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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의 설렘과 낭만, 즐거움이 가득한 곳 사천

지난 11월 셋째 주 경남 사천시 주관으로 실시하는 '사천에서 한 달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맞춰 사천시를 여행할 기회를 가졌다. 체류기간은 5일에서 최대 30일까지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 가족은 5일간 체험했다. 

지역의 관광자원을 널리 알려 관광객을 유치함으로써 침체되어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획되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이제야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사천' 하면 중국의 사천성(스촨성)을 먼저 떠올렸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사천의 아름다운 풍광을 둘러볼 수 있었다.

경남 서부지역에 위치한 사천시는 해상으로는 여수시에서 거제시에 이르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에 있다. 인구는 11만4천여 명이며, 면적은 약 399㎢로 전국 63개 시 중 58번째로 작은 도시다. 이 작은 도시에 공항이 있다는 게 특이하다. 이 사천공항에서 1953년 우리나라 최초의 항공기인 부활호가 제작되었단다.

이를 계기로 지금의 사천이 항공산업의 메카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국내 항공기 제조분야 생산액의 80%, 종사자 수 70%, 사업체 수 67%가 KAI(한국항공우주산업)를 중심으로 한 사천시에 근간을 두고 있다. 생산과 연구개발 시설, 항공정비 시설 등 관련 산업이 모두 집적화되어 명실상부한 항공우주산업의 중심도시다.

첫날은 남해고속도로 곤명IC에 인접한 와인갤러리에 들렀다. 진양호 수위 상승으로 버려졌던 50년 전의 열차 터널을 개조해 만들어진 갤러리는 사천의 특산물인 참다래로 만든 키위 와인을 보관하고 있다. 30여m의 갤러리는 은은한 조명으로 장식되어 와인병들로 가득하다.

시음장에서 맛본 와인은 상큼하고 깊은 맛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외국에서 물밀듯이 들어오는 값싼 포도 와인과는 견줄 수 없는 맛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아내의 눈치를 보며 두 병을 얼른 챙겼다. 멀리서 왔다고 하니 작은 병 하나를 덤으로 준다.

나오는 길에 봉명산 다솔사에 들렀다. 천년고찰 다솔사는 경남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며 현존하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된 조선 영조 때의 대양루를 비롯해 극락전, 응진전이 있으며 인근에는 보안암과 서봉암 등이 있다. 다솔사가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불자들의 순례지와 기도도량으로 신성시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적멸보궁(대웅전) 후불탱화 속에서 108개의 부처님 진신사리가 발견돼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솔사 안심료는 만해 한용운 선생이 '독립선언서'의 초안을 작성했으며,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이 저술된 뜻깊은 곳이기도 하다. 안심료 앞뜰에는 만해선사가 직접 심었다는 향나무 세 그루가 지금도 위용 있는 자태로 그곳을 지키고 있다.

선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다솔사 뒤에는 1만여 평의 야생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봉명산의 정갈한 기운을 받아 고즈넉한 산사에 진한 녹차 향을 드리우는 차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절과 인연이 닿는 의상대사나 도선국사가 처음 씨앗을 심었는지도 모르겠다.

비토섬 그리고 월등도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남해대교 쪽으로 떨어지는 해가 장관이다.
▲ 비토섬 석양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남해대교 쪽으로 떨어지는 해가 장관이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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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아침은 비토섬에서 맞이했다. 펜션 뒤편에 연접한 바다는 이게 바다인가 싶게 호수처럼 잔잔하다. 아침햇살에 해수면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옅은 안개가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바쁠 게 없어 느리고 게으르게 나들이 준비를 하여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숙소를 나섰다. 섬 전체가 펜션과 글램핑, 캠핑장으로 들어찬 관광지인데도 도로는 한적하고 차도 사람도 드물다. 코로나19에 평일이고 비수기라 그런가 보다. 조용해서 좋긴 한데 어딘지 모르게 멋쩍다.
 
비토섬에서 월등도로 가는 길목에 토기와 거북이가 별주부전의 전설을 전해주고 있다.
▲ 별주부전 테마파크에 세워진 토끼와 거북이 비토섬에서 월등도로 가는 길목에 토기와 거북이가 별주부전의 전설을 전해주고 있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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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주부전의 무대라는 월등도에 걸어서 들어갔다. 이야기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가 월등도 옆에 나란히 작은 섬으로 떠 있다. 월등도는 걸어서 돌 수 있도록 나무데크가 깔려 있다. 물이 빠진 해변 자갈밭에 내려가 보니 어릴 적 비투리라 불렀던 바다다슬기가 지천이다.

아내는 포장마차에서 팔던 비투리 맛이 생각난다며, 괜한 욕심부리지 말라는 내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수건을 펼쳐 몇 움큼 쓸어 담았다. 물 빠진 갯벌에 세워진 지주목과 돌덩이에는 굴이 다닥다닥 꽃처럼 피었다. 바닷가에서의 시간은 바닷물이 나갔다 들어오는 것만큼이나 더디고 평화롭다.
   
월등도 바다에는 돌과 말목에 굴이 다닥다닥 꽃처럼 피어 있다.
▲ 월등도 바다 월등도 바다에는 돌과 말목에 굴이 다닥다닥 꽃처럼 피어 있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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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낚시공원이 있는 별학도를 한 바퀴 돌고 나오니 부두 주변에 줄지어 선 어가마다 할머니들이 굴을 까느라 손놀림이 쉴 틈이 없다. 이맘때쯤 남해안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굴 양식은 줄에 포자를 매달아 바닷속에 늘어뜨리는 수하식과 갯벌에 줄지어 돌을 세워 양식하는 투석식이 있다.

갯벌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주로 투석식 양식을 하나, 이곳은 말목을 갯벌에 줄지어 세워서 양식하는 지주식을 많이 볼 수 있다. 굴 맛은 갯벌의 미네랄을 먹고 자라는 투석식이나 지주식이 훨씬 좋을 것 같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던 굴회가 생각나 가장 인심이 좋을 것 같은 할머니에게 다가가 깐 굴 1㎏을 샀다. 물을 뺀 것이라 시장보다 훨씬 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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