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가 인삼공사를 제압하고 중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21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KGC 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3,25-18,25-11)으로 완승을 거뒀다. 지난 10월 23일 인삼공사에게 당했던 0-3 패배를 3-0 승리로 설욕한 도로공사는 승점 3점을 보태면서 3위 GS칼텍스 KIXX(18점)와의 승점 차이를 3점으로 좁혔다(5승 4패,승점 15점).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켈시 페인이 40%의 공격 점유율과 45.24%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21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고 박정아가 12득점, 배유나가 10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1, 2, 3세트에서 모두 교체 선수로 투입된 전새얀도 75%의 공격성공률로 알토란 같은 6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인삼공사를 당황시킨 도로공사의 히든카드는 국가대표 세터 염혜선과의 세터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도로공사의 중고신인 이윤정 세터였다.

시즌 초반 세터 문제로 고민하는 팀들
 
 페퍼저축은행의 이현 세터는 자신에게 찾아온 주전 출전 기회를 완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의 이현 세터는 자신에게 찾아온 주전 출전 기회를 완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2018-2019 시즌의 이다영 세터(PAOK)처럼 시즌 전 경기를 교체 없이 풀타임으로 활약하는 세터도 있지만 한 시즌을 무사히 치르기 위해서는 백업세터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주전 염혜선 세터 뒤에 젊은 안혜진 세터(GS칼텍스)가 뒤를 받치면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V리그 여자부에는 유난히 세터 문제로 고전하는 팀이 적지 않다.

지난 시즌 3년 12억 원을 투자해 영입한 이다영이 갑작스럽게 팀을 이탈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이번 시즌 프로 2년 차의 박혜진을 주전 세터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경험이 턱 없이 부족한 박혜진 세터는 이따금씩 공격수들과의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아 토스가 심하게 흔들리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프로에서 6번째 시즌을 맞는 김다솔 세터 역시 풀타임 주전 경험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

막내 구단 페처저축은행의 김형실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한 루키 박사랑에게 주전 세터를 맡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박사랑은 전국체전 경기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해 현재 연내 복귀가 불투명하다. 페퍼저축은행은 이현을 주전세터로 투입하고 있지만 171cm의 이현은 전위에 있을 때 상대 공격수들의 집중공략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프로에서 세터 출전 경력이 거의 없는 구솔에게 살림을 맡기기도 쉽지 않다.

현재 V리그 여자부에서 가장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팀은 바로 IBK기업은행 알토스다. 시즌 개막 후 7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기업은행은 주전세터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가 각각 두 차례에 걸쳐 팀을 이탈했다. 그나마 김사니 코치는 팀에 복귀했지만 조송화는 여전히 복귀의사와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기업은행은 21일 서남원 감독과 배구단 단장을 동시에 경질하는 초강수를 뒀다.

조송화의 빠른 복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업은행은 김하경 세터와 이진 세터 체제로 잔여 시즌을 치러야 한다. 물론 2014년 프로 입단 후 백업을 전전하던 김하경 세터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조송화 세터의 이탈은 기업은행에게 큰 전력손실이다. 따라서 기업은행의 사태수습과 세터문제 봉합은 기업은행 팬들은 물론 배구 팬들에게도 큰 관심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고은 세터 긴장시킬 중고신인의 등장
 
 도로공사의 이윤정 세터는 아직 눈에 띄는 신인이 보이지 않는 이번 시즌 가장 돋보이는 신인이다.

도로공사의 이윤정 세터는 아직 눈에 띄는 신인이 보이지 않는 이번 시즌 가장 돋보이는 신인이다. ⓒ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는 2019-2020 시즌이 끝난 후 이효희 세터(도로공사 코치)가 은퇴하자 GS칼텍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이고은 세터를 영입했다. 그리고 이고은 세터는 지난 시즌 30경기에 출전해 무려 3357번의 세트를 시도하며 6개 구단 주전세터들 중 가장 많은 세트를 시도했다. 지난 시즌 도로공사에 이고은 세터를 보좌할 만한 마땅한 백업세터가 없었기 때문이다(지난 시즌 안예림 세터의 세트 성공은 세트당 0.6회에 불과했다).

이에 김종민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로 수원시청의 이윤정 세터를 지명했다. 한봄고 출신의 이윤정은 신인 드래프트를 신청하지 않고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실업 무대에 뛰어 들었다(만약 그 해 신인 드래프트에 선발됐다면 GS칼텍스의 강소휘, 페퍼저축은행의 이한비 등과 입단 동기가 됐을 것이다). 김종민 감독은 프로경험이 전무한 루키보다는 실업 경력이 있는 이윤정이 더 안정된 기량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이윤정 세터는 이고은 세터가 다소 기복을 보이던 21일 인삼공사와의 경기를 통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주전으로 투입됐다. 도로공사는 워낙 이고은 세터의 의존도가 큰 팀이었기 때문에 이윤정 세터의 선발출전에 의아해 하는 배구 팬들도 적지 않았다. 많은 배구팬들은 이윤정 세터가 흔들리면 바로 이고은 세터가 투입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윤정 세터는 과감하고도 안정된 토스로 언니들을 잘 조율하며 도로공사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이윤정 세터는 이날 84번의 세트를 시도해 41.7%의 성공률로 세트당 11.67개의 많은 세트 성공을 기록했다. 자신감이 붙은 3세트에서는 2단 공격을 통해 직접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이윤정 세터의 뛰어난 활약에 이고은 세터는 이날 한 번도 코트에 나설 기회가 없었다(이고은은 대신 경기 내내 웜업존에서 밝은 표정으로 후배세터를 응원했고 경기가 끝난 후 '물벼락 세리머니'에도 참석하며 끈끈한 팀워크를 과시했다).

이윤정이 인삼공사전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고 해서 당장 도로공사의 주전세터가 바뀔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이윤정이라는 새로운 세터를 발굴한 도로공사는 더 이상 이고은 세터에게만 의존하던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반복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아직 돋보이는 활약을 해주는 신인 선수가 나타나지 않은 여자부에서 '중고신인' 이윤정은 시즌 초반 가장 먼저 배구팬들의 눈을 사로 잡은 신인으로 떠올랐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배구 도드람 2021-2022 V리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이윤정 세터 중고신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