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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전 세종시 해밀초등학교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전 세종시 해밀초등학교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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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에는 100% 동의, 현실화할 가능성은 0%." 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와 예측이 이렇게 일치된 적이 있었나 싶다. 동료 교사 중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었다. 지난 24일 정부가 내놓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학교와 학생의 자율적 과목 선택 확대를 골자로 한 새 교육과정의 얼개를 발표하였다. 아울러 새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오는 2023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경우,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대입에서의 비중이 절대적인 국어, 영어, 수학의 시수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대신 개인별 흥미와 적성을 고려해 다양한 수업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일반 선택과 진로 선택 등 기존의 선택 교과에 '융합 선택' 과목이 추가되는 것도 그래서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자유학년제를 한 학기로 줄이는 대신, 중3과 고3의 2학기를 진로 탐색 연계 학기제로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너무 이른 때에 진로 탐색을 강제한다는 학부모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교육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갭-이어(Gap-Year)'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소식을 접했을 때, 순간 떠오르는 아이들이 있었다. 오늘도 수학 수업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좀비'로 변하는 수많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미 학교마다 절반을 상회한다. 숫자로 치면, 이젠 '영포자(영어를 포기한 학생)'도 만만치 않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제대로 정착된다면, 그 많은 '수포자'들의 눈을 뜨게 만들 수 있다. 적어도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과목이라면, 수업 시간마다 그리 허망하게 책상 위로 쓰러지진 않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수학은 고등학생들을 무기력에 빠지게 하는 바이러스가 됐다.

그들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정말이지 서둘러야 한다. '수포자'의 무기력이 다른 과목에까지 퍼지지 않도록 '방역하는' 게 지금 교사들의 중요한 역할이 됐다. 얼마간 방치하다 보면 더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만다. 이는 학교생활 부적응을 넘어 학교 교육에 대한 총체적 불신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정시 확대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

그런데 '수포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가 동료 교사들로부터 면박만 당했다. 주장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애초 전제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대로는 고교학점제가 정착될 리 만무한데,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뜻이다. '좌회전 깜빡이 넣고 우회전하는' 게 어디 한두 번이냐는 거다. 

당장 고교학점제는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동료 교사들은 수능을 합격, 불합격 방식의 자격고사로 전환하고 대입을 학생부종합전형 위주로 바꾸지 않는다면 고교학점제 시행은 온갖 편법과 불법이 횡행할 거라고 잘라 말했다. 학교 내 반교육적 행태를 부추기는 나쁜 정책이라고 폄훼하는 목소리도 크다.

교육부의 해명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보다 수능에 출제되는 과목 위주로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60% 이상이 수시로 대학에 진학하는 만큼 자신의 진로를 위한 과목을 배울 수밖에 없다"고 대꾸했다. 그래놓고선 "현행 대입 제도가 어떤 방식으로 바뀔지, 수능이 현재 형태로 존재할지 등은 정해진 게 없다"고 덧붙였다. 

일선 학교 현장에 대한 무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국영수는 말할 것도 없고, 탐구 영역의 여러 과목 중에 지금 아이들이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는지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대학별로 가산점이 주어지는 과목이나 수능에서 등급 올리기가 쉬운 과목을 선택하는 게 보편적이다.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요구하는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는 경우라면 개인의 흥미와 적성을 따지는 건 사치다. 

당장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고교학점제 시행의 전제 조건으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유은혜 장관은 "현행 수능 체제가 그대로 지속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이른바 '미래형 대입 제도'에 대해서는 2024년에 확정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평가 방식이 바뀌는 건 당연하다"는 원론적인 답변뿐이었다.

지금 교사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며 안절부절못하는 상태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학교 공간을 재구성하는 사업이 진행되는가 하면, 여전히 고3을 중심으로 수능을 대비하기 위한 문제 풀이 수업이 한창이다. 한편, 학생부종합전형의 맞춤형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기 위해 교사들의 애면글면하는 모습도 낯익다. 

"장담하건대, 새롭게 단장된 고교학점제 전용 교과 교실에서 기존의 문제 풀이 수업을 하는 그로테스크한 풍경이 펼쳐질 겁니다. 21세기 교실에서 19세기 수업을 한다고나 할까요? 학벌 구조가 온존하고 수능이 대입 전형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 크게 달라질 건 없어요."

결국 동료 교사들은 양자택일의 문제로 여겼다. 고교학점제로 가든, 기존의 수능 방식을 유지하든, 둘 중 하나로 수렴되어야만 혼선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론에 휩쓸려 정시와 수시 비율을 '밀당'하며 혼란과 정책의 불신을 자초한 실책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는 두 톱니바퀴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 동문회관에서 한 학원 주최로 열린 2022학년도 대입 정시 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2022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와 대입 전략에 대해 듣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 동문회관에서 한 학원 주최로 열린 2022학년도 대입 정시 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2022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와 대입 전략에 대해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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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지금 학교는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줄타기를 하느라 죽도 밥도 아닌 상황이다. 아이들은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느라 하루하루가 긴장과 경쟁의 연속이고, 교사는 교사대로 정작 수업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자칫 고교학점제로 인해 잡아야 할 토끼가 한 마리 더 늘어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불가피하게 '마루타'가 되는 학년 아이들의 문제도 간과해선 안 된다. 현재 중1과 중2 아이들은 분명 고교학점제를 적용받게 되지만, 대입 전형만큼은 현행 방식 그대로다. 아이들은 3년 동안의 고등학교 생활 내내 좋아서 선택한 과목과 수능에 출제되는 공통과목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매일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교육과정과 대입 전형은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지금 상황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는 두 톱니바퀴를 억지로 맞물리게 하려고 애쓰는 형국이다. 설령 맞물린다 해도 따로 돌던 톱니바퀴가 그대로 멈춰 서거나 부서져 기계 전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우리네 교육 개혁은 늘 변죽만 울리다 끝이 났죠. 근본적인 건 건드리지 못하고 애꿎은 교육과정과 대입 제도만 대증요법처럼 손보고 있는 탓이죠. 항생제가 내성을 키우듯 우리 교육 현장에 온갖 편법이 난무하고 불신이 팽배한 이유라고 봐요."

한 동료 교사가 말하는 근본적인 대안은 이것이었다. 대학의 평준화, 기업의 임원과 직원 사이의 급여 차이가 일정 배수를 넘지 않도록 규정한 제도인 이른바 '살찐 고양이 법', 그리고 청년 기본소득이 그것이다. 조금 엉뚱해 보이는 그의 주장에는 이러한 일관된 의도가 있었다.

"학벌 구조가 혁파되면 대입 제도가 더는 교육과정을 좌우하지 못할 겁니다. 무엇보다 생존의 위협이 없고 기본적인 생계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면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해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승자독식의 사회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교육 개혁을 아무리 부르대본들 남의 다리 긁는 격일 뿐이죠. 그나저나 저도 아는 걸 그들이 과연 모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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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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