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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영수증과 샐러드 제조일자가 나란히 적혀 있다. 영수증은 23일 발행되었으며, 샐러드는 10일 제조됐다고 적혀 있다.
 구매 영수증과 샐러드 제조일자가 나란히 적혀 있다. 영수증은 23일 발행되었으며, 샐러드는 10일 제조됐다고 적혀 있다.
ⓒ 한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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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에 있는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대에서 샐러드를 구입했다. 할인상품도 아니었고 일반 매대에 올려져 있던 제품이었다. 다음날인 24일 아침 먹으려고 봉투를 열어보니 샐러드는 다 물러져 시큼한 냄새가 코 끝을 찔렀다. 마치 피클을 구매했을 때의 느낌이랄까? 등골이 오싹했다. 아무 생각 없이 급하게 나가면서 먹었다면 배탈이 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샐러드가 담겼던 봉투를 확인하니 제조일자가 '11월 10일'이었다. 24일을 기준으로 2주가 된 상품이었다. 유통기한을 찾았지만 아무 데도 적혀있지 않았다. 해당 마트에 전화를 걸어 물었더니 담당자는 연신 죄송하다며 환불조치를 해주겠다고 했다. 

문제가 있다면 환불조치는 당연한 것이다. 다만, 왜 유통기한이 적혀있지 않았으며 이 정도로 상품가치가 떨어진 제품이 대형마트에 버젓이 진열될 수 있었는지를 듣고 싶었다. 농산코너 담당자의 연락처를 받아 상품 사진을 전송하자 곧이어 전화벨이 울렸다. 담당 직원의 요지는 아래와 같았다. 

"원래 샐러드는 유통기한 적시의 의무가 없으며 기업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면 된다. 따라서 본 업체는 5일을 기준으로 샐러드를 폐기처분하는 식이다. 이번 사안은 직원들의 관리 미흡으로 발생한 사안이다. 정말 사과드리고 다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

그는 정중하게 대답하고 사과했지만 의문은 여전했다. 이 문제는 그저 농산코너를 관리하는 노동자의 문제만은 아니고 관리감독의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먹거리의 안전을 모두 기업에게 맡겨놓아도 되는 것일까.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생각에 좀 더 알아봤다. 

유통기한 표기 강제할 법안 있어야
 
샐러드가 물에 닿자마자 시큼한 냄새를 뿜으며, 축 쳐진 상태다.
 샐러드가 물에 닿자마자 시큼한 냄새를 뿜으며, 축 쳐진 상태다.
ⓒ 한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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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누리집을 찾아본 결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샐러드의 유통기한 관리를 기업에 맡기고 있었다. 식약처는 샐러드 구입을 위한 소비자 안전수칙을 발표했을 뿐이다. '샐러드를 씻어 먹어야 한다', '유통기한을 넘겨서 먹어선 안 된다' 등이다. 

이번에는 서울시 중구 보건소에 해당 마트가 '상한 샐러드'를 판매하고 있다고 신고해보기로 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통기한도 적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의 처벌을 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알겠습니다. 알아보겠습니다." (서울시 중구 보건소 식품안전팀 담당자)

그도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였다. 유통기한 표기를 강제할 법안이 없다면, 법과 지침에 따라 일하는 공무원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주의를 주는 것,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달라 말하는 그뿐일 것이다. 내가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그렇게 넘어가겠지. 너무 씁쓸해졌다. 

샐러드 열풍이다. 과연 이 사건이 나에게만 닥친 불운으로 해석할 수 있나? 누구든 내가 섰던 그 식품코너 앞에서 그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더 큰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 해외에선 샐러드로 인해 대규모 식중독 재난을 겪은 후 관련 법안을 정비하고 있다. 

1920년대 미국의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던 하인리히가 발견한 법칙을 설명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그는 7만 5천 건의 재해를 분석해 1:29:300의 법칙을 찾아냈다. 1건의 큰 재해 발생 이전,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었으며, 300번의 사고 발생 위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 내 하루의 절반 이상을 쏟아가며 찾아낸 문제의 결론은 '지금'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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