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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코앞에 위기가 닥쳐있습니다.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소멸위험지역이라니, 과장된 말도 아닌 거죠. 단박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방소멸' 앞에 기회를 발견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사라지는 '소멸'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재해석하고, 삶의 터전을 일굽니다. 희망제작소는 청년의 지역살이를 살펴보는 '로컬다이버' 인터뷰 시리즈를 전합니다.[기자말]
속초시 동명동에 위치한 '고구마쌀롱'에서 상시 운영되는 프로그램만 10개가 넘는다. 게스트하우스를 비롯해 여행자와 로컬 콘텐츠를 활용한 '세탁숙소'(속초살이 스테이), '요가클래스', '공예DIY 원데이 클래스', '플리마켓' 등 다채롭게 운영하고 있다. '고구마쌀롱'은 속초 호스텔 '소호259'와 더불어 ㈜트리밸이 운영하고 있는 여행자 컨시어지 센터다.

어디 이뿐이랴. 호스텔 소호 259 운영, 프로그램 기획, 청년정책네트워크까지.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도 피로감을 호소하기보다 활력 있게 응수하는 이승아 고구마쌀롱(트리밸) 대표. "어디서 동력을 얻냐"는 질문에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기에 지치는 줄 모르고 달려왔다"라고 망설임 없이 답한다. 잊혀지는 골목에 속초의 모습을 담고, 여행객의 웃음이 모이는 공간을 만든 지 6년 째. 조용한 골목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는 이승아 대표를 만났다.
 
 이상혁, 이승아 공동대표(사진 좌측부터)
  이상혁, 이승아 공동대표(사진 좌측부터)
ⓒ 트리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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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이승아 대표님의 근황은 어떤가요.
이승아: 최근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여행객이나 속초 로컬과 함께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오픈해 운영 중이에요. 호스텔은 코로나19 이전처럼 회복되진 않았지만, 방문객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고요. 그리고 속초시에서 청년정책네트워크인 '청정넷' 활동도 하고,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운영하는 '연말로컬페스타'를 기획하고 있어요.

여행이 창업의 계기로, 호스텔 문화를 접하다

- 유럽여행을 계기로 창업을 준비하셨죠. 당시 직장생활을 겸하며 창업 준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이승아: 친오빠(이상혁 공동대표)와 우연히 유럽 여행을 함께 갔는데요. 여행하는 동안 호스텔에서 머무는 경험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도 (한국에서) 해보자' 결심했죠.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취업해서 2년 간 창업 자금을 열심히 모았어요. 또 지역을 물색했죠. 주5일 근무하고, 주말을 활용해 창업 준비를 했는데, 이 과정이 힘들기보다 즐거웠어요. 돌이켜보니 직장생활이 창업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조직 구조를 파악하거나 일 처리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요. 아마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었다면 더 어려웠을 수도 있죠.

- 창업 아이템 선정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승아: 약 2년 간 지역을 물색했는데요. 서울의 명동, 동대문 주변에 오래된 여관이나 호텔을 리모델링해 호스텔로 이용하는 사례를 많이 봤어요. 옛 건물이 주는 감성도 특별했어요. 그 감성에 매료되었고 지역이 어디가 되었든 상관없었어요. 그래서 지역으로 방향을 돌렸어요.

- 그렇다면 속초에서 약 10년간 유휴공간인 쌀집을 어떻게 발견했나요.
이승아: 우리가 원하는 콘셉트로 운영하는 사업자가 없는 지역을 선정해 해당 지역의 인지도, 관광지 등을 리스트로 만들어 점수를 매겼어요. 그 중 세 군데 후보 지역을 추렸고, 속초가 한 곳이었어요. 당시 유행하던 익선동(서울) 콘셉트로 방향을 정했는데, 마침 속초 동명동의 분위기와 딱 맞아 떨어졌어요.
  
- 세 군데 후보 지역은 어디였어요.
이승아: 경북 포항시, 제천시 단양군, 강원 속초시요. 속초가 당시 양양고속도로 개통, 춘천-속초 고속철도 착공 계획 등 수도권 접근성이 높더라고요. 여러 요소를 검토했을 때 속초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어요. 첫 창업인 만큼 최대한 위험 요소를 줄이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지역을 찾은 셈이죠.

- 우리나라 정서상 유럽의 호스텔처럼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요. 방문자와 방문자, 로컬과 방문자를 어떻게 연결하려고 했나요.
이승아: 공간을 오픈할 때도,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도 '소통'이란 키워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어요. '소통'이라는 가치를 프로그램마다 담았기에, 찾아오는 분들도 타인과의 만남이 편안한 분들이 많아요. 물론 여행자 간 연결될 수 있도록 장치도 만들었죠. 여행자 간 느슨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아이스브레이킹' 활동을 하는 식으로요.

