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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시험)이 전국 86개 시험지구 1,300여 시험장에서 일제히 열린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제15시험지구 제20시험장)에서 수험생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시험)이 전국 86개 시험지구 1,300여 시험장에서 일제히 열린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제15시험지구 제20시험장)에서 수험생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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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는 초기부터 대학입시 논쟁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고, 급기야 지난 10여 년 넘게 진행되어 오던 대학 입시의 흐름을 갑자기 뒤로 돌려놓는 결정을 했다. 주요 대학의 입시에서 정시전형 비중을 40% 이상으로 맞추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정말 정시 중심의 대학입시가 공정한가? 아니라면 대안은 무엇인가? 대학입시 제도를 개편하기 위해선 마땅히 던져야 하는 질문이지만, 정작 이 문제에 대해선 사회에서든 교육계에서든 지난 3~4년간 논의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다음 정부 5년을 준비하는 시기다. 따라서 이 문제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정책에서 여론에 밀려 맹목적으로 제도를 바꾼 후 부작용이 속출하면 다시 여론에 떠밀려 그 반대편으로 향하는 취객의 걸음걸이 같은 행보를 계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의 공정성

우선 정시 전형은 공정한가? 두 가지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하나는 교육적 관점이고 하나는 사회경제적 관점이다. 교육학에서 평가의 공정성은 세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평가는 평가하고자 하는 내용을 타당하고 객관적이며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수행해야 한다.

타당성은 평가하고자 하는 학생의 학업 역량을 실제로 평가하는지와 관련된다. 대학수학능력의 핵심은 요즘 자주 언급되는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등인데 수능은 주로 암기력과 폐쇄적 지식체계(주로 교과서) 내에서 논리적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측면에서 타당한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신뢰성은 시기와 내용을 달리하는 복수의 평가에서 동일한 성취도를 나타내는지와 관련된 특성인데, 수능 성적은 교과서 내용을 벗어나 출제되거나 몇 달이 지나서 평가하면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지 않다.

객관성은 누가 측정해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는 정도인데 객관식 평가는 객관성은 보장한다. 하지만 이 객관성은 타당성과 신뢰성에 비해 교육적 평가에서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

결국 수능은 교육적 공정성에 있어 가장 사소한 객관성만 충족할 뿐 제일 중요한 타당성과 신뢰성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육적 측면의 공정성이 낮다. 

두 번째 공정성은 사회경제적 공정성이다. 부모의 경제적 부와 가정 환경 등 피평가자의 역량 외의 요소들이 평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사회경제적 정당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많은 연구들이 부모의 소득 수준과 수능 성적과 주요 대학 입학 비율 간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즉, 이 연구들은 소득 상위 20% 계층에 속한 부모들의 자녀들이 사교육비, 조기 교육투자, 특목고 진학 등을 통해 중하위 계층에 속한 부모들의 자녀들보다 수능성적과 주요 대학 입학 비율이 높으며, 지난 10년간 그 경향성은 더 심화되어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수능 중심 정시 전형은 재수 등 n수생들의 강세가 보이는데, 여러 차례 수능을 치를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위 계층이 수능 전형에서 매우 유리할 것은 명확하다. 

따라서 우리 사회와 교육 앞에 놓인 과제는 객관성 중심의 공정성 담론은 벗어나고, 낮은 타당도와 신뢰도를 지닌 수능 평가 체제를 혁신하며, 사회경제적 불공정이 학생들의 평가 결과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평가 체제를 확립하는 일이다.

하지만 사회 제도와 정책은 경로의존성이 있어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반대로 움직이기 어렵다. 결국 다음 정부의 수능 관련 과제는 기존의 관성을 줄이고 약간의 방향 조정을 통해 새로운 경로를 만드는 결정적 계기를 형성함으로써 지속적인 혁신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원화 수능 체제

그래서 나는 현 수능 체제를 이원화 수능 체제로 전환하고 중장기적으로 객관식 평가를 벗어나기 위한 기본 틀을 짜는데 집중하자고 제안한다. 우선 이원화 수능이란, 국영수 평가와 진로선택과목 평가로 이원화하는 것이다.

국영수 평가는 5단계 절대평가(수·우·미·양·가)로 전환하고 수시 응시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국영수 평가 문항의 출제 수준은 중3~고1 수준으로 정하고 그동안 수능, 모의평가, EBS 강의 등을 통해 확보한 평가 문항을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문제은행식으로 출제한다. 학생들은 고교 1학년 2학기부터 여름방학, 겨울방학 중에 2~4회 응시할 수 있고 그중 자신이 원하는 등급을 대학입시에 활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진로선택과목 평가는 학생들이 진학하고 싶은 전공과 관련된 과목을 선택하여 3~4 과목을 현재의 수능과 같은 방식으로 치르는 방안이다. 중장기적으로 서술식·논술식 평가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렇게 되면 인문·어문 분야로 진학하고픈 학생은 국어·언어·사회·인문 등의 선택과목을 이수해 수능 평가를 치르고, 이공계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은 심화 수학, 자연과학 분야의 선택과목을 중심으로 수능 평가에 응시하게 된다. 상경계열 학생들은 사회과학 분야와 확률·통계 등의 선택 과목을 중심으로 수능 평가를 치르게 된다.

