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 대표팀으로 베이징 올림픽에 나서는 정승기 선수.

스켈레톤 대표팀으로 베이징 올림픽에 나서는 정승기 선수. ⓒ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제공

 
'아이언맨' 윤성빈의 썰매 타는 모습을 보고 스켈레톤을 시작했던 선수가 있다. 그렇게 무작정 썰매를 시작하면서 한국 스켈레톤 역사의 첫 '엘리트 선수'로 성장했던 그는 2018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서 올림픽기를 들고 입장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랬던 선수가 이제는 올림픽 무대에 선다. 심지어 이번 시즌에는 '우상' 윤성빈 선수의 시즌 기록을 뛰어넘는가 하면, 라트비아 시굴다에서 열린 6차 월드컵에 출전해서는 스켈레톤 대표팀 유일의 메달을 획득하는 등 그야말로 '우상'을 뛰어넘었다. 스켈레톤 대표팀의 '막내', 정승기(가톨릭관동대) 선수의 이야기이다.

누구보다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정승기 선수는 '우상' 윤성빈 선수의 별명 '아이언맨'에 빗대 자신을 '스파이더맨'으로 비유한다. 

가파른 성장세, 윤성빈 뛰어넘은 시즌 랭킹

그저 유망주라고만 기억했던 정승기 선수가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가 월드컵 시즌에 처음으로 나섰던 2019/2020 시즌부터였다. 윤성빈, 김지수와 함께 한국 선수 세 명이 나란히 Top 10의 성적에 진입하는 낭보를 내놓은 것. 어떤 이들의 예상보다도 빠른 성과였다.

이듬해 2020/2021 시즌에서도 그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국가 선수들보다 늦게 월드컵 시즌에 나섰다는 열세를 극복하고 7차 월드컵에서 9위, 그리고 마지막 월드컵인 8차 월드컵에서는 7위까지 오르는 기록을 써냈다. 그럼에도 선수는 "메달을 못 딴 것이 아쉽다"며 더욱 큰 욕심을 드러냈다.

그랬던 정승기 선수가 우상이었던 윤성빈 선수를 이번 시즌에서 뛰어넘으며, 이번 시즌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 한국 썰매 선수가 되었다. 라트비아 시굴다에서 열린 시즌 6차 월드컵에서는 동메달을 기록해 생애 첫 월드컵 포디움에 오르며 썰매에 '정승기'의 이름을 각인하는 데 성공했다.

시즌 랭킹 역시 '우상' 윤성빈을 앞섰다. 이번 월드컵 시즌이 모두 끝난 상황에서 정승기 선수의 시즌 순위는 9위, 윤성빈 선수는 11위를 기록했다. 그런 우상을 넘을 수 있었던 정승기 선수의 저력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조인호 대표팀 총감독은 지난 26일 열린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비대면 미디어데이에서 그 비결을 밝혔다. 조 총감독은 "6년 전부터 협회의 지원 속에서 한 발짝씩 체계적으로 올라온 선수이기에 이번 시즌의 성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본다"면서 말했다.

이어 조 초감독은 "선수 스스로도 연습을 이어가고 있기에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과 낼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정승기 선수를 칭찬했다.

"성빈이 형이 아이언 맨이라면 전 스파이더맨이에요"
 
 지난해 3월 '코리아컵'에 출전했던 정승기 선수.

지난해 3월 '코리아컵'에 출전했던 정승기 선수. ⓒ 박장식

 
같은 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정승기 선수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정승기 선수는 첫 번째 올림픽에 나서는 소감을 "이번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첫 올림픽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순위에 신경쓰기보다는, 옌칭의 올림픽의 트랙을 완벽하게 타면서 즐기다 오는 것이 큰 목표다"라고 전했다.

이번 시즌 메달을 딸 수 있게 된 원동력에 대해서 정승기 선수는 "비시즌에 체력 훈련을 굉장히 열심히 한 덕분"이라며, "그 부분이 내가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라고 술회했다. 이어 "그러니만큼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경기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모르기에 욕심을 내 보려고 한다"고 각오했다.

윤성빈 선수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정승기 선수는 윤성빈 선수의 별명인 '아이언맨'에 빗대 자신을 '스파이더맨'으로 비유했다. 정승기 선수는 "마블에서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을 우상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배우고, 결국 주인공으로 성장한다"라면서 자신과 비슷한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정승기 선수는 "누군가를 추월하는 것은 전혀 생각지 않고 있다. 성빈이 형은 여전히 나의 우상"이라며, "성빈이 형에게 지금도 트랙을 타는 부분에서 많이 배우려 하고 있다. 그런 만큼 베이징에서는 성빈이 형과 함께 한국이 스켈레톤 2연패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윤성빈 선수와 함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나서는 정승기 선수는 2월 10일과 2월 11일 이틀간 네 번의 주행을 펼칠 전망이다. 정승기 선수가 윤성빈 선수와 함께 포디움에 오르고 싶다는 꿈이 베이징에서 달성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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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기 스켈레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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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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