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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영범(48)씨가 질문지를 보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춘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영범(48)씨가 질문지를 보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한림미디어랩 The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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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설치를 할 때가 가장 힘들지만 그래서인지 가장 보람차기도 해요."

지난 10년간 춘천의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인들을 대상으로 재능 기부를 꾸준히 행한 이가 있다. 광산용 기계수리 전문가인 조영범(48)씨가 그 주인공이다. 유독 쌀쌀한 바람이 불던 11월의 어느 날, 춘천에 위치한 한림대학교병원 옆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아름다운 재능 봉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일러 관련 시공은 수리나 설치가 평균 4시간 정도 걸리는 데다 힘도 많이 들어서 한번 하고 나면 파김치가 되지요"라며 인터뷰를 시작한 그는 "그래도 도와드리는 분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어요"라고 일러 준다.

2011년부터 봉사를 시작해 햇수로 어느덧 10년이 됐다는 조씨는 "주민센터나 장애인 복지회관 등에서 제가 소속해 있는 자원봉사단체인 '보냉가설(보일러·냉방·가스 설비) 봉사단'에 연락이 오면 회장인 제가 사전 답사를 통해 필요한 것들을 확인한 후, 상황에 따라 혼자서 일하거나 필요할 경우에는 회원들과 함께 봉사를 한다"고 했다.

힘든 보일러 수리지만 그래도 특별히 더 어려운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조씨는 "바닥 난방을 설치할 때는 일이 좀 크다"며 "가구들을 밖으로 옮기고 장판을 제거한 후에 보온 배관을 설치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후엔 시멘트를 발라 배관을 밀봉한 후, 보일러를 설치하고서는 다시 며칠 뒤에 장판을 새로 깔고, 가구들을 원래 자리에 갖다 놓아야 비로서 끝이 난다"고 말하는 조씨다.

그렇게 지금까지 모두 42대의 보일러를 수리했다는 조씨는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해 밥을 사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봉투를 주려고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라며 웃어 보인다. 조씨는 또 "보일러실은 공간이 협소한 곳이 대부분이라 오래 작업하다 보면 허리, 팔, 다리가 아프기도 하고 모기에도 많이 물린다"라며 "하지만 보일러를 수리해 드리고 나면 어르신들께서 정말 기뻐하고 좋아하시기에 그러한 고통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조씨가 재능 기부로 봉사하는 보일러의 수리 비용은 어떻게 충당될까? 이에 대해 조씨는 "우선 보일러 시공과 관련된 견적을 구해서 주민센터나 장애인 복지회관에 제출하면 장비 구입과 관련한 재정은 지원이 된다"라며 "따라서 저와 회원들은 기술과 노동력을 제공할 뿐"이라고 겸손하게 알려준다. "그래도 장비 비용이 10만 원 안팎으로 비교적 저렴할 경우에는 우리끼리 갹출해서 해결한다"고 귀뜸하는 조영범씨다.

"기계를 수리하는 일이다 보니 한 번만의 현장 방문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요"라고 이어나간 조영범씨는 "그래서 보일러 수리와 관련된 연락을 주시면 퇴근 후라도 찾아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드리고 있지요"라고 덧붙인다.
 
조영범씨가 좁은 보일러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열심히 보일러 수리를 하고 있다.
 조영범씨가 좁은 보일러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열심히 보일러 수리를 하고 있다.
ⓒ 한림미디어랩 The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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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를 다룰 수 있는 자격증인 '에너지관리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던 조씨는 봉사를 시작할 때 보일러 라인의 누수 정도는 고칠 수 있어 3년 동안 간단한 봉사로 재능 기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장용 보일러와 가정용 보일러는 근본적으로 달라 결국 지인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서 가정용 보일러에 대해 하나하나 공부했어요"라며 "그렇게 차근차근 공부하면서 욕심이 생겨 결국엔 '에너지관리산업기사'와 '에너지관리기능장' 등 보일러와 관련한 자격증을 따게 됐죠"라고 했다.

"그 덕분에 전구, 스위치 교체나 수도배관 누수 등 간단한 봉사에서 벗어나 보일러 설치 및 교체 등과 같이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봉사도 할 수 있게 됐죠"라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렇다고 조영범씨의 선행이 보일러와 관련된 봉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보일러가 가장 큰 봉사 업무지만 이외에도 수도관 교체, 에어컨 점검 등 기계 및 설비와 관련된 것들은 거의 다 도와드리고 있어요"라고 알려주는 조씨는 "의뢰가 들어오면 웬만한 수리는 모두 해드리려고 최대한 노력한다"고 알려준다. 그렇게 해서 얻는 별명이 봉사 의인(義人)을 뜻하는 '봉사(奉仕)' 조영범씨다.
 
조영범씨가 좁은 보일러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열심히 보일러 수리를 하고 있다.
 조영범씨가 좁은 보일러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열심히 보일러 수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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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의 봉사 활동에서 기억에 남는 분이 계시냐는 질문에 조영범씨는 "춘천시 신사우동에 있는 곳이었는데 13번이나 방문을 했지요"라며 "주인장께서 머리 수술을 받은 후,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일러를 만지시는 바람에 고장이 많이 발생해 이것저것 계속 손보느라고 유독 많이 방문을 했었어요"라고 덧붙였다. "그 외에도 지붕 누수, 바닥 배관 누수, 보일러 배관 연결 불량 등 고칠 부분이 많아서 자주 찾아뵀기에 유독 기억에 남네요"라고 일러준다.

그렇다면 조씨는 어떤 계기로 봉사를 시작하게 된 걸까? "시작은 보일러 등의 수리 및 설치와 관련해 정보를 주고받는 '보냉가설'이라는 카페에 가입하면서부터였어요"라는 과거를 더듬기 시작한 조씨는 "카페 내에서 봉사단을 만들어 회원들을 모집하기에 아예 춘천의 '보냉가설' 회원들을 중심으로 봉사단 춘천 지부를 만들어 봉사를 시작하게 됐어요"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RCY에 가입해서 봉사를 했었다"는 조씨는 "헌혈도 꾸준하게 하면서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자 싶었는데 그동안 여유가 없어서 봉사를 못하다 결혼하고 아이들도 어느 정도 크면서 여유가 생겨 10년 전부터 봉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 놓는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조씨는 현재 집수리 봉사 이외에도 야간 순찰, 김장 봉사, 도시락과 건강음료 배달, 헌혈 등 그의 손길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생활 속의 봉사 활동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이런 영범씨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는 것은 물론 가족들이다. "아내는 봉사단 조끼 세탁에서부터 부품 구매, 공구와 자재 운반 등을 살뜰히 챙겨주고 있어요"라며 "아이들 또한 봉사 활동에 직접 참여하기도 해서 행복하게 봉사 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나게 행복하고 기대되는 일이에요"라며 말을 이어 나간 그는 "몸이 허락하는 한 할 수 있는 봉사는 모두 해 보고 싶어요"라며 쌀쌀한 날씨 속의 훈훈한 인터뷰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 홍새미 대학생기자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인터뷰 실습> 과목의 결과물로,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한림미디어랩 The H(http://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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