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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들을 따라 대전중앙시장 원단 골목에 다녀왔다. 그녀들은 몇 년째 지역 대학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에서 천아트와 직물공예 수업을 받고 있다. 여타 강좌와 비교해 모집 인원이 제한적이라 모집 요강이 나오자마자 수강 인원이 찰 만큼 경쟁률이 치열하단다. 배우는 과정도 여간 힘든 게 아니고, 재료비 또한 만만치 않다며 볼멘소리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모든 불만을 잠재울 만큼 재미져서 그만둘 수가 없다는 게 그녀들의 총평이다.

내 눈에도 그녀들은 취미생활을 그만둘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어 보인다. 이래서 어렵네, 저래서 힘드네 하면서도 집에서 얼마나 천을 붙들고 씨름을 하면 한 달이면 두서너 번씩 천을 사러 시장에 나간다. 대량구매를 하거나 특수 원단을 사려면 서울까지 올라가야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엔 대전중앙시장을 이용하고 있단다.

그녀들은 종종 배운 솜씨를 발휘해 가방이며 지갑이며 쿠션 등 일상에 소용 닿는 것들을 만들어 주위의 반응을 살피곤 한다. 나 역시 적지 않은 선물을 받아 왔는데, 한 개 한 개 볼 때마다 그저 그녀들의 재주가 놀랍고 부럽기만 하다. 손끝이 야무지지 못해 취미 생활에 합류까진 못 하고 있지만, 만드는 과정은 궁금하던 차에 원단 사는 길에 따라나서게 된 것이다.
 
대전중앙(도매)시장 원단역 골목은 저렴한 가격에 원단을 사려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대전중앙(도매)시장 원단역 골목은 저렴한 가격에 원단을 사려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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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디넓은 대전중앙시장 원단 골목에 들어서니, 볼 게 많아도 너무 많았다. 잠시 이것저것 구경하다 고개를 돌렸는데, 지인 하나가 원단 가게 주인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뭐 찍으셨어요? 왜 찍으세요?"
"저기 걸린 거 몇 개 찍었어요. 멀찍이서 찍었는데...."
"그래도 말씀은 하고 찍으셔야죠!"


휴대전화로 판매대에 걸린 상품을 촬영하는 지인을 발견한 가게 주인은 기분이 언짢았던 모양이다. 지인은 초점이 안 맞아 제대로 찍히지 않은 사진 몇 장을 가게 주인에게 보여준 뒤 사과를 하고서야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인물도 아니고, 원단과 침구류 몇 개 사진 찍은 거로 저러네!' 이곳저곳 눈요깃거리가 많아 본격적으로 사진 촬영 준비를 하던 나는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지인들이 원단을 구매하는 점포에서는 그나마 눈치를 덜 봐도 될 듯했지만, 혹여 큰 불상사나 생기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원단 사진 몇 장만 찍어도 될까요?"

앞선 사건도 있고 해서 위축돼 있다 용기 내어 젊은 사장님께 물었다.

"네, 손님이 없을 때 천천히 둘러보고 찍으세요. 궁금한 건 물어보세요."

걱정과 달리 흔쾌히 촬영 허락을 받았다. 어떤 가게에서는 안 된다며 펄펄 뛰던 일이 어떤 곳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지니, 혼란스러웠다.
 
부엉이공예품은 저작권자가 없이 누구나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듯하다.
 부엉이공예품은 저작권자가 없이 누구나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듯하다.
ⓒ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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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세종시에서 열린 제4회 충남공예대전에 갔을 때도 그랬다.

'사진 촬영 금지'. 눈에 잘 띄는 곳에 경고 문구를 내건 부스가 있었다. 몇 번 회원들 개인 전시에 가도 늘 사진 촬영을 저지하던 단체였다. 이런 곳은 당사자들의 입장을 확실히 표명해 둘러보기만 하면 된다. 근접 촬영까지 괜찮다며 흔쾌히 허락한 작가님은 정말 '땡큐'다. 가장 난감한 건 일일이 사진 촬영 여부를 물어야 하는 경우다.

"작품 몇 개 사진 찍어도 될까요?"
"뭐 하시려고요?"


경고문이 따로 없는 한 부스에 들어가 사진 촬영 여부를 물었더니, 되려 사진의 용도를 묻는 말이 되돌아왔다. 

"이런 행사는 판매보다 홍보가 목적이라 '그러시라' 하고 싶은데, 보시기에도 디자인 예쁜 작품이 눈에 들어오시잖아요? SNS에 올라가면 바로 카피 제품이 시중에 돌아요."

행사 참가자와 친분이 있어 홍보하려 한다니, 부스지기는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사정 이야기도 꺼낸다.

"디자인저작권을 침해당해도 입증이 쉽지 않아서요. 개개인이 디자인권을 취득하는 건 쉽지 않고요."
"협회 차원에서 모방과 표절에 대응할 수는 없나요?"
"아직은 협회에서도 거기까지는 힘을 쓸 수 없나 봐요." 


부스지기는 그나마 대한민국공예대전과 같은 큰 대회에서 수상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홍보가 목적이라면 개개인의 SNS 홍보가 가장 빠르고 쉬운 수단일 텐데, 권리를 지키기 위해 그 방법을 쓸 수 없다니 안타까울 뿐이었다.

인간사 역지사지!

"안무비는 받지만, 우리가 만든 안무도 창작물의 권리를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올 한 해 가장 핫했던 TV 프로그램 출연자가 모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실감한다며 속내를 비친 일이 있다. 새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창작물에 대한 권리 주장이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 예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취미 삼아 찍는 사진이지만, 몇 해 전부터 활동을 하다 보면 여러 제재가 가해지고, 잦은 오해도 생긴다. 한 장의 사진을 건지기 위해 동트기도 전에 집을 나서고, 비 오는 날과 눈 오는 날도 무릅쓴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찍은 내 사진을 누군가가 허락 없이 제 것인 양 멋대로 사용한다면 과연 내 심정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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