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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읽은 채근담 후집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꾀꼬리가 노래하고 꽃이 활짝 피어 온 산과 골짜기를 가득 채워도, 이 모두는 천지의 헛된 모습일 뿐이니, 계곡의 물이 마르고 나뭇잎이 떨어져 바위와 벼랑만이 앙상하게 드러나야 비로소 천지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의 계절은 그럼 어디쯤일까? 본 모습을 찾아가는 힘든 여정의 끝자락 어디쯤일까? 그럼 나는 어떨까? 나는 괜찮은 사람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 나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마지막 수업, 새집을 달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아이들.
 마지막 수업, 새집을 달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아이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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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었던 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다. 어떤 나무는 벌써 가지만 앙상하게 남았다. 포근한 날씨와 힘없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잎들. 늦가을은 나를 차분하고 감성적으로 만든다. 며칠 전 마지막 수업을 하는 팀이 있었다. 마지막 수업은 좀더 의미 있는 수업으로 진행하고 싶었다. 끝나도 다시 숲을 계속 사랑하고, 찾아와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수업 말이다.

우리는 새집을 만들어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곳에 달아주기로 했다. 일단, 친구들과 새집에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바다와 새가 있고 한 면은 꽃그림이 있고, 한 면은 자신들의 이름이 한 가득이다. 새들이 드나드는 앞면은 'I Love You'가 그려져 있다.

"선생님,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새집에 들어가요?" 아이들은 동그란 작은 구멍으로 새들이 드나드는 것을 좀처럼 믿기 힘들어 했다. 그림을 완성했으니 나사를 조여 새집을 완성해야 했다. 모두 다 해야 하니 나사 하나에 한명씩이었다. 드디어 새집이 완성됐다.

"이 새집을 어디에 달아주어야 하나?" 우리는 의논하고 산을 올랐다. 한 친구는 고소공포증을 이기고 숲에 올랐다. 우리는 신중하게 나무를 골랐다. "이 나무는 너무 굽어서 안 되어요. 이 나무는 너무 가늘어서 새집을 지탱하기가 힘들어요." 드디어 맘에 드는 나무를 골랐다. 고소공포증을 이기고 올라 온 친구의 큰 키 덕분에 높은 곳, 좀 더 높은 곳에 새집을 달아 줄 수 있었다.

새집도 달았고 내려갈 준비를 하려니 친구들이 새들이 좋아하는 붉은 열매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새들이 쉬러 왔다가 맛있게 먹길 바라는 마음이란다. 플라스틱 컵에 담아놓은 열매는 새들이 맛있게 먹길 기다렸다가 수거해 와야겠다. 드디어 원하는 나무에 새들이 먹을 열매도 가득 담아 놓았다. 새들은 행복하겠다.
 
빨간 열매로 물들인 손톱을 자랑하는 한 어린이.
 빨간 열매로 물들인 손톱을 자랑하는 한 어린이.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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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월쯤 꼭 이 곳에 와서 새들이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고 있는지 한 번 찾아와보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숲을 내려왔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친구는 내려오는 길을 너무 무서워했다. 새집을 달아줘서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천천히 내리막길을 내려왔다.

자유시간을 달라고 했다. 아이들은 제각각 하고 싶은 것이 달랐다. 누군가는 마지막으로 개구리를 한 번 더 찾고 싶어 했다. 어떤 친구는 숲에서 딴 빨간 열매를 손톱마다 빨갛게 칠을 했다. 누군가는 청설모와 다람쥐를 찾았다. 청설모와 다람쥐를 잡아 집으로 데려가서 키우고 싶단다. 청설모가 보였다.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무언가를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저기 청설모~" 큰 소리로 외쳐 보았지만 청설모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한참을 지켜보다 청설모 잡기를 포기했다. 좀체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구리를 찾던 친구들도 진척이 없었다. 아무리 돌을 뒤집어도 개구리가 보이지 않았다. 꼭꼭 잘 숨어서 다행이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만 얼굴을 보여주지.' 내심 개구리가 나타나 주길 바라며 돌을 뒤집어 봤다.

마음 속 바람이 이루어졌다. 아주 큰 산개구리가 짠하고 나타났다. "고맙다 개구리야." 친구들의 마지막 소원이 이루어졌다. 친구들은 개구리 크기에 감탄하고 개구리를 다시 계곡에 놓아주고 마지막 수업을 마무리했다. 잡지 못한 다람쥐와 청설모에게는 맛있는 밥상을 차려 주었다. "모두 안녕~~"

"오랫동안 함께 한 친구들도 안녕~~"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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