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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해고 노동자들이 연대시민들과 함께 복직을 기뻐하고 있다.
 2018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해고 노동자들이 연대시민들과 함께 복직을 기뻐하고 있다.
ⓒ 클레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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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게임을 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내려놓지 않는 주인공의 태도는 무척 감동이었고 그것이 우리 해고노동자였다는 점이 좋았다. 고통받고 힘든 이들을 대신했던 이름만으로도 고마웠다. 우리는 파업 당시 '함께 살자'라는 주장을 폭력적으로 진압당하고 경찰에 끌려가면서까지 외쳤는데 그것에 대한 응답이 아닌가 생각한다."

2009년 정리해고 당시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장이었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 모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한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동혁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배우 이정재가 분했던 주인공 성기훈의 모티브는 바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다. 

당시 쌍용차지부 기획부장이었던 이창근씨는 최근 미국 진보매체 <자코뱅>에 기고한 글에서 "오징어 게임이 열풍을 일으킬수록 우리는 왜 더 답답하기만한가"라며 "한국 사회는 공정은커녕 최소한의 사회 보장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드라마 인기가 한국 현실의 적극적 반영의 결과이긴 하더라도 빈익빈 부익부 사회로 강한 드라이브 거는 한국 사회와 한국인에게 어떤 자극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쌍용차 해고자가 이 드라마 속 주인공인 점은 다들 이야기 하지만 그들이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현재 국가로부터 30억에 가까운 손배 가압류를 당하고 있다는 현실에 대해서는 서로서로 눈감고 있는 현실이 그것이다."

한국사회의 열악한 노동인권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쌍용자동차 사태는 작년 5월 10년에 가까운 투쟁 끝에 해고 노동자들이 모두 복직에 성공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듯보였다. 하지만 67년 동안 5번이나 주인이 바뀐 쌍용자동차는 현재 또 매각이 진행 중이다. 올 봄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에디슨모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되었다.

다시금 고용불안에 놓인 쌍용차 노동자들을 더 괴롭히는 것은 어마어마한 금액의 손배가압류다. 경찰이 폭력진압 당시 사용했던 헬기와 기중기 파손에 대한 수리비로 11억 원에 가까운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사측도 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33억 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 지난 27일 금속노조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을 온라인으로 만나 최근의 상황에 대해 물어봤다.

- 복직 이후 노동자들의 근황이 궁금하다.
"2020년 5월 마지막 복직을 했고 현장적응기간을 거쳤다. 안타깝게도 2019년부터 사측이 재정난을 호소해 공장 안 동료들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임금과 복지를 반납하는 자구안을 마련했다. 지난 7월부터 현장기능직 사원 50%, 관리직 30%는 한 달씩 무급 순환휴직 중이다."

- 올해 초 쌍용차 노동자들이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도 했다. 쌍용자동차의 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에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국내 산업기술 및 일자리 보호의 역할이 있는데 쌍용차 위기를 초래한 마힌드라 그룹 등 외국투자기업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점을 성토하고 싶다.

또 한국 GM의 경우 미국 본사가 기침하니까 8100억을 투자했는데, 쌍차 위기의 경우 내부적 구조조정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해야 된다는 입장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 산업은행이 전체 자동차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독자적 개발 및 생산능력을 가진 기업, 쌍용자동차에 대해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경제적 압박도 추가해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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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경찰청과 사측의 손배가압류 재판은 어떤 상황인가.  
"두 건 모두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거의 10년이 다돼가는데 1심 판결 후 지속적으로 누적된 이자로 현재 116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이른다. 지연이자가 23%나 되니 사채업자보다 더 고약한 셈이다. 

촛불정국 이후 문재인 정부가 경찰청 개혁의 일환으로 2018년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때 쌍차사태도 포함되었다. 그래서 2019년 7월 민갑룡 경찰청장이 국가폭력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했고 이를 계기로 인권위 전원회의도 대법원에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한 국가 손배소는 정당성이 결여하다'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국회도 이에 호응해 142명의 국회의원들이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올해 8월 '쌍용차 국가손배소 취하 촉구 결의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문제는 민갑룡 경찰청장과 신임 김창룡 경찰청장 모두 손배소 관련 대법원의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전임과 신임 경찰청장이 국가폭력을 인정하고 사과했는데 소를 취하하지 않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건가. 
"쌍방 모두 손배소 취하 시 배임의 소지가 있다는 무책임한 주장을 하고 있다. '정책적 판단은 배임이 아니다'라는 명확한 대법원 판결도 존재한다. 굳이 법률을 따지기 이전에 상식적인 차원에서 원고가 소를 취하하면 재판이 끝나는 것 아닌가. 이 손배소의 본질은 신종 노조탄압일 뿐이다. 과거에는 형사처벌로 그쳤던 것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경제적 압박도 추가해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했다."

- 대법원에서 패소하면 어떤 피해를 예상할 수 있는가.
"만약 패소한다면, 한마디로 끔찍하다. 원고가 우리에게 퇴직금을 압류할지 임금의 절반을 압류할지 구체적인 건 미지수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이미 전체 연봉 2천만 원 이상이 삭감되고 있다. 지금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만약 월급 50% 압류 들어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패소한다면, 한 개인의 재산에게도 수십억 집행이 가능하다. 이 경우 압류당한 특정인은 다른 동료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어서 재판이 꼬리를 물고 무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모두 나눠서 낸다고 해도 평생 일해도 갚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금액 아닌가. 지금 대부분 노동자들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자존감을 다 무너뜨리는 일이라 견뎌내기 쉽지 않다."  

