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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당시 거리방송을 통해 신군부 만행을 알렸던 차명숙씨가 2018년 4월 30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전두환 신군부 고문과 가혹행위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거리방송을 통해 신군부 만행을 알렸던 차명숙씨가 2018년 4월 30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전두환 신군부 고문과 가혹행위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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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우리 동지들이 전두환이라는 이름 석자에 시달려온 사람들이잖아요. 그 사람한테 물어볼 게 참 많은데...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이라도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그 사람이 죽었다네요. 오늘 아침에 소식을 듣자마자 집안의 공기가 멈추고, 숨도 멈추는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금남로에서 계엄군의 만행을 알리는 거리방송을 주도하다가 체포되어, 505보안대와 교도소 등에서 고문 피해를 입은 차명숙(대구경북 5·18동지회 공동대표)씨. 그에게 전두환씨의 죽음은 허망하고, 또 80년 5월의 죽음을 다시 상기시키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을 힘들게 해놓고... 저희 동지들은 자살을 많이 했어요. 60명이 넘어가는가 그래요. 그런데 그 사람은 편하게 갔잖아요. 나이가 어리면 쌍말도 하고 따지고 싶기도 한데, 가슴 속에서만 계속 움직이고 있어요.

저는 제 교도소 수감 기록과 판결문 등을 보면서 (보안사가) 저를 간첩으로 몰아가려고 시도했고, 전두환에게까지 그 사실이 보고 됐을 거라는 증거를 찾는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23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차씨는 "전두환이 누군지도 모르고, 발포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죽어간 사람들이 있지 않나"라면서 "발포자와 명령자가 누군인지 밝혀내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영혼들을 위해서 해야 할 의무고 책임이고 숙제였는데 사과 한 마디 못 받고 음해만 받고 살았다"라며 울먹였다.

특히 전씨가 회고록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비하한 사실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2심 재판이라도 마무리가 됐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저는 전두환 욕 한 마디 못했고, 분조차 제대로 터트리지 못하고 살았어요. 법을 통해 (전씨의 잘못을) 꼭 역사에 남기고 싶었는데 그리(전두환 사망) 됐고요. 살아있는 사람들도 굉장히 힘들겠지만, 영혼들을 어떻게 봐야 할지 답답합니다."

"좋지 않은 예 너무 많이 남긴 채로 한 시대가 마무리됐다"

정현애 오월어머니회 전 관장은 "전두환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속죄 없이 떠난 부분에 대한 답답함이었다. 지워지지 않는 짐덩어리로 남아있을 것 같다"라며 "용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정 전 관장은 "하지만 제가 살다 보니 전두환 노태우가 없는 세상에서 살다 가기는 가겠구나. 우리를 억누르고 있던, 물리적으로 우리에게 폭력을 사용한 두 명이 사라진 세상에서 국민들과 오월 가족들이 숨을 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밝혔다.

5.18 민주화운동을 기록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집필한 이재익(당시 시민군)씨는 "전두환씨의 사망을 보면서 독일의 과거 청산을 생각했다. 독일에서는 과거 청산을 위해 계속해서 나치 전범들을 추적해서 처벌하는 과정을 지속하고 있다"라며 "한국은 그런 노력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측면에서 그런 노력이 중간에 왜곡되거나 좌절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보고 착잡하고 안타까웠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단 '사자명예훼손' 항소심 선고를 얼마 앞두지 않고 전두환씨가 사망해서, 사법적인 처리가 어렵게 됐다는 점이 아쉽기 그지 없다"라며 "당사자가 반성 없이 끝까지 진실을 왜곡하고,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 역사에서 다시 반복되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전두환씨가 감옥에 있을 때 사면이 되지 않았는가. 그때 정확하게 죗값을 치렀어야 했는데 정치적인 상황 혹은 정부의 역량 문제로 결국 사면이 이뤄지면서 아직까지 잔재들이 남게 된 것"이라며 "좋지 않은 예를 너무 많이 남긴 채로 한 시대가 마무리됐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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