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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1학번으로 대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11월인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이란 것을 해보지 못했다. 입학 당시는 백신 접종이 폭 넓게 진행되지도 않았고, 코로나 상황이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대면 수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21학번들을 혹자는 '미개봉 새내기'라고 부른다. 코로나로 인해 대학 생활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한 이들을 의미한다.

미개봉 새내기의 1년간 대학 생활은 대부분 줌(zoom)을 통해 이뤄졌다. 줌은 디지털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학교 수업 및 회의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수업 및 회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활동들도 줌으로 이뤄지는데, 하루의 시작과 끝을 줌 안에서 보냈던 미개봉 새내기의 하루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줌, 일상이 되다.
 줌, 일상이 되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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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의 경우, 화면 공유 기능을 통해 교수님이 수업 자료를 화면에 띄워준 채로 수업을 진행한다. 발표는 물론이고, 줌 회의실 내에 소회의실을 개설해서 조별 활동도 할 수 있다.

나는 교양 수업으로 댄스스포츠를 수강했었는데, 화면 너머 교수님의 동작을 따라 하고 피드백도 즉각적으로 받으며 춤을 배웠다. 실제로 춤을 배우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모든 학생이 실제 현장에서 배우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집에서도 춤을 배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중간·기말고사와 같은 시험도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책상, 손, 모니터 화면, 얼굴 등이 화면에 나오도록 해 실시간으로 부정행위를 방지하며 시험을 치렀다. 집에서 치르는 시험이었지만 오프라인 시험과 똑같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난 후에는 학회 활동을 한다. 나는 영화, 뮤비,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하는 학회에 가입했다. 약 3주 동안 영상에 대한 기초 스터디를 줌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영상 제작을 준비하면서 기획안이나 시나리오, 콘티 등의 작업을 할 때도 역시 줌 회의를 통해 진행됐다. 의견 공유나 피드백이 꽤 원활하게 이뤄졌다.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영화나 뮤비에서는 배우를 구하게 되는데, 해당 영상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배우를 섭외하기 위해 필수적인 미팅도 줌을 통해 진행됐다.

이처럼 학회 활동을 하면서 회의를 할 일이 매우 많은데, 아르바이트나 수업 등 개인 일정이 다 끝난 후 늦은 시간에도 회의가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촬영을 제외한 모든 과정이 온라인상에서만 행해졌기에 한편으로는 걱정이 컸는데,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준비를 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수업 이후에는 학회뿐만 아니라 비상대책위원회(일명 비대위) 활동 또한 하고 있다. 비대위는 학생회와 유사한 개념으로, 학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안들에 대해서 논의하고 여러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회의 시 의견을 모을 때 줌 자체 내의 투표 기능을 사용해 익명으로 투표를 받아가며 조율하기도 한다. 이렇게 논의되고 추진된 사업들을 바탕으로 온라인 개강 총회, 종강 총회를 진행한다. 

위 내용과 같이 회의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집에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공적인 자리이기 때문에 필자는 매번 '줌 패션'으로 회의에 참여한다. 줌 패션은 오늘날 재택에서의 화상 회의가 늘어나면서 새로 생겨난 용어다. 줌 화면에 비치는 상의는 적당하게 차려입고, 화면에 보이지 않는 하의는 편하게 잠옷 또는 트레이닝 복을 입는 것을 말한다. 줌 회의를 해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일 듯하다.

공적인 활동들이 끝나면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먼저 랜선 술자리이다. 먹거리와 간단한 술을 챙겨서 친구들과 줌을 켜면 낮에는 수업 장소였던 곳이 저녁에는 술자리가 된다. 코로나의 우려로 주점에 가기 부담스럽거나 가볍게 술자리를 갖고 싶을 때 활용할 수 있다. 심지어 술 게임도 가능해서 간단하지만 실제 술자리 못지 않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두 번째는 줌 독서실이다. 시험 기간에 도서관이나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고 싶지만, 장시간 마스크를 끼고 공부하기 답답하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기가 꺼려진다. 이러한 학생들이 줌 독서실을 이용한다. 줌 독서실이란 공부를 하기 위해 줌 회의실을 개설해서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비추되, 정숙을 유지해 마치 실제 독서실처럼 함께 공부하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줌 독서실을 이용하면서 공부 자극이 많이 됐다. 공부를 시작하기 귀찮아도 줌 독서실을 약속하면 책상 앞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줌 독서실은 무료인 데다 시간 제한도 없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자주 이용했고, 덕분에 좋은 성적을 받는 데 큰 도움이 됐었다.

이제는 코로나 상황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만 대학 생활을 하는 것에 큰 무리는 없다. 오히려 줌을 이용하면서 더욱 편하게 생활을 할 수 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 느끼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내기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으로 노력하며 위와 같이 줌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미개봉 새내기'라는 단어에는 대학교에서의 첫 출발과 20대의 시작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드러난다. 2022년에는 위와 같은 활동들이 서서히 오프라인 화 되면서, 줌으로 시작해 줌으로 끝나는 하루에서 벗어나 활짝 개봉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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