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지난 26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4-5년 이상 방영되고 있는 장수예능에서 필연적으로 위기가 발생하곤 한다. 기존 출연자의 중도하차 혹은 각종 사건이 프로그램에 영향을 주는가 하면 시청자들의 취향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에게도 위기라는 말은 숱하게 등장해왔다. 그때마다 고군분투하며 위기를 극복해 온 <나 혼자 산다>에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위기 말이다. 

​다름 아닌 시청률 하락. 불과 1~2년 전 두 자릿수 시청률 정도는 거뜬하게 기록하던 <나 혼자 산다>에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일 정도다. 지난 20일엔 4.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17년 이후 근 4년여만의 최저 수치에 해당된다. 바로 한 주 전 5.0%로 올해 최저 기록을 갈아치운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더 안 좋은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새 인물이 등장해도...여전히 변화 없는 구성
 
 지난 26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지난 26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지난 26일 방영분에선 생애 처음 독립에 나섰다는 투애니원 출신 산다라박, 웹툰 연재 종료 후 새로운 작업에 뛰어든 기안84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그룹 활동 이후 가족들과 생활하다가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한 산다라박의 일상은 투애니원을 사랑했던 팬들에겐 나름 반가움을 안겨줬다. 반면 그녀의 일상 이야기는 그동안 <나 혼자 산다>가 해왔던 방식에서 크게 달라지 않았다.  

​눈부시게 화려한 의상과 각종 수집품으로 채워진 옷방 구경에 이어진 어설픈 살림 꾸리기가 화면을 채웠다. 아니나 다를까 지인(동료 씨엘)을 초대해서 식사하는 장면 역시 정해진 공식처럼 등장했다. 

​이어진 기안84의 촬영분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웹툰 제작을 벗어나 팝아트로 방향 전환한 CEO 기안84의 새로운 일상이 다뤄지긴 했지만 유명 후배 작가를 만나 조언을 듣는 과정부터 최신 현대 미술에 대한 정보 소개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정작 작가이자 회사 대표로서 느끼는 고민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나름의 생각을 들어볼 기회는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초심 되찾아야
 
 지난 26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지난 26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2013년 처음 프로그램이 생겨났을 무렵만 해도 '기러기 아빠' 김태원(부활), 이성재의 원룸 오피스텔 생활부터 육중완의 누추한 옥탑방, 김광규의 짠내나는 전세 사기 이야기 등 연예인들의 애환이 <나 혼자 산다>의 중심 소재였다.

그 후 다양한 인물을 거치면서 전현무와 박나래가 중심이 된 <나 혼자 산다>는 2명의 연말 대상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 MBC를 대표하는 예능의 위치에 올라섰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고 시청자들이 연예인들의 1인 라이프를 받아들이는 방식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수년에 걸쳐 다뤄진 인기 연예인들의 화려한 삶, 그들끼리의 친목 등의 소재는 요즘 <나 혼자 산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그림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여기에 1-2년 사이 각종 논란과 잡음이 발생할 때마다 미온적인 대응 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제작진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신까지 겹치면서 <나 혼자 산다>는 '그들만 사는 세상'으로 굳어져 버리고 있다.  

상투적인 말이 되겠지만 결국 <나 혼자 산다>에게 필요한 건 초심 아니겠는가. 지금처럼 예전 황금기 시절의 방식을 관습적으로 반복한다면 프로그램의 반등 기회는 되찾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나혼자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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