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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8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화재의 원인은 용접 작업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용접 작업이라 함은 2개 이상의 고체 금속을 하나로 접합시키는 작업, 그리고 전극봉과 모재 금속 간에 아크열 등으로 용융시켜 금속을 잘라내는 작업을 의미하는데, 기본적으로 불을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 작업 중에서도 화재 발생 위험성이 높은 영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용접 허가증을 발부받기 전 준비상태
 용접 허가증을 발부받기 전 준비상태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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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용접 작업과 관련해서 이미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경험한 바 있다. 1980년대 초반 미군이 주둔했던 해외기지에서 발생한 저유소 화재로 작업자 17명이 사망하기도 했으며, 기름탱크 밸브 교체 작업을 하면서 탱크 내부의 기름을 제거하지 않고 용접을 하다가 탱크가 전소된 경우도 있었다. 

한번은 병원 수술실로 연결되어 있는 산소통 보관소에서 사전 안전조치 없이 작업을 진행했다가, 감지기가 작동한 덕분에 소방차가 출동해서 더 큰 사고로 번질 상황을 막은 아찔한 적도 있었다.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에서는 용접 작업 현장에 대한 100퍼센트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장을 방문해서 안전수칙을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작업자에게 시연을 요구하기도 한다. 

모든 상황을 체크한 후에야 비로소 '용접 허가증(Hot Work Permit)'을 발급하는데 기간은 최대 30일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왜냐하면 공사장의 경우 작업장소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용접 작업장 주변 여건이 허가증을 교부했던 상황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점검을 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방화협회 기준 51B 용접 허가증 샘플
 미국방화협회 기준 51B 용접 허가증 샘플
ⓒ NF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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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미국방화협회(NFPA)'의 관련 기준인 51B (2019년도판)에서는 작업장소의 특성을 고려해 허가기간을 하루 단위로 제한해야 한다고도 명시되어 있다. 관련 기준에서는 불을 사용하는 작업을 총칭해서 'Hot Work'이라고 명칭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용접(Welding), 절단(Cutting), 그라인딩(Grinding) 등이 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모든 용접 작업이 반드시 승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불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현장에서는 다른 방식, 즉 불꽃이 튀지 않는 'Cold Work'을 하도록 권고해야 한다. 

작업의 편리성과 용이성을 고려해야 하는 작업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불을 사용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검열관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현장의 리스크를 오롯이 자신이 감당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오랜 경험상 용접 작업이 아니어도 다른 방식으로 작업의 목표를 완성한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용접 업무 관련 사각지대... 발생 가능한 상황들 

용접 작업에 대한 전수조사 방침 덕분에 지난 10년 동안 인명피해로 이어진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정 부분 화재예방팀의 업무량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들은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로는 소방서에 신고하지 않고 용접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다.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의 사례를 보면 대개 부대 규정을 잘 알지 못하는 외부업체의 과실이거나 또는 소방서 방문과 점검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생략해서 시간을 절약하려는 일부 작업자들의 의도적 위반행위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사례를 적발하기 위해서 불시에 공사장 전반에 대한 순찰을 진행하고 있으며 용접 작업이 있는 곳에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급된 '용접 허가증(Hot Work Permit)'을 소지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두 번째로는 용접 허가증 발급을 위임하는 경우다. 

소방서 화재예방 업무 중 하나인 용접 작업에 대한 전수조사는 사실상 시간 대비 가성비가 떨어지는 업무 중 하나다. 그래서 예전에는 용접 작업을 빈번하게 수행하는 부서나 회사의 책임자를 소방서에서 직접 교육시키고 교육을 이수한 사람이 허가증을 발급할 수 있도록 하는 위임 방식을 진행한 적이 있었지만 결국 현장에 대한 철저한 점검 없이 사무실에서 허가증을 발급하는 요식행위로 전락하면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하고 말았다.   

세 번째로는 담당자의 전문성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여러 작업장 중에서도 특히 건설 현장은 다양한 위험이 내재되어 있는 곳이다. 위험물 저장소는 물론이고 지정되지 않는 장소에서의 흡연, 각종 가연물 자재 보관창고, 불특정 다수인의 출입, 얽히고설킨 전기배선, 컨테이너 박스를 사무실로 전용해서 사용하는 등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현장을 점검하는 사람의 전문성과 지식, 경험이 중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현장은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미 공군에서는 용접 작업 점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주된 점검내용은 작업장 환기,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폭발물 존치 여부, 가연성 물질 보관상태, 화재 감시자 배치, 산소가 급격히 공급되는 장소인지 여부, 인화성 액체 또는 가스 등을 확인하며 작업장 주변에 기름탱크 등 인화성 물질이 있을 경우 최소 15미터 이상 안전거리를 두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현장에는 사용 가능한 소화기 2대 이상, '불티 방지포(Fire Blanket)'를 반드시 비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할 경우 허가증은 발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규정 위반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부대 내 계약담당자 또는 공사감독관에게 통보해서 해당 업체의 평가에 반영토록 하고 있으며 규정 위반 사항이 심각한 수준일 경우에는 소방서 직권으로 작업을 중단시키기도 한다. 관련 작업 재개 여부는 위반사항에 대한 교육. 훈련 보고서를 검토한 뒤 판단한다. 

주한미군 공사는 기한이 정해져 있어서 해당 업체가 정해진 기일을 넘길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용접 작업 위반으로 인해 공사가 중지된다면 전체적인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회사 입장에서는 규정 위반 사례가 없도록 우선적으로 챙기고 있다.  

결국, 현장 담당자와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에게 유용한 불, "그 불을 잘 사용하지 못하면 그 불로 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젠가 한 업체 관계자가 미사일 옆에서 용접을 하겠다며 호기롭게 내 사무실을 방문했던 때가 기억난다. 그리고 교육을 받은 뒤 멋적어하며 고마워하던 모습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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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소방검열관. 중앙소방학교, 서울소방학교 등 외래교수. 소방칼럼니스트: 경향신문 <이건의 소방이야기>, 세이프타임즈 <이건의 이슈분석>, 오마이뉴스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서: <주한미군 취업가이드>,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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