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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이었다. 아기가 앉아 있다가 엉덩이를 들려고 하다가 넘어지는 행동을 시작했다. 아기의 이런 행동은 한번에 그치지 않았다. 이후로도 아기는 이런 시도를 지속했다. 앉아 있다 엉덩이를 들었다가 넘어지고 하는 행동을 한번 시작하고 난 이후에 계속 반복을 했다. 

왜 그러는지 모르는 초보 엄마와 아빠는 아기가 이런 행동을 되풀이 할 때마다 자동으로 미어캣 모드가 되었다. 이유를 모르니 그저 멍하니 아기의 활동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 아기가 자주 하는 행동은 하나가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꾸 엄마 아빠의 바지를 잡아당기고 일어나면서 빤히 엄마, 아빠를 바라보는 일이었다.

이러한 행동들을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되풀이 하자 부부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첫 아기를 키우는 입장이라 어떤 것을 원해서 아기가 이 행동들을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 지난하고 험난한 고민의 답은 시간이 지나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세 시간 정도를 아기를 돌봐 주러 오시는 나의 어머니이자 아기의 할머니가 주셨다.

"엄마. 아기가 요새 계속 이러네... 자꾸 앉아서 엉덩이를 들썩이다가 꽈당하고... 자꾸 아내의 바지를 잡고 일어나고 아기가 왜 그런 걸까요?"
"아기가 일어나려고 하는 거야. 바지를 잡고 서는 건 같이 걸음마 하고 싶다는 표현 아닐까?"   

 
아기가 제일 자주 찾는 곳이 부엌이라서 그런지 걸음마 보조기로 부엌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 걷는 아기 아기가 제일 자주 찾는 곳이 부엌이라서 그런지 걸음마 보조기로 부엌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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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일이었다. 14개월을 지나가는 지금, 아기는 혼자 어디를 잡고 일어나는 것만 하고 있었다. 아직 혼자 일어나는 것을 하지 못했다. 당연히 첫 발도 떼지 못했다. 이를 두고 주위 분들이 많은 우려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아기의 할머니도 집에 육아를 도우려 오실 때마다 이런 우려들을 부부에게 자주 전달하고는 했다.

아기의 할머니나 주위 분들은 아기가 걷는 시기가 느린 점을 걱정했다. 평균적으로 아기들의 대부분이 생후 1년이 될 무렵에는 걷는다고 했다. 생후 9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첫 걸음을 떼야 하는데 아기가 늦는 게 아닌지 걱정을 하셨다. 이런 말씀들을 계속 듣자 우리 부부의 걱정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도 자주 이런 우려를 접하자 불안한 마음은 커졌다. 서재에서 예전에 읽었던 책을 찾아 관련된 문구를 찾아보았다. 아기의 발달에 관해 서술 된 책에서는 아이들이 늦으면 17개월이 되어서야 걷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때를 넘어서도 걷지를 못하면 담당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해야 할 만큼 큰 문제(자폐도 의심해 보아야 하는 문제)라고 적혀 있었다. 이러한 문구을 보며 안도의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더욱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기가 걷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꾸준히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는 있었다. 이게 기는 것은 현란한 속도와 방향 전환을 보여줄 만큼 잘한다. 게다가 가끔은 집안의 계단을 기어 올라가고 싶다며 떼를 쓰기도 한다. 아기가 걷는 시기를 맞게 되면서 다시 찾아서 읽은 책에는 이를 '아기가 계단 오르기를 통해 높이나 깊이를 판단하는 능력을 익히고 평형 감각을 개발하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계단을 오르기를 아기는 매우 좋아했다. 하루에도 두세 번 오르기도 했다. 아기가 혹여나 힘들까 걱정한 아기 엄마는 계단 오르기를 자주 시켜주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걷기 위해서 계단을 오르는 것을 인지한 이후, 최근에 아기 엄마는 달라졌다. 아기가 최대한 자주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아기가 걷는 모습을 뒤에서 촬영한 장면이다.
▲ 걷는 아기 아기가 걷는 모습을 뒤에서 촬영한 장면이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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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이른바 '붙잡고 걷기'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었다. 벽을 잡고 벽을 따라 한두 걸음을 걷고 잡고 설 수 있는 물건들을 잡고 한두 걸음은 걸었다. 읽은 책에서는 이를 두고 붙잡고 걷기라고 한다고 했다. 읽었던 책에는 이런 내용도 함께 적혀 있었다.
'아기가 걸어 다니는 것을 최대한 격려해 주어라. 격려를 유지하면서 당신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걷게 하라. 앉거나 일어설 때, 무릎을 어떻게 구부리는지를 자세히 눈높이에서 보여 주는 것이 아기가 걷는 것을 시작하는데 큰 도움과 자극이 된다. 아기가 몸을 움직여 스스로 원하는 장난감까지 가게 하라. 이에 성공한다면 칭찬을 많이 해주어라.'