- 쌍차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는 슬로건을 내걸며 투쟁하셨는데 선진국처럼 채무자들의 월급압류도 상한선 제한을 두어 생계유지에 큰 지장이 없도록 하는 보호장치가 있다면 해고의 고통은 훨씬 절감된다. 노동계에서 개별 사업장의 고용보장 투쟁 이외에도 전반적인 복지향상에 대한 요구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시다시피 한국사회는 사회안정망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정리해고 등의 문제가 더 절실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말씀하신 복지문제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도 있는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사회통념이라는 건데 '해고자의 낙인화'가 우리 사회의 큰 문제다.

해고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정신건강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으로 몰아붙인 것은 한국사회가 우리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었다. 2009년 점거파업과 옥상에서의 경찰 진압 장면은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당시 공장 안 쌍용차 노동자들을 회사를 망치는 문제적인 폭동 세력, 빨갱이 등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언론보도가 대부분이었다.

노사갈등이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갈등 국면을 조율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일방적으로 자본의 편을 들고 노동자들을 무력으로 탄압했고 언론도 공범이었다. 사실 기업의 위기는 경영진이 초래한 것 아닌가. 협상을 해도 수용되지 않아서 파업이라는 단체행동권을 택했던 거다. 결국 이런 억울함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10년 가까이 싸웠던 것이다.

독일은 1949년 파업권이 헌법의 일부가 된 이후로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나 노조간부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례가 없다고 알고 있다. 선진국 중에서도 정리해고로 파업한 것이 불법이 되는 나라, 손배가압류로 괴롭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알고 있다."

"쌍용자동차 문제는 현재 진행형"
 
2009년 파업집회 당시 '함께 살자'를 외쳤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2009년 파업집회 당시 "함께 살자"를 외쳤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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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게임>의 성공이 쌍용자동차의 산적한 상황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고 단지 피상적으로만 인용되고 소모된다는 평가가 많다.
"쌍용자동차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제가 복직한 이후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았나. 다시 같은 일들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 보완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사회적 토론은 부재한 상황이다. 일부 진보 언론이나 지식인들이 이 드라마가 사회적 불평등을 어떻게 제기했느냐에 관심을 보일 뿐 대부분의 국민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본다. 

10년 주기로 정부가 두 번이나 상하이차와 마힌드라 외국투자자본에게 매각을 주도해 알짜 기술이 다 유출되었고, 아울러 모든 책임은 현장 노동자들에 전가되는데도 정부는 이 상황을 외면해왔다. 같은 구조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관련자를 책임지게 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절실히 필요하다."

-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경찰의 방패와 곤봉, 테이저건과 폭력적 진압 속에서도 '함께 살자'고 외쳤다. 다양하게 해석되고 변주되었던 '함께 살자'라는 말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2009년 당시 '함께 살자'라는 구호를 외쳤던 배경에는 사회적 안정망의 부재, 해고자를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차가운 시선, 재취업의 취약성 등이 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해볼 때 동료들을 무방비 상태로 공장 밖으로 내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받는 임금과 복지를 절반으로 나눠서 함께 하자는 취지였다.

저는 기업은 언제든지 경영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노사가 충분히 머리를 맞대고 위기를 극복할 해법은 있는데, 자본은 항상 노동자들에 대한 인간적 배려 없이 제일 손쉬운 해법만 찾는다.

그간 쌍차 투쟁에서 우리의 복직,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정리해고로 실직한 노동자들을 정부가 보호하고 재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함께 주장했다. 2009년부터 복직할 때까지 '함께 살자'는 구호를 외치며 이런 의식의 변화를 끊임없이 요구해왔다고 평가한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지난한 투쟁에서 계속 이어져온 '함께 살자'라는 따스한 연대의 메시지는 한국의 드라마를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하지만 쌍차 노동자들은 아직도 국가와 사측의 부당한 손배소로 인해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조 파업에 대한 보복성 손배소를 제한하는 법안인 '노란봉투법'은 국회에서 아직 잠자고 있다.

노동인권단체 '손잡고'의 윤지영 변호사는 경찰이 "소 취하가 국가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포기하는 것이고, 피고들이 이익을 얻는 반면 국가는 손해를 입는다며 배임"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그는 "공무원의 배임죄를 판단할 때에는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유형·무형의 모든 이해관계와 파급효과를 고려한 정책 판단은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쌍용차 사태에서 정부가 노조 조합원들에게 가한 폭력, 소 취하를 통한 사회적 갈등 및 불안의 해소를 감안하면 소를 취하해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2019년 권리찾기유니온을 창립해 초대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한상균씨는 인터뷰에서 "천국은 각자의 길로 간다지만 적어도 천국의 문턱까지는 어깨 걸고 함께 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천국까지는 아니어도, 지옥의 문을 연 손배가압류 소는 국가의 대리인 법무부가 취소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미 너무 늦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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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칼럼니스트및 인권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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