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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MZ세대, 한반도의 미래를 묻다' 토론회에서 김병연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MZ세대, 한반도의 미래를 묻다" 토론회에서 김병연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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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또다시 젠더 문제와 관련해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20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여성들의 참혹한 죽음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면서 "이별통보 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마라. 여성의 안전 보장에 앞장서라"고 밝혔다. 

장 의원의 게시글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공유한 뒤 "선거 때가 되니까 또 슬슬 이런 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이런 잣대로 고유정 사건을 바라보고 일반화해버리면 어떻게 될까?"라며 "과거의 반유대주의부터 인종차별 등 모든 차별적 담론이 이런 스테레오 타이핑과 선동에서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유태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반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을 거라는 선동, 전라도 비하 등등과 하등 다를 것 없는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정신줄을 놓은 듯" 원색 비난
이준석 "고유정의 살인이나 이번 살인 사건 모두 젠더 중립적으로 보는 게 정답"


장혜영 의원과 이준석 대표간 설전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까지 참전했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게시글과 관련한 기사를 공유한 뒤 "공당의 대표가 이제 교제살인까지 옹호하고 나서냐"며 "안티페미로 재미 좀 보더니 정신줄을 놓은 듯"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가했다.
 
진중권 전 교수의 게시글에 댓글을 단 이준석 대표
 진중권 전 교수의 게시글에 댓글을 단 이준석 대표
ⓒ 진중권 전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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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 대표는 진 전 교수의 게시글에 "범죄를 페미니즘에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위험한 선동"이라며 "누가 교제살인을 옹호했나? 고유정의 살인이나 이번 살인 사건 모두 젠더 중립적으로 보는 게 정답인데 이걸 젠더이슈화 시키는 멍청이들이 바로 갈라치기하는 시도"라 댓글을 달면서 반박했다.

2020년,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 피해자는 무려 228명

그렇다면 교제살인은 이준석 대표의 주장대로 젠더 이슈와 무관한 사건이라 봐야 할까.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3월 8일 발표한 '2020년 분노의 게이지: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의 피해자는 최소 97명, 살인미수 등을 포함하면 228명에 달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중요한 건 분석상 수치는 '언론에 보도된' 건에 한정한다. 교제살인 피해자는 더 많을 수 있다. 

이 분석에서 '친밀한 관계'의 정의는 ①현재 또는 과거(사실)혼인 상태 ②현재 또는 과거 데이트관계(동거, 소개팅이나 채팅, 조건만남 등 포함) ③배우자나 데이트관계가 아닌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교제나 성적인 요구를 하는 관계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의 가해자들이 밝힌 범행 동기로는 피해 여성이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가 53명(23.3%)으로 제일 높았다. 뒤이어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 52명(22.8%),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가 34명(14.9%), '자신을 무시해서' 9명(3.9%), '성관계를 거부해서(성폭력)' 6명(2.6%)으로 나타났다.

한편, 통계청의 지난 5년간 살인 및 살인미수 여성 피해자 평균 수가 327명에 달한다. 이를 감안한다면 언론보도 조사라는 한국여성의조사 분석 특성상 적확한 비중 파악은 어렵지만 교제살인 피해자가 전체 여성 살해 피해자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젠더 갈등'을 일으키는 주범은 누구인가

가해자들의 범행 동기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의 살해 원인은 여성을 자유로운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바라보는 그릇된 젠더 인식에서 비롯한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남성이라는 생래적 성별이 아니라 기존의 성차별적 사회 구조와 연관돼 있다.

살인범이 된 남성이 태어나면서부터 여성을 소유물로 여기지는 않았을 것임은 분명하다. 살아오며 겪는 여러 사회적 경험 속에서 우리 사회에 아직 만연한 성차별적 문화를 체화한 결과다. 결국 여성 안전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제일 시급한 일 중 하나는 성차별적 문화를 뿌리 뽑는 일이란 얘기다. 

교제살인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젠더 중립적인 시각이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여성의전화 분석 결과가 보여주듯 교제살인 여성 피해자는 2020년 한 해 언론 보도 기준으로만 228명에 달한다. 적지 않은 숫자다. 이토록 성차별적 구조가, 젠더적 요소가 크게 개입한 사안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의 '젠더 중립적 시각'이 편향돼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이준석 대표는 장혜영 의원의 게시글을 두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에 일환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애초에 논쟁의 시작이 된 장혜영 의원의 게시글은 계속되는 교제살인을 언급하며 여성의 안전 보장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지,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젊은 남성들의 주요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젠더 갈등'을 일부러 촉발시킨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돌이켜보면 이 대표는 지난 5월 2일 채널A에서 'MZ세대, 정치를 말한다'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성폭행이라는 범죄의 특성상 남녀 차이가 나올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야말로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시각으로 성차별적 문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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