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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자료사진).
 초인종(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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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과거 보안사령부 시절 저질렀던 고문 등에 대해서 사과를 하기 위해 확인작업을 하던 중 그로 인해 고문 피해자가 다시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4일 오전 8시 30분경 한 국가기관 고문 피해자 A씨의 집에 초인종이 울렸다. 방문자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지사) 소속 직원 B씨였다. 고문 피해자 A씨는 얼떨결에 문을 열었고, 사복 차림의 B씨와 5~6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B씨는 과거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국방부의 사과를 받을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 묻기 위해 A씨의 집을 방문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 과거사 업무지원단에 확인한 결과, 이 방문은 1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의 진실 규명 결과에 기반해 2010년부터 행정안전부 과거사 업무지원단이 지속적으로 각 부처(국가정보원, 국방부, 경찰청 등)에 공문을 보낸 결과다. 최근 국정원·경찰청을 비롯해 관련 기관에서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내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지? 혹시?...' 되살아나는 트라우마

사건은 39년 전인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문 피해자 A씨는 당시 부산 보안대로 끌려가 약 30일 동안 불법 구금과 극심한 고문을 당했다. 건장한 남성들에게 잡혀갔던 당시 부산 보안대는 '삼일공사'라는 나무 간판이 있었으며, 피해자 A씨는 그곳 지하에서 성기와 양쪽 손가락에 전기를 흘리는 전기고문, 손톱 밑을 이불을 꿰맬 때 쓰는 긴 바늘로 찔리는 고문 등을 당했다.

A씨는 허위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A씨는 허위자백으로 간첩이 돼 징역 15년형을 받고 9년을 감옥에서 살다가 1991년 5월 가석방됐다. 그리고 지난 2011년 28년 만에 재심을 통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평생을 고문 트라우마에 시달려온 A씨에게 2021년 안지사 소속 직원의 갑작스러운 방문은 트라우마를 되살렸다. A씨에 따르면, 안지사 소속 B씨는 안지사의 전신 보안사령부의 잘못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A씨에게 '고생 많이 하셨다'는 언급만 했다. 또한 '만약 우리(안지사)가 선생님에게 사과를 한다면 사과를 받을 의향이 있는지' 등을 물어본 뒤 5~6분 정도 있다가 떠났다. 현관문을 나서며 B씨는 '나는 부하직원이어서 힘이 없고, 오늘 대화는 부대로 돌아가 상관에게 보고하겠다'고 했단다. A씨는 기자에게 이 사실을 전하며 "하루종일 불안에 떨었다"고 말했다.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지사에서 우리 집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며 "진화위에 주소를 알려준 적이 있지만 예전 주소다. 지금 사는 곳은 이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보안사령부 후신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아직도 나의 개인정보를 사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지사 관계자는 2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방부에서 (주소) 자료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A씨의 경우, 연락처가 없었다. 국방부는 진정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중요해서 피해자를 못 만나면 안 되니까 이른 시각에 (A씨를) 찾아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과 의사 수용 여부를 정중하게 물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깊은 고민 없는 사과가 가진 중대한 결함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본관.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본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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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가한 국가기관이 피해자를 불쑥 찾아가 사과를 받을 건지 말 건지 묻는 이와 같은 행위는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다. 

첫째, 국가기관의 사과가 반인륜적 범죄 행위와 대비되게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불법구금, 고문으로 상징되는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행위는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반인륜적 범죄다. 그럼에도 이들의 사과는 '상부에서 시키기' 때문에 마지못해 하는 사과라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 24일 안지사 B씨도 A씨를 만난 자리에서 '나는 부하직원이며, 현재 이 지역(A씨 거주지역)을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와 오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둘째, 피해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과다. 반인륜적 인권침해로 피해자는 물론 그 가족의 일생을 망가트린 국가기관이 그들의 고통과 피해를 조금이라고 헤아렸다면 이른 아침 불쑥 찾아와 사과 수용 여부를 물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안지사 내부의 공식적인 절차(공문 등)는 있었겠으나 사과를 받는 피해자를 향한 절차는 없었다.

마지막은 구체성이 결여된 사과라는 점이다.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은 간첩조작 피해자들의 판결문을 보면 그들이 국가기관에 의해 어떻게 불법으로 연행했는지, 며칠 동안 구금했는지, 그 기간 동안 어떤 고문을 자행했는지, 법정에서 수사관들이 어떻게 사법부를 농락했는지 등이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이 같은 공적 문서를 기반으로 먼저 국가기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사과의 시작이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다'는 말로 자신들의 잘못을 희석하는 것은 사과라고 보기 어렵다. 

안지사 직원은 통상 업무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한 것일 뿐이겠지만,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하는 마당에 피해자가 벌벌 떠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안지사는 "연락처가 없어서" "못 만나면 안 되니까"라는 이유로 직접 찾아가는 방법밖에 없다고는 하나, 고문과 감시로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을 받은 피해자들에게는 그들의 예고없는 등장 자체가 다시금 트라우마를 되살리는 계기가 된다.

국가기관의 사과 과정에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배려와 사과가 사과로 느껴질 수 있게 하는 근본적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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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정경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습니다. 국제정치와 국내정치 이슈를 분석하고 가능하면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게 목표입니다. 저의 주장에 대한 비판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기사를 근간으로 한 유투브 채널(POLITIPS)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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