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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5일 저녁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게스트하우스 로즈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캠퍼스 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5일 저녁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게스트하우스 로즈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캠퍼스 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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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다시 한번 내비쳤다.

윤 후보는 25일 서울대학교에서 개최된 '청년 곁에 국민의힘! 국민의힘 서울캠퍼스 개강 총회'에서 "형사법 집행은 공동체의 필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집행하는 것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심각한 프라이버시와 개인의 자유 침해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며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을 막겠다고 하는 차별금지법도 개별 사안마다 신중하게 형량(결정)이 안 돼서 일률적으로 가다 보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생긴다"고 발언했다.

지난 10월 28일 한국교회총연합(아래 교총)을 방문해 "지금 우리나라는 반대하는 사람이 많아서 시기상조다", "이 문제는 국민적인 공감대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반대"라는 입장을 표명한 데에 이어 재차 차별금지법을 반대한 것이다.

'허수아비 때리기' 

하지만 차별금지법으로 인한 형사법 집행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윤 후보의 주장과 달리 현재까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들은 형사처벌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이나 이상민·박주민·권인숙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평등법'이나 모두 차별적 발언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 의원의 '차별금지법'은 공적 영역인 회사나 학교에서 차별을 당한 사람이 진정을 제기했을 때 당사자에게 인사 불이익이나 보복 조치가 가해졌을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존재하지만 이는 차별적 발언에 대한 형사처벌은 아니다. 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평등법'은 악의적 차별로 발생한 손해의 경우 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형사처벌이 아닌 징벌적 손해배상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렇듯 국회에서 발의된 네 종류의 차별금지법이 모두 차별적 발언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윤 후보의 발언 자체가 사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윤 후보는 어째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인가.

두 가지 경우가 있겠다. 윤 후보가 정말로 차별금지법에 형사처벌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거나 아니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다.

전자라면 법조계 최고위직인 검찰총장 자리까지 오른 그가 전문영역인 법에서마저 무지하다는 얘기가 되고 후자라면 보수 기독교계를 위시한 차별금지법 반대 세력의 표를 영합하기 위해 왜곡된 내용을 사실로 둔갑한 것이다. 어느 쪽이든 윤 후보가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는 이들에게 무관심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이 주장한 문명국가의 보편적 가치는 무엇인가

차별금지법 제정은 시대적 흐름이다. 이미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OECD 국가 대부분이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법안이 존재하며 유엔 역시 지속적으로 한국에 대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고 있다. 

작년 9월에 열린 '주한 외국 대사관 초청 차별금지법 인권 컨퍼런스'에서 영국대사관 그래함 넬슨 참사관은 "영국 평등법 제정 이후 발생하지 않은 일들을 말하겠다"며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았다. 다수 집단에 악영향이 가지 않았다. 결혼 제도가 붕괴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로 영국 사회가 더 긍정적·포용적·낙관적인 사회가 됐다. 다양한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발언했다.

이어 그는 "평등법과 차별금지법은 위협이 아니라 엄청난 기회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포용되고 존중받을 때 비로소 사회가 꽃피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에 따르면 이러한 영국 참사관의 발언 역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데 동조하는 것인가.

윤 후보는 지난 6월 29일 발표한 출마선언문에서 "국제 사회는 인권과 법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사이에서만 핵심 첨단기술과 산업시설을 공유하는 체제로 급변하고 있다"며 "국제 사회에서도 대한민국이 문명국가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는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2021년 지금, 인권과 법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문명국가의 보편적 가치는 무엇인가. 앞서 살펴본 대로 여러 선진국들과 유엔이 지향하는 바와 같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일이다. 이런 현실에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할 수록 대한민국은 문명국가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윤 후보는 모르는 것 같다. 윤 후보가 주장한 문명국가의 보편적 가치란 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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