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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 택한 학예회 프로그램 연습에 진심인 2학년 아이들
 각자가 택한 학예회 프로그램 연습에 진심인 2학년 아이들
ⓒ 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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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 같으면 2학기는 다양한 행사로 인해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곤 했다. 가을 소풍을 다녀오고 가을 운동회와 학예회를 치르다 보면 이미 학기 막바지에 이른다. 그러고 나면 평가 작업으로 학년말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특히 늦은 10월부터 11월까지는 학예회 행사로 학교는 달뜬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2학년 아이들은 코로나를 통과하며 1학년 때 학교에 거의 나오지 못해서 이런 2학기 학교 행사를 모른다. 가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수업 자료 중 가을 체험학습과 운동회 장면을 보고 아이들이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와! 나도 현장체험학습 가고 싶다!"
"우린 운동회 안 해요?"

교실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 온 몸으로 체험하는 사진 속 아이들의 모습에 몸이 근질거리는 모양이었다.

과거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된 시대. 가을 소풍과 운동회를 아이들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경험으로부터 소환해야 하는 현실에 기가 막힌다. 학교 앞 생태공원에서 두어 시간 걷고 잠시 놀이를 하는 것으로 사진 속 경험을 축소 체험하는 것으로 아이들 마음을 달랬다. 약간의 놀이 활동 후 콧잔등에 맺힌 송골송골한 땀방울이 아이들의 만족스러움을 대신 나타내 주었다.

그러나 학예회는 이야기가 다르다. 아이들의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마련해 주는 일, 공교육의 역할 중 하나다. 작년에야 모든 학교 행사가 올 스톱되었지만, 위드 코로나 시기에 접어들면서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학습활동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가는 중이다. 물론 여전히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하는 한계에 봉착하지만, 1년 6개월 넘게 코로나와 함께 해 온 아이들은 이제 어느 정도 지킬 선을 안다.

아이들은 이번 주 월요일부터 다음 주에 실시될 학급 학예발표회를 위해 부지런히 연습 중이다. 3~6명으로 팀을 이룬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들 중 발표할 영역을 스스로 선택했다. 연극팀, 세계의 민속춤팀, 합동 줄넘기팀, 만들기 작품 제작팀, 그리기 작품 제작팀 등, 팀별로 맡은 프로그램에 대해 팀원들과 의논해 계획하고 연습하는 일련의 과정을 해내는 중이다. 

처음에 세웠던 계획이 생각보다 실현하기 어렵거나 더 나은 의견이 있을 때는 수정, 보완도 스스로 한다. 그 과정에는 마음이 맞지 않은 친구와의 갈등, 생각했던 것보다 잘 되지 않을 때 오는 답답함, 다른 팀보다 자기 팀의 진행이 더딘 것만 같은 초조함 등 다양한 아이들의 감정들이 함께 얽힌다.

첫날, 팀별 계획을 세우고 어설픈 연습을 끝낸 후 경험을 나누었다. 많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 되지 않음'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둘째 날, 열심히 연습 후 나눈 이야기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제보다 즐기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했다. 땀 흘리며 쉴 틈 없이 연습에 몰입한 결과임을 당사자들은 잘 실감하지 못한다.

줄넘기팀과 민속춤팀이 한 시간 내내 연습하는 게 힘들어 보여 10분 쉬라고 했더니, 힘들지 않다고, 계속하면 안 되겠냐고 한다.

"선생님, 1분 1초가 아까워요!"

한 아이의 말에 실소가 나온다. 아이는 바로 앞 수학 시간에 시간 계산을 할 때 도통 모르겠다며 생기를 잃던 그 표정이 아니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한 아이들이 너무 무리할까 봐 말릴 지경이 되어서야 또 안다. 아이들은 스스로 몰입하는 일에 절대 지치는 법이 없다는 걸.

학예회 연습 사흘 째 되는 날, 이제 자신들이 하는 활동에 보다 익숙해진 아이들은 간간히 딴짓을 하다 팀원들로부터 눈총을 받는 경우도 생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을 본인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학예회 날엔 우리 모두가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준비와 연습을 통해 훌쩍 성장한 서로를. 생각대로 잘 되지 않음에 답답해하던 연습 첫날의 기억은 까맣게 잊은 채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brunch.co.kr/@gruzam47)에 함께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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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은 공립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아이들에게서 더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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