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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별일'들, 한국에 의미있는 캐나다 소식을 전합니다. [편집자말]
캐나다 서부에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해 한 시민이 보트를 타고 대피하고 있다. (KBS 보도 갈무리)
 캐나다 서부에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해 한 시민이 보트를 타고 대피하고 있다. (KBS 보도 갈무리)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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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홍수다! 지난 여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에서 수많은 환자와 사망자를 냈던 폭염과 산불, 그 기상이변이 이번엔 홍수와 산사태로 얼굴을 바꿔 다시 B.C.주를 강타했다. 불난리가 물난리로 바뀌었을 뿐 '기후변화'라는 하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단 이틀에 걸쳐 B.C.주 24개 지역에 100mm 이상의 비가 내렸고, 4개 지역에는 200mm, 그리고 호프라는 곳에는 무려 252mm의 비가 쏟아졌다. 이 지역의 통상 1개월치 비가 단 이틀 만에 내린 것이다.

집과 차와 농지가 침수된 것은 물론, 사람들은 도로였던 곳에서 배를 타고 탈출하거나 헬기로 구조됐다. 차로 고속도로를 달리다 산사태를 만난 사람들은 그대로 발이 묶여 버리거나 심지어 차에 탄 채 진흙더미에 깔리기도 했다. 집을 떠나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의 수가 1만7000명이 넘고 수천 마리의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철도와 도로가 막혀 공급망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게 되자 사재기마저 발생했다. 17일에는 주 전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기온이 50℃ 가까이 치솟았던 지옥 같은 폭염과 잇따른 산불, 그리고 하늘이 뚫린 듯 퍼부은 집중호우와 홍수. 지구 종말의 날이 이런 모습일까? 영화의 한 장면을 자꾸만 떠올리는 게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비상사태까지 선포... 전문가 "앞으론 더욱 심해질 것"
 
지난해 7월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에서 동북쪽으로 153㎞ 떨어진 리턴 마을이 산불로 전소된 모습을 헬기에서 찍은 사진. 캐나다 서부가 최고기온 50℃에 육박하는 폭염 때문에 시련을 겪는 가운데 이날 산불까지 발생해 리턴 마을이 통째로 불타면서 수백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 산불로 전소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 마을 지난해 7월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에서 동북쪽으로 153㎞ 떨어진 리턴 마을이 산불로 전소된 모습을 헬기에서 찍은 사진. 캐나다 서부가 최고기온 50℃에 육박하는 폭염 때문에 시련을 겪는 가운데 이날 산불까지 발생해 리턴 마을이 통째로 불타면서 수백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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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홍수가 대단히 드문 일이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동시에, 지구가 데워짐에 따라 이같은 재앙은 더욱 빈번해지고 강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따뜻한 공기는 더 많은 습기를 머금는데, 온도가 1℃ 올라갈 때마다 공기 중 습도는 약 7% 증가한다고 한다. 즉, 산업화 이후 온도가 1.2℃ 상승한 지구의 폭풍우는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의 비를 내리게 된다는 뜻이다.

'자연 재해 연구소' 공동소장인 브렌트 워드 교수는 이번 재앙은 기후변화와 함께 분명 예견된 일이며, 앞으로 산사태와 홍수의 강도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B.C.주 홍수의 원인이 된 일명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 현상이란, 열대 태평양 위에서 형성된 거대한 수증기가 강처럼 좁고 긴 형태를 이루며 미국과 캐나다 서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현상이 더 빈번히 더 극심하게 일어나리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공동체를 재건하고 주요 고속도로를 보수해나가는 데 있어 공무원들은 사고 예방계획, 홍수 방어 수단, 전반적인 사회기반시설을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현존하는 제방과 지하 배수로는 오래된 기후 표준에 맞춰 만들어진 것들이라 더 강렬하고 극심해진 폭풍우를 견디기에는 너무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그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캐나다의 사회기반시설은 점점 더 거세지는 기상이변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고. 지난 18일 CTV뉴스는 "아보츠포드의 양수펌프는 공공기반시설 문제의 한 예가 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기사화했다.

