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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두 명이 교제했던 남성에 의해 살해당했다.

11월 17일 30대 남성이 전 연인인 여성을 흉기로 찌른 뒤 베란다에서 내던져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여성이 이별을 요구하자 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뒤인 11월 19일엔 옛 연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여성 한 명이 사망했다. 이 여성은 스토킹 피해를 호소해 신변 보호를 받던 중이다.

108명, 2016년부터 3년간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서로 사귀다가 상대를 죽인 사건'의 여성 피해자들이다. 오마이뉴스 <교제살인>(2020년 11월~12월)이 조사한 결과로, 남성 피해자는 2명이다. 여성 피해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소수의 일탈이 아닌 구조문제에서 발생하는 범죄 경향이 짙게 드러난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근본 원인을 지우는 방식으로 사건을 명명하거나 그런 주장을 하는 정치인 발언을 퍼나르며 정쟁화를 부추긴다. 가해자 입장을 전달하는 보도 역시 관행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가해자 지우거나 자극적 명명 '아파트 살인', '시신투척 사건'

YTN ''아파트 살인' 30대 남성 구속 심사... "같이 죽으려 했다"'(11월 19일 이준엽 기자)는 11월 17일 발생한 사건을 두고 제목에 '아파트 살인'이란 단어를 썼다. 어떤 문제의식도 찾아볼 수 없는 명명이다.

<위키트리> '17일 서초구 아파트서 '20대 여성 시신' 떨어졌다…범인은 남자친구'(11월 18일 손기영 기자)는 "'시신 투척 사건'이 발생해 충격"이라고 썼다. 문제의식은커녕 사건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려는 태도이자 최소한 윤리성도 찾아볼 수 없는 규정이다.
 
11월 17일 발생한 교제살인 사건을 ‘아파트 살인’으로 규정한 YTN(11/19 위), ‘시신투척 사건’으로 명명한 위키트리(11/18)
 11월 17일 발생한 교제살인 사건을 ‘아파트 살인’으로 규정한 YTN(11/19 위), ‘시신투척 사건’으로 명명한 위키트리(11/18)
ⓒ YTN, 위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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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사건 규정은 여론이나 수사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순히 '아파트 사건'이라 칭하거나 자극적 표현으로 규정한다면, 근본 해결은 더 어려워질 수 있고 관심을 불필요한 곳으로 돌릴 수도 있다.

한국 사회는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하고 사건을 규정하는 데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최초 성희롱 소송 사건인 '신정휴 사건'은 애초 피해자 이름을 붙여 불리다 뒤늦게 바로잡혔다.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으로, '세모녀 살인 사건'은 '김태현 스토킹 살인 사건'으로 고쳐 불렸다.

'사랑싸움' 정도로 치부됐으나 사건의 근본 원인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데이트폭력', '교제살인'과 같은 명명이 인식을 바꾸고 있다. 그런데도 '아파트 살인' 등과 같이 사건 본질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건 이름을 붙인 보도는 여전히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가해자에 마이크 내주고, '성차별 부정' 정치인 주장 퍼 나르고

<매일신문> '바람 핀 연인, 흉기로 찌르고 19층에서 내다 던진 남 "같이 죽으려고 했는데…"'(11월 19일 이주형 기자)는 가해자 남성의 주장을 제목에 내세웠다. 가해자의 일방적 주장인 데다 "같이 죽으려 했다"는 발언 역시 가해자에게 불필요한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

<뉴스1> '서초구 아파트서 '여친 흉기살해' 시신 던진 30대 "유족께 죄송"'(11월 19일 김도엽 기자)와 같이 반성하는 듯한 가해자 주장도 관행적으로 등장한다. 살인 혐의를 받고 수사를 앞둔 사람의 입장을 부각한 보도는 피해자의 피해 사실과 고통은 뒤로 밀어낼 뿐이다.

구조적 원인이 선명하게 드러난 사건조차 부정하는 정치인 발언을 '옮겨쓰기' 하는 보도 행태도 되풀이되고 있다. <세계일보> '이준석 "또 슬슬 범죄를 페미와 엮네. '남성=잠재적 가해자' 프레임 사라져야"'(11월 21일 현화영 기자)처럼 사건의 근본 원인을 외면하고 있는 정치인의 소셜미디어 글을 옮겨쓰기만 하거나, <이데일리> '진중권 "X소리", 이준석 "멍청이"…페미니즘 '키보드배틀''(11월 22일 장영락 기자)처럼 '화제' 정도로 소비하는 기사 역시 원인이나 피해자보다는 정치권의 말싸움과 정쟁을 부추길 뿐이다.

'성인지 감수성' 없는 보도, 추가 피해 못 막는다

원인과 심각성을 감추는 사건 명명, 가해자에 불필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보도 등은 또 다른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건의 본질을 분명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사건을 명명하고, 교제살인과 데이트폭력 등이 왜 반복되는지, 어떤 제도 보완이 필요한지 살피는 보도가 필요한 이유다. 반복되는 여성 살해 원인을 부정하는 일부 정치인 발언의 문제점을 짚고, 공론장에서 생산적 토론이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것도 언론의 주요한 역할이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11월 17~23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서초구 살해', '교제살해', '스토킹 살해' 검색했을 때 나온 모든 기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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