내가 제안하는 수능 이원화 방안은 결국 국영수 평가는 미국의 SAT나 ACT 시험과 유사하게 되고, 진로선택과목 평가는 중장기적으로 영국의 AS/A-Level 시험과 유사하게 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 숨통 트인다

무엇보다도 이원화 수능 체제의 장점은 지금의 수능평가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여러 유익한 효과를 가져온다는 데 있다.

첫 번째 장점은 학생들이 12년간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국영수 문제풀기에 낭비하는 한국의 교육문화를 바꿀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긴 학습시간은 악명이 높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국제비교연구에 따르면 OECD 국가 평균보다 하루 2.5시간, 주당 15시간 길다고 한다. 게다가 학생들의 사교육비 지출 중 70% 이상이 국영수에 집중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학습시간의 대부분은 국영수에 낭비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시험)이 전국 86개 시험지구 1,300여 시험장에서 일제히 열린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제15시험지구 제20시험장)에서 수험생이 시험실을 확인하고 있다. 2021.11.18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시험)이 전국 86개 시험지구 1,300여 시험장에서 일제히 열린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제15시험지구 제20시험장)에서 수험생이 시험실을 확인하고 있다. 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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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장점은 가구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부담이 대부분 국영수 부분에서 발생하는데 이 지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2020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지난 3년간 1인당 평균 사교육비 중에서 예체능 및 교양 관련 사교육비는 2018년 7만 6천 원에서 2020년 5만 8천 원으로 줄어든 데 반해 국영수의 사교육비는 같은 기간 18만 9천 원에서 20만 4천 원으로 늘었다.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 1인당 평균 사교육비인 38만 8천 원 중에서 76.5%에 해당하는 29만 7천 원이 국영수 부문에 지출되었다. 이렇듯 국영수에 집중된 사교육비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더욱더 국영수 절대평가와 수시평가가 필요하다. 

세 번째 장점은 중등교육이 과도하게 대학입시를 위한 국영수에 매몰되지 않고, 학생들의 진로·진학과 연계한 교육, 학생들의 관심과 소질을 찾는 과정으로 안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영수에 집중되었던 학습 시간과 에너지를 자신이 선택한 과목, 관심 분야, 장래 전공분야와 관련하여 활용하게 되면 학생들의 학습동기도 높아지고 교육적 효과성도 높일 수 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는 대학생의 전공 부적응, 졸업 후 산업 인력 수요 미스매치도 일정 부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기존 교육 정책과의 연계성
   
마지막으로 기존의 교육 정책과 연계성이 높아 대학입시와 수능 정책의 유연한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 정부에서 도입한 진로 탐색과 체험을 위한 자유학기제,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고교학점제를 통한 학생별 선택 중심 교육과정 운영, 2022 국가교육과정 개편을 통한 학교 단위 교육과정 다양화, 특목고 및 자사고 폐지에 따른 일반고 교육과정 다양화 정책 등과 정합성이 높아 정책군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특히 지난 박근혜 정부와 현재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학생중심, 진로중심 교육의 기조를 더욱 강화하여 미래인재양성이라는 큰 국가목표에 부합한다는 측면까지 고려할 수 있다.

결국 이원화 수능체제는 교육적 공정성을 확보하면서, 학교와 학생의 노력을 미래를 위한 평생진로개발 역량 함양으로 향하도록 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사교육비 문제도 완화하여 사회경제적 공정성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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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 최승복은 교육부 공직자로, 현재 서울시교육청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중이다. 플로리다주립대(FSU)에서 '차터스쿨이 공립학교의 학업성취도 및 인종분리에 미치는 영향 분석'으로 공공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순천대학교 객원교수로 재직(2015)했고, 숙명여대 및 광주교대 등에서 교육정책론과 진로교육론 등을 강의했다. 저서로 <교육을 교육답게, 우리 교육 다시 세우기>(2018), <포노사피엔스 학교의 탄생>(2020), 공역서 <교육은 어떻게 사회를 지배하는가>(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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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시교육청에서 근무 중. 플로리다주립대 정책학 박사: 「차터스쿨이 공립학교의 학업성취도 및 인종분리에 미치는 영향 분석」 (2012) 강의: 순천대 객원교수(2015), 숙명여대 및 광주교대 등 강의 저서: 《교육을 교육답게》(2018), 《포노사피엔스 학교의 탄생》(2020), 공역서 《교육은 어떻게 사회를 지배하는가》(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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