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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가맹했을 때, 나를 무척 당황시킨 사실이 있다. 가맹점 사장은 재량권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대표적으로 가게를 여는 시간과 닫는 시간은 물론 휴무일도 사장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가맹계약서에는 하루 12시간 '연중무휴'라고 적혀 있었고(지금은 주 1회 휴무를 계약서로 보장하고는 있는 추세지만 이조차도 근래 바뀐 것이다), 부득이 휴무하고자 할 때는 1~2주 전에 본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었다.

즉,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상당한 액수의 돈을 지급하고 브랜드와 레시피만 사는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로서 권리는 반납하고 대신 노동자의 의무(유니폼, 근무시간, 근무장소, 휴무일 등)를 짊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희망하는 사람 대부분이 이런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2016년 하루 12시간, 연중무휴의 약관에 대해 공정위에 제소했지만 영업시간만 13시간으로 연장되었다.
 2016년 하루 12시간, 연중무휴의 약관에 대해 공정위에 제소했지만 영업시간만 13시간으로 연장되었다.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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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루 12시간, 연중무휴'라는 근무 조건이 얼마나 강도 높은 근로 조건인지를 초보 자영업자들은 잘 모른다. 그저 '뭐든 처음에는 열심히 해야 하니까'라는 생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장애' 정도라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해당 근로 환경에 뚝 떨어지면, 시쳇말로 '멘붕'에 빠진다. 문제는 고된 노동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종일 가게에 매달려 있는 사람이 가족과의 관계가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결국, 육체적 고통에 정신적 고통까지 더해진다.

불야성 뒤에 가려진 오징어 게임

예전 동네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이웃은 편의점 업체의 마구잡이 출점으로 매출이 떨어지자 궁여지책으로 알바를 내보내고 부부 둘이서 24시간 영업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두 부부가 서로 마주치는 시간은 24시간 중 교대 시간인 30분이 전부였단다. 물론 이 사례가 극단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이와 비슷한 사례가 차고 넘치는 곳이 바로 자영업계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오로지 프랜차이즈 자영업자만의 문제일까? 독립자영업자들은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으니 이런 문제를 겪지 않을까? 과열된 우리나라 자영업 시장에서 생존 경쟁은 말 그대로 '치킨게임'이 된 지 오래다. 매출이 떨어지는 자영업자들은 비교적 경쟁이 덜한 심야 또는 새벽 시간까지 영업을 연장하게 되고 때로는 24시간 영업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가족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외국인들은 24시간 불이 켜진 우리 도시에 '어썸 코리아', '원더풀 코리아'라며 감탄하지만, 이 불야성 뒤에 숨어 있는 '오징어 게임'의 비극을 안다면 과연 그런 감탄을 내지를 수 있을까 싶다.

삶을 파괴하는 장시간 근로
 
주 100시간 근로
 주 100시간 근로
ⓒ 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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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자영업계의 이런 어려운 사연을 전하면 혹자들은 '직장도 다를 게 없어, 먹고 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야'라고 푸념한다. 물론 요즘 유행어인 '라떼는 말야'로 나의 예전 회사원 시절을 돌이켜 보면, 당시 중소기업에서 정시 퇴근은 언감생심이었다. 가끔 철야도 해야 했고 주말에 불려 나가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퇴직 후 자영업자로 십수 년의 세월을 보낸 뒤인 2018년 주 52시간이 논의되기 시작할 무렵, 자영업자인 나에게는 거꾸로 불리할 수 있는 규제였지만 '이제 세상이 달라지는가 보다'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직원의 과로사로 국정감사에까지 불려나온 게임사의 '크런치 모드'라는 주 120시간의 근로 행태는 물론, 2020년 10월 내 지인들이 모인 단톡방에 올라온 하소연은 주 52시간 논의를 무색하게 했다.

'거의 주 100시간 힘들어 죽갔네유...'

오래전부터 야근에 철야를 밥 먹듯이 하던 이 친구는 엔지니어인데, 오십이 된 현재까지도 싱글이다. 본인 말처럼 일하다 보니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고 한다. 난 그에게 주 100시간(한때는 110시간씩 일했다)을 1년에 몇 번씩 하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이에 그는 자신의 업종이 경기가 좋았을 때는 '연중 내내'였다고 했다.

도대체 지금까지 어떻게 견딘 거냐는 물음에 그는 젊었을 때는 수당 받는 재미로 했지만, 팀장이 되고 중년에 접어든 지금은 이대로 퇴직하면 산업의 역군으로서 존중받는 퇴역이 아닌 무기력한 잉여 인간으로 취급받을까 두려워 참고 있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몇 년 전, 전 직장 선배는 둘째 딸이 취업 가뭄 시대에 '게임사'에 취업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러나 몇 달 후, 그는 딸이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유는 바로 그 '크런치 모드' 때문이었다. 그의 딸은 매일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올 수 있었고, 딱 3개월 만에 '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직업병까지 얻어 지금은 집에서 쉰다고 한다. 참고로 이를 전한 그는 가족의 생계와 아들, 딸 셋의 학업 지원을 위해 24시간 중 20시간을 일하는 사람이었다.

눈앞에 닥친 인구절벽 시대... 진짜 원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자율휴무는 왜 보장되지 않는 걸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자율휴무는 왜 보장되지 않는 걸까.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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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멀리 돌아온 느낌이지만, 사실 이 글에서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저출산'이다. 각 당의 대선 주자들이 확정된 요즘, 후보들은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이곳저곳을 방문하고 형형색색의 '정책 다발'을 든 채 대중들 앞에 무릎 꿇고 구애를 하고 있다. 이들의 이런 행보가 때로는 삼류 영화의 뻔한 장면처럼 상투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공약(公約)이 당선 후 공약(空約)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겉으로 보기에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부동산'인 듯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 앞에 놓인 가장 시급한 문제는 '출산율'이란 사실에 고개를 저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선주자들 또한 저출산 공약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일하는 여성들에 초점을 맞춰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엄마들의 건강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저출산을 향한 관심은 이전 정부 혹은 대선에서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관련 정책에 200조 원의 예산이 쓰였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0점대(2020년 기준 0.837)'에 진입했다고 하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틀림없는 듯하다.

사실 저출산 대책을 들고 나오는 후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의아함을 느꼈다. 정책들이 종합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이분들에게 묻고 싶다. 위에 내가 열거한 사례처럼 연중무휴, 심야, 새벽까지 일해야 하고 주 120시간을 일하는 사람이 아이를 낳을까? 결혼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청년들이 결혼할까? 아이를 낳으려 할까? 저출산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이후 어느 주말, 전설의 '주 110시간 근로'의 주인공이 오랜만에 모임에 나왔다. 그의 표정과 목소리는 이전보다 확실히 밝아져 있었다. 그는 주 52시간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청년들은 연장 수당을 준다고 해도 주 40시간만 채우고 '칼퇴근' 한다며 변한 세태를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전, 앞서 언급한 선배의 딸처럼 올해 게임사에 취업한 내 아들은 운 좋게도 주 52시간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그러함에도 녀석은 직장인만 걸리는 우울증이라는 '일요일 오후 3시 우울증'이 자신에게도 찾아온 것 같다며 엄살(?)을 부린다. 

인간의 삶에 노동시간이 미치는 영향이 이토록 지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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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에서 자영업자 그리고 시급제 노동자와 법인대표로 일하며 느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같은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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