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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고3 담임을 할 때의 일이다. 수능을 치른 날 밤에 학생에게 전화가 왔다. 수능을 못 봐서 최저를 못 맞췄다며 예정된 논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전화일 것이라고 예상하며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어떡해요. 저 수능을 너무 잘 봤어요. 몇 개 안 틀렸어요. 그런데 논술이 다 걸려 있어서..."

정말 외골수로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다. 내신보다 모의고사 성적이 좋았고, 평소 모의고사를 보면 1, 2등급을 왔다 갔다 했다. 4등급을 받은 적도 한 번 있어서 수시에서 안전 장치를 위해 서울의 중위권 대학에도 논술을 하나 걸어뒀다. 매우 고민 끝에 학생과 학부모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 논술은 수능 전에 보는 논술이라 최저만 맞추면 합격되는 것이었다.

학생은 정시로 서울대에 갈 수 있는 점수를 받았는데, 서울의 중위권 대학에 수시로 '납치'되야 하는 상황이 너무 억울했던거다. 그런데 답이 없었다. 다음날부터 진행될 연고대 논술 시험이라도 잘 봐서 거기라고 가는게 그나마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수시에 붙어버리면 정시는 지원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비단 이 학생 뿐이겠는가?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수능 점수도 모른채 수시 지원을 하고, 수능이 끝나면 접수비만 날린 채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 문제다.

어제 수능 시험을 봤다. 논술 시험을 걸어뒀던 많은 학생들이 최저 때문에 보러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수능까지 치르며 힘들게 온 학생들이 그런 고민까지 하게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대학 지원 시기만 조정해 주면 이런 고민 없이 각자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해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시 정시 지원 시기를 통합하여 수능 시험 성적표가 나온 이후로 미루고, 각자 모든 성적이 종합된 이후에 대학에 지원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모든 성적이 다 나온 후에 자신의 성적을 종합하여 내신이 좋은지 수능이 좋은지 판단하고, 최저가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확인 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와 일선 학교들의 고민을 덜어줄 뿐더러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지원 방법이다. 그리고 3학년 2학기가 파행으로 운행되는 공교육의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은 입시로 인한 수익이 떨어지고, 입시 일정이 빠듯해져서 겨울 방학이 완전히 없어지기 때문에 힘들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우선하는 것이 사회적 이익에 부합하는지는 명백하다. 교육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수능까지 보고 와서 잘 봐도, 못 봐도 수시 때문에 울며 자책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그게 그들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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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꿈꾸는 사회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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