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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필동인회(회장 이명화)가 주최하는 제3회 순수필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20일 오후 4시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소재 백송회관 3층 연회장에서 열렸다. 시상식은 코로나 예방 수칙에 따라 김영 전북문인협회 회장, 이정숙 전북펜문학 회장, 순수필 일부 회원, 수상자와 관계자 등만이 참석한 가운데 간소하게 열렸다.

이날 제3회 순수필문학상에는 경남 창녕에 거주하는 문경희 씨의 수필 <씨, 내포하다>가 당선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상금 300만 원이 수여됐다.
 
11월 20일 오후 4시 전주 백송회관에서 열린 제3회 순수필문학상 시상식에서 이명화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명화 순수필 회장 인사말  11월 20일 오후 4시 전주 백송회관에서 열린 제3회 순수필문학상 시상식에서 이명화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신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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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필 동인회에 의하면 지난 9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전국 공모를 통해 응모한 작품은 총 192편. 이는 작년에 비해 작품 수는 다소 부족했지만 수준은 높았다고  한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형진 문학평론가는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16편이었는데 이는 어느 잡지에 내놓아도 인정받을 만큼 높은 수준이었다"라면서 "다시 문장, 구성, 주제와 일관성, 완결성 등에 초점을 맞추며 톱아본 결과 5편이 남았다. 다시 정독하며 톱은 결과 <천년 집> <뗏목 침대> <씨, 내포하다> 3편이 남았다. 이 3편은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올려도 좋을 만큼 뛰어나 1편만을 골라야 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고 심사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제3회 순수필문학상 심사위원인 김형진 문학평론가가 문경희 씨의 당선작 <씨, 내포하다>에 대해 심사평을 하고 있다.
▲ 순수필문학상 심사평  제3회 순수필문학상 심사위원인 김형진 문학평론가가 문경희 씨의 당선작 <씨, 내포하다>에 대해 심사평을 하고 있다.
ⓒ 신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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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은 심사평을 이어갔다. 

"다시 파일을 열어 최종심에 오른 3편을 읽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흠을 찾아내기에 열중했다. <천년 집>은 삶의 무게가 마음을 짓누를 때 이승의 삶을 마치고 드는 유택(幽宅), 그것도 넓은 벌 안에 높은 봉분을 쌓고, 육중한 석물로 치장한 곳이 아니라 초가집 닮은 작은 무덤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을 찾아가 인생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 하는 무거운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문장도 유려하고 상징성도 있어 끌리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주제가 무거워 수필이 지니는 대중성이 이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남겼다.

<뗏목 침대>는 발상이 기발하고 간접적인 심리묘사가 돋보였다. 늙은 부부가 사용하는 낡은 침대를 뗏목에 빗댄 기발함,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옆에서 자고 있는 아내의 잠꼬대, 그것을 통하여 아내가 겪는 어려운 상황을 암시한 것도 기발했다. 그러나 후반에서, 고단한 생활상을 그렸을 뿐 깊이를 더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11월 20일 오후 4시, 전주 백송회관에서 제3회 순수필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경남 창녕에 거주하는 문경의 씨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제3회 순수필문학상 시상식  11월 20일 오후 4시, 전주 백송회관에서 제3회 순수필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경남 창녕에 거주하는 문경의 씨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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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은 이어 수상작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씨, 내포하다>는 가을날, 침지한 마늘씨를 심으며 씨에 대한 경험과 씨의 생명력을 형상화한 것이 돋보였다. 씨를 심으면 발아하여 성장하는 당연한 사실을 그에서 그치지 않고 생명력을 부여하여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뜻깊은 일이라는 데까지 끌어올린 것이 사유의 깊이와 진폭이 마음을 끌었다. 마늘 심는 작업을 마치는 것으로 끝내는 구성도 안정감을 주었다. 결국 <씨, 내포하다>를 당선작으로 뽑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문경희씨는 당선 소감에서 "작은 것이 얼마나 큰 세상을 여는지, 씨의 설법을 받들기 위해 눈을 닦고 귀를 비웠다"며 "내내 맹목을 벗어나지 못했던 어제를 보상하듯, 문득 발견되는 것들이 글의 씨가 돼줬다. 척박하나마, 천천히, 그러나 중단 없이 씨를 보필하는 작업으로 일상을 바쳐왔다. 씨가 열어가는 세상에 매료되는 동안만은 차단된 세상도 억울하지 않았다"고 씨의 소중함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얀 여백을 채워가는 자모음 낱자는 내가 내게 묻는 안부와도 같았다. 이토록 엄혹한 시절, 그럼에도 안녕하노라, 세상에 나를 고하는 의식이라 해도 좋겠다. 나를 탈고하는 일에 한 치도 소홀할 수 없었던 이유다. 미늘을 문 물고기처럼, 잠 먼 밤을 깔고 앉아 글로 퍼덕거렸던 것이 영 헛짓은 아니었다고, 이제 한 번쯤은 나를 향해 속삭여줘야겠다"며 글 쓰는 작업의 고뇌를 토로했다.
  
제3회 순수필문학상 시상식 후 순수필동인 이명화 회장(좌)과 수상자 문경희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제3회 순수필문학상 시상식 기념촬영  제3회 순수필문학상 시상식 후 순수필동인 이명화 회장(좌)과 수상자 문경희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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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오로지 글만으로 평가하겠다는 취지에 혹해서 응모를 하게 됐다. 부지런을 떨고는 있으나 내가 걷는 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욕심도 없지는 않았다. 아니, 수없이 주저앉으면서도 이내 허리를 곧추세우게 만들던 수필의 위력을 몇 번인가 경험했기에, 기약 없는 씨앗이나마 호기롭게 파종했던 것은 아닐까. 부족한 글에 낙점을 해주신 심사위원님들의 고심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씨는 경남 양산이 고향으로 현재 경남 창녕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제12회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후 우하수필문학상, 천강문학상 우수상을 했다. 수필집 <그 바다에 길이 있었다> 외 2권이 있다.
  
제3회 순수필문학상 시상식 후 수상자 문경희 씨가 수상소감을 피력하고 있다.
▲ 제3회 순수필문학상 수상 소감, 문경희  제3회 순수필문학상 시상식 후 수상자 문경희 씨가 수상소감을 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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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필 동인회는 전주에서 활동하는 회원 10명의 소규모 문학동호회다. 이런 열악한 동인회에서 '순수필문학상'을 제정, 전국 공모를 통해 시상식을 해오고 있음은 한국 현대문학사 100년에서 초유의 일이라고 순수필 관계자는 밝혔다. 제1회 순수필문학상은 전북 부안의 라옥순 씨의 수필 <우화>가, 제2회는 서울의 장미숙씨의 수필 <초록의 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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