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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2년간 마음 편히 사람들을 만나지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도 못했던 일상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위드코로나가 바꾼 일상의 풍경들을 스케치해봅니다.[편집자말]
회식때 빠지지 않는 건배.
▲ 회식하는 모습 회식때 빠지지 않는 건배.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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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부서장 결재를 맡고 온 김 주임이 다급히 우리 팀에 공지할 사항이 있다며 달려왔다. 바로 팀별 회식 일정이 잡혔다는 것이다. 회식이라... 작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 갈림길에 접어든 이후론 공식적으로 회식을 한 기억이 없었다. 그 소식을 접한 팀원들의 표정은 천차만별이었다.

평소 주당인 박 대리 등 몇몇은 화색이 돌았고, 작년에 입사해서 이번에 처음 회식을 경험하는 김 주임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도 기분이 묘했다. 금요일 저녁 집에서 저녁 먹으며 맥주 한두 캔 정도 마시는 것이 다였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술자리가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간만의 회식

드디어 당일, 우리는 퇴근 후 회사 근처 고깃집에 모였다. 입구에서 QR 체크를 한 후 안으로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바글댔고 시끌벅적했다. 예약해둔 방으로 이동했다. 우리 팀 인원은 총 7명이었다. 종업원이 오더니 백신 접종 증명서를 보여달라고 했다. 다들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후 쿠브 앱을 켜고 확인을 시켰다. 1명을 제외하곤 모두 2차 접종 완료자였다.  

고기와 술을 시켰다. 부서장은 처음엔 시원하게 소맥으로 하자고 했다. 은쟁반 위에 맥주와 소주가 올려 나왔다. 역시 주당인 박 대리가 나섰다. 오래간만이라며 비율 맞추기 어렵다고 쩔쩔매는 모습이 재밌었다. 하지만 이내, 옛 솜씨를 되찾아 척척 제조했다.

처음엔 어색해서인지 분위기가 조용했는데, 한두 번 술잔이 돌고 나니 그제야 화색이 돌았다. 혼술에 익숙했던 나도 술잔을 부딪치고, 왁자지껄 떠들고 하니 회식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났다. 다만 회식이 처음인 김 주임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구석에서 분투 중이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술잔을 들고 그쪽으로 향했다. 

술기운이 온몸 가득 차오르던 때, 갑자기 과장님이 잔을 들고 건배 제의를 했다. 순간 가슴이 덜컹했다. 예전 같으면 건배사 하나 정도는 너끈히 준비해서 갔는데, 감이 떨어졌는지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나뿐 아니라 다들 놀란 눈치였다.

기억을 더듬거려 간신히 하나를 떠올렸고, 내 차례가 돌아올 때 무사히 마쳤다. '휴' 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제는 죽었던 회식 세포를 다시 깨워야 하나. 오랜 기간 다진 회식 DNA가 코로나로 인해 모두 사라진 듯했다. 
   
어느덧 시곗바늘이 오후 10시를 가리켰고, 마음속에서 안도감이 찾아왔다. 집에 갈 시간이었다.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하려던 찰나, 과장님이 2차로 맥주를 마시러 가자고 했다. 아차차. 영업 제안이 풀린 것을 깜박했다.

맥줏집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이 시각이면 상점 불이 모두 꺼지고, 죽은 도시처럼 조용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그렇게 자정이 다 되도록 술을 먹는지, 술에 먹히는지 모를 정도로 부어라 마셨다. 

점심 전쟁이 다시 시작되다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해서 속도 쓰리고 머리도 어질거렸다. 갑작스레 많은 양의 알코올이 몸에 들어와 몸이 적응하지 못한 듯했다. 다들 얼굴을 보니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점심엔 어제의 전우들과 해장국을 먹기로 했다.

시곗바늘이 정오에 다다르길 기다렸다가 정각에 바로 나갔다. 서둘러 단골 해장국으로 향했다. 안에 들어가니 이미 자리가 다 찼다. 아쉬움에 바로 옆에 있는 추어탕집을 갔더니 그곳도 마찬가지로 자리가 없었다. 결국, 한참을 걸어가서야 조금 한산한 곳의 콩나물국밥 식당에 갈 수 있었다. 허겁지겁 뜨끈한 국물에 속을 풀었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올 중순부터는 회사에서 되도록 점심때 밖으로 나가지 말고 도시락을 배달해서 먹으라는 권고 사항이 내려왔다. 하긴 최근까지 2명 이상 한자리에서 밥 먹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가끔 외부 식당에서 밥 먹을 때면 줄 설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다시 점심 전쟁이 시작된 듯했다. 전날 예약을 하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늦으면 반드시 줄을 서야 했던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단순히 밥 먹는 것 하나만으로도 달라진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오후에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달력을 바라보며 회의 일정을 점검하던 중 빽빽하게 잡힌 약속들이 눈에 들어왔다.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사적인 만남이 자유로워지면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 하나둘 약속이 잡혔다. 작년만 해도 그저 카톡방에서 안부를 전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직접 만남이 가능해졌다.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 이상 보지 못했다. 그간 쌓인 회포를 풀려면 하루도 부족할 듯하다. 

일상으로의 회복, 좋지만 불안합니다

얼마 전에는 아파트 단지 내, 탁구 동호회 총무가 단체 카톡으로 연락이 왔다. 실내 체육시설인 경우 백신 2차 접종 경과 14일이 지난 경우는 백신 패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접종자의 경우 이용이 가능하니 많은 참여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작년부터 운동을 쉬었더니 몸무게가 5kg이나 늘었다. 특히 뱃살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었다.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스크 쓰고 밖에 나가 걷는 것도 불편해서 가만히 살만 찌웠다.  

한번 가보면 어떨까 싶어서 주말쯤 참여한다는 답장을 보냈다. 사내 헬스장도 샤워장을 제외하고 저녁 6시부터 3시간 정도 운영한다는 회사 공지를 보았다. 전에는 종종 이용하곤 했는데, 폐쇄된 뒤론 근처도 가지 못했다. 인원 제한이 있어서 자주는 못 하더라도 일주일에 2번 정도는 이용하리라는 마음을 먹었다. 이제 살도 좀 빼고, 건강도 챙겨야겠다. 

조금씩 일상으로의 회복을 피부로 체감하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스크는 벗지 못했고, 연일 확진자가 3000명을 넘는 등 불안한 마음은 감출 수 없다. 몇몇 국가에서는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고,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다시 규제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지금의 변화가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된다. 아직 코로나가 끝난 것도 아닌데, 마음은 이미 이전으로 돌아간 듯하다. 이전까지 집, 회사를 오가며 조심했는데, 이렇게 편하게 사람 만나고, 운동하다가 혹여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아닐는지. 최대한 마스크도 잘 쓰고, 개인 방역에도 신경 쓰면서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공간은 피해야겠다.

퇴근하려는 중 단체 카톡방에 불이 났다. 석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만나왔던 동네 친구들이 연말 모임 약속을 잡기 위해 아우성이었다. 하긴 1년 넘도록 만나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총무가 여러 날짜를 제시했고, 나도 그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간 회비가 많이 쌓여서 맛있는 것 먹자며 맛집 리스트도 올려주었다.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나왔다. 결국, 날이 정해졌고, 축하 이모티콘이 쏟아졌다. 달력에 동그라미를 더했다.

이제 정말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스스로 물어보았지만, 아무런 답을 할 순 없었다. 서류 가방에 주섬주섬 짐을 챙겨 회사 밖으로 나와 한 무리의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일블로그와 브런치에서도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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