- 창업 자체를 너머 지역에서의 창업에서 어떤 가능성을 엿봤나요.
이승아: 지역이라서 성공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도시이든 지역이든 '제대로'만 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거죠. 물론 지역의 진입 장벽이 낮고, 경쟁자가 적다는 장점이 있죠. 현실적으로 수도권에 비해 제약이 덜하진 몰라도 자기만의 아이템, 시그니처 콘텐츠가 있을 때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겠죠.
 
여행자가 함께 모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
 여행자가 함께 모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
ⓒ 트리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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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슨함에서 긴밀한 관계로, 선순환을 만드는 소호거리

- 다양한 프로젝트로 대표 님의 동네, 골목길, 거리에 대한 애정이 돋보입니다. '소호거리'는 대표 님이 창업 초기 바라던 모습과 닮아있나요.
이승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치해요. 그래서 매일 감사합니다.(웃음) 처음 동명동에 왔을 때 조용하고 오래된 골목이었어요. 이 동네만의 정취나 감성을 깨고 싶지 않았고요. 리모델링 공사할 때도 최대한 외관은 건드리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 담을 수 있도록 해치지 않는 선에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 문화관광에 더해 로컬콘텐츠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몇 개만 설명해주세요.
이승아: 5박 6일 속초살이 프로그램인 <세탁숙소>가 있어요. 타 지역에서도 한달살기 프로그램이 많지만, 한 달이라는 기간이 부담될 수도 있잖아요. 속초에서 일주일 가량 지내면서 시장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요가와 클라이밍 같은 활동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참여자에게 다채로운 활동 시간표를 제공하고 있어요.

- 각지의 다양한 청년을 만났을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요.
이승아: 동갑인 친구도 있고,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여행객이 오기도 해요.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죠. 그 중 창업을 꿈꾸는 소둥이(게스트 애칭)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저희가 속초에서 어떻게 사업을 시작했는지 대화를 나눴는데요. 실제 속초에서 음식점을 열거나 아이스크림 가게를 연 몇몇 소둥이 분이 기억에 남네요.
 
여행자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여행자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 트리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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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창업은 나만의 것이 아닌 '지역의 오래된 미래'

- 속초에서 창업한 과정을 얘기했는데, 지역에 관해 나누고 싶어요. 청년들은 왜 지역으로 향할까요.
이승아: 청년은 지역이 지닌 매력을 잘 해석할 수 있다고 봐요. 이미 거주하고 계셨던 분들은 볼 수 없던 부분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기에 그 가능성을 안고 지역으로 향하지 않을까요.

- 속초의 삶과 서울의 삶을 비교하면 새롭게 발견한 모습이 있나요.
이승아: 서울의 삶보다 지역에서 살면서 느끼는 부분은 '내가 이렇게 열정적이었나?'라고 돌아보게 돼요. 상대적으로 느리게 흘러가는 도시에서 살면서 치열하게 나만의 공간을 꾸리려고 열심히 달려온 것 같아요.

- 그 열정, 어디에서 시작됐나요.
이승아: 아무래도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덜 지쳤던 것 같아요. 제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모색하는 지점에서 감흥을 받는 편이거든요. 지칠 수 있지만, 잘 조절하면서 나아가고 있어요. 같이 일하는 동료로부터 많은 에너지를 얻기도 하고요.
 
소호거리
 소호거리
ⓒ 트리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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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지는 동네에 대한 아카이빙 및 인터뷰를 담은 책 <동명동으로 어서오소호>을 발간 하셨어요. 동명동의 어떤 점을 담고자 했나요.
이승아: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지역 콘텐츠를 이용하면서 느낀 점은 이 마을을 일구고 가꾸어온 지역민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무언가를 시도하지 못했을 거라고 봐요. 과거 동명동은 수산업이 활발하고, 북적북적한 동네였거든요. 세월이 흐르면서 동네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낙후되는 시점에 저희가 공간을 오픈한 거예요. 우리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마을 어른과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담았어요. 주민 분들도 골목축제, 플리마켓, 벽화작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니까 "다시 동네가 살아나는 것 같다"라고 말씀해주세요. 뿌듯한 순간이죠.

- 앞으로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이승아: 속초라는 지역에 여행자로 들렀다가 지역에 정착하는 청년이 더 많아졌으면 해요. 이제 막 지역에 정착하려는 청년을 위해 청년 창업, 지역 취업 등을 지원하는 센터로서의 역할도 그리고 있고요. 속초에 새로운 가게들이 생기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면 저희도 좋잖아요.(웃음) 다같이 모여 사는 '라이프밸리'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www.makehope.org)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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