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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과 로스터기의 발전' 편에 이어 이번엔 로스팅에 관심이 있거나 집에서 로스팅을 경험해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앞서 밝혔듯이 커피의 향미를 결정짓는 것은 생두의 품질과 로스팅(Roasting)이다. 이렇듯 생두는 향미 결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지만, 아무리 품질 좋은 생두를 사용한다고 해도 로스팅 기술이 부족하면 좋은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렵다.
 
로스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커피 향미가 결정된다.
 로스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커피 향미가 결정된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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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유튜브에 있는 영상 콘텐츠 중 고기를 잘 굽는 방법과 관련된 영상들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 스테이크를 굽는 방법을 보면 커피 로스팅과 비슷한 부분이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로스터가 커피 품종과 생두의 품질에 따라 로스팅 스타일을 달리하듯, 고기 품질과 어느 부위를 사용해 요리를 하는지에 따라 굽는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재료가 가지고 있는 수분, 열을 주입하는 시간, 열 전달 방법과 화력 조절, 그리고 공기의 흐름까지 결국, 고기냐 생두냐 재료의 차이만 있을 뿐 조직을 최대한 파괴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활하게 성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기본 요소라 말하고 싶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처럼 원두 또한 너무 강한 열을 가하면 겉은 타고 속이 덜 익는 번트 디벨롭(burnt Develope)이 된다. 수분이 생두에 균일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열이 생두에 가해지면 티핑(tipping, 콩의 팁 부분이 까맣게 타는 현상)이나 스코칭(Scorching, 콩 외부가 거뭇거뭇하게 타는 현상)과 같은 크레이터(콩 일부가 동그랗게 떨어져 나가는 현상)나 콩의 양쪽 끝이 타게 되는 로스팅 디펙트가 발생한다.

열의 완급 없이 오랜 시간 로스팅을 방치하면 마치 육즙이 빠진 스테이크와 같이 원두 성분이 빠져나간 베이크드 디벨롭(Baked Develope)이 형성된다. 스테이크가 덜 익거나 너무 익어 버렸을 때, 쓰는 표현인 언더쿡(Under Cook)과 오버쿡(Over Cook)처럼 로스팅이 덜 된 원두는 풋내와 신맛이 지배적인 언더 디벨롭(under Develope)으로, 너무 볶은 원두는 탄내와 쓴맛이 지배적인 오버 디벨롭(Over Develope)으로 표현된다.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원두의 볶음정도를 뜻하는 약배전이나 강배전과는 다르다. 오히려 스테이크의 굽기 정도인 레어와 웰던, 미디움과 비슷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언더와 오버는 그 적정 영역을 넘어 갔을 때를 표현하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로스팅 위해선 생두·원두 분석 필요

로스팅을 잘하고 싶다면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로스팅을 많이 해보는 것이 아니라 생두가 원두로 변화하는 물리적, 화학적 변화 과정에서 커피 콩 상태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생두부터 원두까지 충분한 분석이 필요하며, 그 분석을 위해 주었던 변화 과정을 적어놓은 자료를 축적해두어야 한다. 이를 로스팅 프로파일(profile)이라고 하는데, 여러 변수에 대한 경험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로스팅 계획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예전에는 로스팅의 모든 변화를 수기로 작성해야 했기 때문에 로스터가 프로파일을 작성하면서 로스팅하는 것이 꽤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러나 커피 산업과 로스팅 매커니즘의 발전으로 크롭스터(Cropster), 아티산(Artisan) 등의 자동 기록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로스터가 프로파일을 모으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고 쉬워졌다. 하지만 머신과 프로그램에 많이 의존하기보다 조금 더 세밀한 사항들을 추가 기록하며, 커핑을 통해 개선해야 할 점을 일지 형식으로 같이 적어 놓는 것이 좋다.