홍수의 직격탄을 맞은 B.C.주 아보츠포드 시장에 따르면, 배로우타운 펌프장은 수마스 평원의 완전 침수를 막기 위해 현재 최대치까지 가동되고 있다. 홍수로 인해 너무 많은 물을 받아들이고 있는 펌프가 작동을 멈춰 큰 재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 주민들의 긴급 대피령도 내려졌다.

'캐나다 기후 선택 기관'의 선임 연구원 딜란 클라크 역시 변화된 기후에 맞지 않는 시설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B.C.주 남부 본토의 상황은 "예전의 위험요소와 요인들을 바탕으로 지어진 사회기반시설과 건물들이 얼마나 21세기에 적절치 못한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위험요인들은 변화하고 있다. 도로 같은 중요한 사회기반시설들은 나라 전역에 걸쳐 점점 더 많이 드러나고 있는 위험요소들에 맞게 지어져야만 한다."

"아보츠포드 정부는 지난 십년 간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이 지역과 사회기반시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수많은 작업들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위험을 단지 이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사회기반시설들이 오늘날과 미래에 맞게 지어지도록 자본을 동원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가장 취약한 곳은 사회공공시설... 정부의 투자만이 답
 
지난해 10월 2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노스밴쿠버의 한 산꼭대기에 있는 나무 실루엣, 남쪽에서 난 산불로 인해 강화된 색의 태양과 하늘이 보이고 있다. (사진 Jonathan Hayward/The Canadian Press via AP)
 지난해 10월 2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노스밴쿠버의 한 산꼭대기에 있는 나무 실루엣, 남쪽에서 난 산불로 인해 강화된 색의 태양과 하늘이 보이고 있다. (사진 Jonathan Hayward/The Canadian Press via AP)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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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후변화의 영향에 취약한 것이 비단 B.C.주만은 아니다. 지난 2월, 캐나다 16개 대도시를 분석해 홍수에 대한 대비 정도를 A부터 E까지 등급 매긴 보고서가 발표됐다. 최근 업데이트 된 '홍수 위험 지역도'를 가지고 있는지, 홍수로 불어난 물이 어디로 흘러가는가를 인지하고 있는지, 적절한 배수 설계가 되어 있는지, 주택 소유자들이 홍수로부터 집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를 받고 있는지, 주요 사회기반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준비가 제대로 돼 있는지, 의료시설이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와 같은 7개 항목을 평가해 등급이 매겨졌다.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2015년에 행해진 조사에서 종합점수는 C+에 그쳤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5년 뒤 행해진 동일한 조사에서도 역시 같은 점수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기후변화, 기상이변, 특히 홍수에 대한 대비에 있어 그간 신속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거의 예외없이 각 도시마다 가장 취약한 부분은 바로 사회공공시설이었다.

조사를 진행한 기관의 소장인 블레어 펠트매이트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홍수나 산불과 폭염 같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위험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 어디인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이 돼 있다. 기상이변에 대비하기 위한 표준과 지침도 잘 마련돼 있는 편이다. 부족한 것은 긴급히 조치들을 실행시킬 신속성이다.

그리고 그 신속성을 위해 요구되는 것은 당연히도 정부의 투자다. 지방자치단체들이 필요하다고 파악한 곳에 투자할 수 있도록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자본을 동원하는 것. 딜란 클라크 등 전문가들은 말한다. 단지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항해 회복력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고. 지금 그러한 투자를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기후변화 때문에 지출해야 할 비용은 천문학적 액수가 될 것이다. 올 가을 발표된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가 2℃ 아래로 유지된다는 최상의 시나리오 하에서도 홍수가 B.C.주 남부 본토에 끼칠 손해액은 앞으로 20년 동안 연간 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비용이 들더라도 지금 당장 인적, 물질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투자를 할 것이냐, 아니면 곧 다가올 미래에 그보다 훨씬 큰 손해액을 감당할 것이냐에 대한 답은 자명할 것이다.

캐나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건만, 그런 캐나다가 극심한 기상이변으로 거듭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에어컨도 필요 없던 곳에 닥친 폭염과 산불, 90대 할아버지도 처음 겪는다는 홍수와 산사태는 지구상 어느 곳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경고하는 듯하다. 기후변화는 앞으로 다가올, 그래서 대비해야 할 두려운 무언가가 아니다. 이미 현실로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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