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24일 오후 전두환씨의 빈소가 마련된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최우원 전 부산대 철학과 교수가 전씨를 찬양하는 목소리를 높이자 유튜버들이 이를 촬영하고 있다.
 24일 오후 전두환씨의 빈소가 마련된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최우원 전 부산대 철학과 교수가 전씨를 찬양하는 목소리를 높이자 유튜버들이 이를 촬영하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24일 오후 6시 40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 특실 1호 앞. 독재자 전두환의 빈소를 생중계하는 극우 유튜버들 앞에 한 전직 국립대 교수가 마이크를 쥐고 섰다. 부산대 철학과 교수를 지내다 파면된 최우원이었다. 그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를 국장으로 모셔야 한다"며 학살자를 "구국 영웅"이라 칭했다.

민주공화국의 세금을 월급으로 받던 이가 반민주주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 기이한 상황이었다. 그 모습을 담는 수많은 유튜버들의 휴대폰 화면엔 '슈퍼챗(유튜브 후원금)'이 올라와 있었다.

최우원은 긴 시간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유튜버들은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며 호응했다. 장례식장 관리인들이 "다른 빈소도 있으니 이제 그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되레 "왜 말리냐"는 유튜버들의 항의를 뒷배삼아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24일 오후 전두환씨의 빈소가 마련된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최우원 전 부산대 철학과 교수와 일부 유튜버가 긴 시간 소란을 피우자, 같은 층 다른 고인의 유족(왼쪽 상복을 입은 이)이 항의하고 있다. 하지만 유튜버들은 되레 이 유족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4일 오후 전두환씨의 빈소가 마련된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최우원 전 부산대 철학과 교수와 일부 유튜버가 긴 시간 소란을 피우자, 같은 층 다른 고인의 유족(왼쪽 상복을 입은 이)이 항의하고 있다. 하지만 유튜버들은 되레 이 유족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그렇게 그의 발언이 20여 분 동안 이어졌고, 결국 일이 터졌다. 해당 층엔 전두환 외에 고인 두 명의 빈소가 마련돼 있었는데, 그 중 한 빈소의 유족이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상복을 입은 한 여성은 "해도 해도 너무 하네요 진짜! 나가서 해주세요!"라고 외쳤다. 앞서 기자들에게 "(전두환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했던 유튜버들은 다른 고인과 유족들에겐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다.

"뭐야 이거, 왜 이래? 당신은 상관없으면 가!"

관리인들이 최우원과 유튜버들을 말리며 "혼자 쓰는 곳이 아니잖아요"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그들로부터 "연세대 직원들이 순 엉터리"란 답이 돌아왔다.

"연세대 병원 왜 이래? 왜 이렇게 비협조적이야?"

왜 저리 당당할까
 
전두환 전 대통령 장례 이틀째인 24일 오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장례 이틀째인 24일 오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독재자를 추모하는 사회. 학살자를 애도하는 집단. 그리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빈소 예절 따위는 내팽개쳐버리는 이들. 생전 대한민국 현대사에 오욕을 남긴 전두환은 죽은 후 빈소의 모습마저 지저분했다.

그들은 왜 저렇게 당당할까. 독재자를 추모하고, 학살자를 애도하는 것에 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까.

빈소 입구에 줄지어 있는 조기가 눈에 들어왔다. 대구광역시장 권영진, 경상북도지사 이철우, 국회의원 윤재옥... 이들의 조기는 마침 기자의 눈에 띄었을 뿐이다.

이날 아침 유엔(UN)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은 독재자의 영정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학살자에게 "명암이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참고로 유엔은 평화 유지를 목표로 하는 곳이다.

대한민국 제1야당 국민의힘의 대표 이준석은 조화를 보냈다. 조화는 슬픔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당내 구성원들은 자유롭게 조문 여부를 결정하라"고 말했다. 곧장 원내대표 김기현이 빈소를 찾았다. 그는 "인간적 차원에서 조문을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며 "각자가 가진 의견이 다 다르고 존중해야 할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준석과 김기현의 발언으로 독재자를 추모하는 행위가 "자유롭게 결정할 일", "최소한의 도리", "존중해야 할 의견"으로 둔갑했다. 그들이 속한 정당의 대선주자 윤석열은 "정치를 잘했다"고 평가했던 전두환의 사망 소식을 접하자 조문을 가겠다고 했다가 황급히 말을 바꿨다.

자양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정치권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언론사 사주들의 조화도 빈소 곳곳에 놓여 있었다. 이날 오후엔 중앙일보와 JTBC의 최대주주인 중앙홀딩스의 회장 홍석현이 조문을 왔다. 그의 조문 소식에 사내에서도 반발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사회나 극단의 여론은 존재한다. 전두환의 5공 동지들이나 극우주의자들이야 빈소를 찾을 수도 있다. 유럽에도 히틀러를 추종하는 세력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당당해선 안 된다. 독재자를 거리낌 없이 추모하고 학살자를 맘 편히 애도하는 사회는 분명 비정상이다.

극단의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해선 정치적·사회적 권력을 지닌 이들이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이 기사에서 언급한 반기문, 이준석, 김기현, 윤석열, 홍석현, 권영진, 이철우, 홍석현 등과 빈소를 가득 메운 조화의 주인 중 여럿은 그러한 위치에 서 있는 이들이지만 오히려 반대로 행동했다.

그들은 '학살자를 추모하는 사회'의 훌륭한 자양분이 되고 말았다. 

태그:#전두환
댓글43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