아기가 걸으면 아기 엄마가 "아구 잘했어요" 하며 칭찬을 해주는 이유다. 아기 엄마는 이런 아기를 위해 혹시나 넘어질 경우에 부딪혀 다칠 수 있는 물건들부터 다 치웠다. 그리고 걸음마를 유도하기 위해 두 가지 버전의 걸음마 보조기까지 사서 두었다. 이제 아기가 이 걸음마 보조기를 잡고 걷는 것만 남은 것이다. 

아기는 걸음마 보조기를 처음에는 거부를 했다. 이유는 걸음마 보조기에 달려 있는 소리가 나는 장난감들을 낯설어해서 울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아기가 계속 걸음마 보조기에서 나는 소리를 낯설어하자 아기 엄마는 이 장난감부터 아예 걸음마 보조기에서 분리해 버렸다. 아기가 한동안 소리 나는 장난감을 장착하지 않고 보조기를 이용한 이유다. 

이런 아기가 갑자기 지난 주말부터 걸음마 보조기로 7~8발 정도 떼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걸었다. 아니 걷는 것이 아니라 집을 누비기 시작했다. 계속 보조기를 이용하려 하더니 어제는 보조기로 걸음을 걷다가 방향까지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참 감사하고 반가운 일이었다. 아기가 집을 걸어 다니는 것을 보고 아기 엄마가 눈물을 보인 이유다.

아기 엄마의 눈물이 이해가 되었다. 나도 그렇지만 아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육아를 하는 아기 엄마가 더 깊고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위 어르신들의 걱정은 우리를 더 불안하게 했다.

"지금이라도 어디 찾아가서 물어 봐야 하는 거 아닐까? 하기야 아기가 뭘 봐야 배워서 하지... 뭐 밖에서 다른 사람들이 걷는 것을 계속 봐야 아기도 자극이 되는 거지. 엄마 아빠가 집에서 걸어 다니는 것만 보면 더 늦어지는 거지. 아기가 하루에 다른 사람들이 걷는 것을 몇 번이나 보겠어? 다른 사람들이 걷는 것을 자꾸 봐야 아기도 빨리 걸을 수 있는 거 아닐까? 걱정이다 걱정."

이런 걱정들을 뒤로 하고 아기가 드디어 걷는 것이다. 그것도 이제는 꽤 능수능란하게 잘 걷는다. 오늘도 아기 엄마는 아기가 걷는 동영상들을 보내왔다. 이번에는 아예 밖에 데리고 나와서 걸음마를 하게 해 주었나 보다. 

아기는 밖에서도 잘 걸었다. 밖에서 신발을 신고 걸은 경험이 없었음에도 말이다. 아기가 잘 걷는 동영상을 보면서 절로 미소가 나왔다. 집에 돌아가면 걷기 시작한 아기를 대견한 마음으로 꼭 안아 주어야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아기가 밖에서 걸음마 보조기를 잡고 마당을 걷고 있다.
▲ 밖에서 걷는 아기 아기가 밖에서 걸음마 보조기를 잡고 마당을 걷고 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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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이 많은 시대에 아기를 기르는 것은 이렇게 많은 걱정들을 하게 한다. 우리 아기의 발달이 느린 것은 아닐까라며 어쩌면 나와 같은 고민을 어딘가에서 하고 계실지도 모르는 이 시국의 모든 엄마 아빠들이 계시리라.

그 모든 아기의 부모님들께 아기의 걸음마 보조기에 달린 소리 나는 장난감의 다채롭고 다양한 소리를 담은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아기가 계단을 기려고 하던 모습에서 볼 수 있던 아기의 열정을 담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도 함께 보내는 바이다. 걸음마에 관한 좋은 명언을 독자님들께 바치며 글을 마친다.
 
걸음마를 시작하기 전에
규칙을 먼저 공부하는 사람은 없다.
직접 걸어 보고 계속 넘어지면서 배우는 것이다
- 리처드 브랜슨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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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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