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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과 오찬을 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과 오찬을 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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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 사망 소식은 국내외 주요 언론을 통해 지난 23일 오전 9시 50분경 긴급 속보로 타전됐다. 약 2시간이 흐른 뒤 전씨 사망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뭐, 우리 유족에게,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는 삼가 조의를 표하고,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조문 계획은?) 아직 언제 갈지 모르겠는데, 뭐, 준비 일정을 봐서,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가야 하지 않겠나."

그로부터 다시 약 2시간 뒤 같은 당 이준석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저는 전두환 전 대통령 상가에 따로 조문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이양수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 역시 "윤석열 후보는 조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윤 후보가 애초 조문 의향을 밝히며 대다수의 정서는 물론 당의 방침과도 배치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일각에선 후보 스스로의 돌발 상황 대처 능력과 현장을 콘트롤하는 참모가 부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윤 후보가 빈소 조문 의향을 밝힌 것은 전두환씨 사망 소식이 보도된 지 약 2시간여 뒤다. 조문을 할 거냐는 질문이 나오리라 충분히 예상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답변을 돌발 상황 대처로 보긴 어렵다. 즉, 윤 후보의 '진심'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윤석열 스타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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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윤 후보는 검사 시절부터 어떤 사안에 대한 의견이 확고할 땐 주변의 조언과 조직의 방침에 따르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설파하는 걸로 잘 알려져 있었다. 

최근 사례를 보자면, 지난 15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관련 책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그는 원고도 없이 장시간 즉석 연설을 했다. 그는 "제가 자꾸 실언을 한다고 해서 이렇게 말씀드릴 자료를 써왔는데, 그래도 김 위원장에 관한 얘기니 실언을 해도 상관없지 않겠나 싶어서 그냥 말하겠다"며 김 전 위원장 조부의 이야기에서부터 자신과의 인연 등을 긴 시간 쏟아냈다. 

하지만 달변인 윤 후보에게도 진짜 돌발 상황이 있었다. 지난 22일 TV조선 '글로벌리더스포럼 2021'에서 벌어진 '2분 침묵 사건'이다.


한국의 미래 비전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위해 연단에 오른 윤 후보는 인사를 한 뒤 곧바로 연설을 시작하지 않은 채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헛기침을 했다. 정적이 이어지자 사회자가 시작을 요청했지만, 윤 후보는 침묵했다. 2분 가까이 지난 뒤에야 프롬프터에 연설문이 나왔고, 윤 후보는 연설을 시작했다. 앞서 연설에 나선 이 후보가 프롬프터 고장에도 즉각 연설을 펼친 것과는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달변가의 침묵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2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TV조선 글로벌리더스포럼2021에서 국가 미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2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TV조선 글로벌리더스포럼2021에서 국가 미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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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이를 적극 공략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정치는 자기 머리로 해야 한다"며 "남이 써준 대로 읽는 정치인이 어떻게 새로운 미래를 써나갈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백혜련 최고위원도 "프롬프터 없이는 연설도 하지 못하는 이런 분이 대통령 후보라니"라고 했고, 김상희 국회부의장 역시 "프롬프터 없이는 한 마디도 안 나오는 윤 후보, 딱하다"고 꼬집었다. 

이런 지적에 야권 한 관계자는 "생각해 보라. 원래 원고대로 하기로 한 상태에서 올라간 것이지 않나. 만약 인쇄된 종이로 (연설)하기로 했는데, 종이가 없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갖고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측근이) 옆에서 뭘 어떻게 하나. 원고가 없는데 뭘 어떻게 하나"라고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주최 측의 준비 소홀이 '2분 침묵'의 근본 원인인 것은 맞다. 하지만 전두환씨 조문을 하겠다거나, 원고 없이 김종인 전 위원장을 공치사하는 등 평소 생각을 설파하는 데 거침없었던 윤 후보가 침묵한 것은 분명 이례적인 장면이다. 

평소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윤 후보가 프롬프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게, 그가 한국의 미래 비전에 대해 평상시 정리된 생각이 없기 때문은 아니길 바란다. 즉, 이건 실력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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