.
 판사에 지원할 수 있는 최소 법조경력 요건을 낮추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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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살펴본 세 개의 법개정과 아울러 필자가 주목한 것은 21대 국회에서 유일하게 본회의에서 부결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 2112201, 2021. 8. 31. 본회의 부결)]

제안이유 : 2011년 사회적 경험과 법조연륜을 갖춘 판사가 재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조일원화제도 도입에 맞춰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있는 자를 판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판사 수급 상황을 고려하여 2013년 부터는 3년 이상, 2018년부터는 5년 이상, 2022년부터는 7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있는 자를 판사로 임용할 수 있게 하는 경과조치를 둔 바 있음. 
  
그런데, 최소 법조경력기간을 도입한 이후 판사 임용이 크게 부진하였고, 2022년부터는 7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요구하여 법관 충원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어 법원의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판사 임용에 소요되는 최소 법조경력기간을 현행보다 짧게 조정하고자 함. (의안정보시스템)

사회적 경험과 법조연륜을 갖춘 판사가 재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조일원화는 2011년 사회적 합의를 이룬 내용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판사수급 상황이라는 논리로 법조경력기간을 현행보다 짧게 조정해야 된다는 의견을 여러차례 피력하였고, 관련 법안이 올해 5월 18일 국회에 제출됐다. 

관련 법은 공청회를 거치지 않고 여야 합의하에 상임위원회를 3개월만에 통과하고 본회의에 상정되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여러 시민단체는 관련 법 통과로 법조일원화의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를 냈고, 본회의에서 4표 차이로 부결되었다. 사법부가 법조일원화라는 사회적 합의를 훼손하며 '최소법조경력의 단축'이라는 쉬운 길이 아니라, '우수한 법률가들의 지원을 위한 공정한 선발과정 마련'이라는 어렵지만 바른 길을 택해야 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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