로스팅의 시작은 로스터기 예열부터

실제 로스팅을 한다는 가정 하에 시뮬레이션을 하며 프로파일을 적을 때, 중요한 점을 생각해보자. 먼저 원 재료인 생두가 수분함량이 어떻게 되는지, 어떤 크기와 밀도를 지녔는지를 아는 것이 설계의 기본이다. 생두가 가진 정보를 기준으로 생두의 향미를 이해하고 그것을 발현하는 것에 목적을 둔 로스팅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로스팅 총 시간과 볶음 정도를 맞춘 다음 투입온도를 결정한다. 로스터기와 생두의 특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투입온도를 정확한 수치로 말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로스팅의 시작은 로스터기를 충분하게 예열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생두의 밀도와 투입하려는 양에 따라 투입 온도를 결정하고 생두를 투입한다. 그러면 로스터 온도가 급격히 하락하며 생두와 긴밀한 열 교환이 시작되는데, 투입된 생두의 온도가 로스터기 드럼안의 열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내부온도와 열적평형을 이루기 위해 생두는 흡열반응을 일으킨다.

생두의 흡열이 가속도가 붙으며 열적 평형을 이룬 후에도 조금 더 열을 흡수했다가 배출하게 되는데, 이 시점을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라고 부른다. 필자들은 터닝 포인트가 오는 시점의 온도에 맞춰 상승속도를 기준으로 투입온도를 설정하고 있다.

터닝 포인트 이후 생두의 내부 수분이 이동하며 균질화 되는데, 생두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가 클수록 수분이 표면으로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열 공급량에 신경을 써줘야 한다. 이때 수분이 공기보다 열전도율이 높기 때문에 너무 제거해서도 안 되며, 반대로 수분이 내부에 갇힐 경우 표면이 타거나 제대로 된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갈변반응)을 이끌어낼 수 없다.

균질화 작업이 끝나면 열의 공급량을 늘려도 콩이 쉽게 타지 않는 준비가 갖춰진다. 이 시점을 모멘텀(momentum)이라 하며, 이때 커피의 복합적 향미를 이끌어 내는 주된 화학반응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커핑 통해 품질 확인이 중요

로스팅 진행 중 콩의 적절한 온도 상승에 신경을 써줘야 하는데, 이를 흔히 ROR, 즉 온도 상승률(Rate of Rise)이라고 부른다. 1차 크랙(열에 의하여 센터컷이 갈라지는 현상)이 일어난 이후를 발현시간(Development Time)이라 부르며, 로스팅이 끝나고 배출까지의 시간을 의미한다.

많은 로스터들이 이 시점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로 생두의 향미를 발현하고 잃지 않기 위해 애쓰며, 원하는 배출 포인트를 맞추기 위해 신경을 집중한다. 배출이 끝나고 나면 냉각을 통해 원두의 향미를 보존하고 곧바로 포장하면 로스팅 일련의 과정은 마무리된다.

앞서 밝혔듯이 볶은 원두를 커핑을 통해 품질을 최종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최종 확인 후 커피의 향미가 느끼기에 부족했다면 다음 로스팅할 배치를 재설계하는 것이 좋다. 원하는 로스팅이 되었다면 그 로스팅의 재현률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변 환경 등의 변수에 대응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일관성을 지닌 품질을 관리하는 행동을 QC=커피 품질 관리(Quality Control)라 한다. 맛뿐만이 아니라 생두 투입량 대비 무게가 얼마나 감소했는지의 여부와 색도계를 통해 원두의 컬러를 정확한 수치로 기록해놓는다면 품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로스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의 전문가들은 보다 많은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작업을 한다. 하지만 전문화된 로스팅이 아닌 취미로 하는 로스팅이라면 자신에게 필요한 몇 가지만 기록해놓는 것도 좋다. 그렇게 기록해 가며 프로파일을 쌓고, 프로파일을 토대로 문제점들을 수정해 가면 여러분의 로스팅 또한 훌륭한 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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