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좋지 않은 팀을 마주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3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0-3(21-25, 18-25, 25-27)로 완패하면서 5연패에 빠졌다.

승점 획득에 실패한 흥국생명은 이날 패배로 6위로 올라온 IBK기업은행에 승점 1점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바로 위에 있는 4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는 승점 9점 차로,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반부터 무너진 흥국생명, 홈 팬들에게 실망감 안겼다
 
흥국생명 5연패 부진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화성 IBK 기업은행 알토스의 경기. 흥국생명 선수들이 3-0으로 패배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흥국생명 5연패 부진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화성 IBK 기업은행 알토스의 경기. 흥국생명 선수들이 3-0으로 패배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불거진 일련의 문제로 인해 IBK기업은행 팀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고 경기 직전 취재진을 만난 김사니 감독대행은 이야기를 하던 도중 답답함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반대로 말하면, 홈에서 IBK기업은행을 불러들인 흥국생명으로선 연패를 탈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1세트 중반까지 IBK기업은행과 접전을 펼친 흥국생명은 16-17서 두 점을 내리 내줬다. 박미희 감독이 작전타임을 요청하면서 한 차례 흐름을 끊어봤지만, 오히려 IBK기업은행과의 거리가 더 벌어진 채로 1세트를 마무리했다.

2세트는 시작만 해도 흥국생명의 분위기였다. 이주아의 서브 득점을 기점으로 3연속 득점을 올리면서 상대를 압박했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리시브 라인에 조금씩 균열이 발생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드를 잡은 IBK기업은행이 2세트 초반 5점 차까지 달아났다. 사실상 일방적인 세트였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3세트도 허무하게 놓치고 말았다. 21-24로 매치포인트까지 몰렸던 상황을 25-24 세트포인트까지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마지막 한 점을 따내지 못했다. 표승주의 연속 득점로 위기를 극복한 IBK기업은행이 26-25에서 김수지의 오픈 공격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15득점을 기록한 외국인 선수 레베카 라셈(등록명 라셈)을 비롯해 표승주, 김주향(이상 14득점), 김희진(11득점)까지 무려 네 명의 선수가 골고루 공격에 가담하면서 팀 승리에 기여했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팀에 보탬이 된 김수지의 역할도 중요했다.

둥지 옮긴 후 계속되는 무기력함... 방법이 안 보인다

흥국생명 외국인 선수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이 홀로 24득점을 책임지면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득점을 나타냈지만, 말 그대로 캣벨의 고군분투나 다름 없는 경기였을 정도로 국내 선수들의 부진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김다은(8득점), 정윤주(5득점), 이주아와 김미연(이상 4득점) 등 현실적으로 예년보다 좋은 팀 성적을 내는 게 쉽지 않은 멤버 구성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이 되거나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동안 홈 경기장(인천 계양체육관)을 남자부 대한항공 점보스와 같이 사용하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오직 흥국생명만을 위한 새로운 보금자리가 마련됐다. 인천삼산월드체육관이 코로나19 백신접종센터로 사용되면서 이달 들어서야 홈 개막전을 치렀지만, 팬들과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은 한껏 상승했다.

그러나 홈에서 열린 최근 3경기 모두 세트스코어 0-3 패배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지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IBK기업은행과의 경기가 열린 23일에도 1771명의 관중이 입장하는 등 높아진 배구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지만, 선수들은 연이은 패배에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홈 3연패를 포함해 5연패의 사슬을 끊어야 하는 흥국생명은 당장 26일 수원 원정에서 선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경기를 치러야 하고, 다음 달 1일 홈에서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를 맞이하면 2라운드 일정이 종료된다. 자칫하면 더 미끄러질 수도 있는 흥국생명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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