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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독립운동가 정정화 여사는 임시정부 안방 살림꾼으로 일대기 <장강일기>(長江日記)를 남겼다. 거기에는 정정화 여사가 국내 독립자금 운반책으로 상해 임시정부를 오가는 얘기가 나온다.
 
"시아버님(동농 김가진)을 모시고자 상해 임시정부로 간 나는 임시정부 법무총장 예관 신규식의 지시에 따라 공적 임무(국내 독립자금 상해 밀반입)를 띄게 되었다. … 예관과 시아버님의 철저한 지시를 받은 나는 (1920년) 3월 초순에 상해를 출발했다.

국내 잠입 경로는 연통제(聯通制)를 따랐다. 이 연통제는 상해 임시정부 초기에 국무원령 제1호로 공포 실시된 비밀통신 연락망으로서 임시정부 내무총장의 지휘 감독 아래 국내와 통신업무 및 재정 자금 조달 등을 위해 교통국과 함께 이원화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나는 상해에서 안동(현 단둥) 현까지 에이레(Eire, 아일랜드의 별칭) 출신의 조지 루이스 쇼(George Lewis Shaw)가 운영하는 이륭양행의 배편을 이용하였다."
- 정정화 <장강일기> 57~58쪽 
  
조지 루이스 쇼
 조지 루이스 쇼
ⓒ 민화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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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 상임의장 이종걸)와 롯데장학재단(이사장 허성관)이 2020년 광복 75주년을 맞아 펼친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에 필자는 이태째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제2회로 지난해 보다 더 많은 351명(2020년 150명)의 국내외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지원 공모했고, 롯데장학재단 측에서는 이에 부응하여 국내 각종 장학금 가운데 최대액수(1인당 연 600만 원)로 47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심사에 앞서 심사위원들은 협의한 바, 국내에 거주하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그동안 정부 및 각 기관 및 독지가로부터 다소의 혜택을 받았으나 해외거주 동포 및 외국인 후손은 거의 혜택을 받지 못하였기에 가능한 그들을 우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실 나도 대학도서관에서 독립운동사 자료를 뒤적이다가 일제강점기 하와이 및 멕시코 등 해외이민 사탕수수밭 노동자들은 주급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1~5달러씩 성금을 모아 상해 임시정부로 독립자금을 보낸 '대한민국 독립공채' 증서 철을 보고 매우 감동한 바 있었다.

올해는 광복회 호주지회에서 영국인 조지 루이스 쇼의 외고손녀로 현재 호주에 거주하는 조지아 사시(Georgia Sassi)를 추천한 바,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그를 2021년 독립유공자후손 제1호 장학생으로 선정했다.

조지 루이스 쇼(George Lewis Shaw, 1880~1943)는 아일랜드계 영국인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중국 단둥에 이륭양행이라는 무역회사를 차리고, 그 회사 2층에 대한민국임시정부 교통국을 설치케 했다. 그리하여 이 교통국을 통해 수많은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의 출입국 편의와 독립군자금, 폭탄, 비밀문서들을 국내외로 전달할 수 있었다.
 
조지 루이스 쇼의 외고손녀 조지아 사시
 조지 루이스 쇼의 외고손녀 조지아 사시
ⓒ 민화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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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루이스 쇼는 우리 독립운동가들을 비밀히 돕다가 끝내 내란죄로 일제에 체포 구금돼 4개월 남짓 옥고도 치렀다. 그가 우리 독립운동가를 헌신적으로 도운 것은 그의 조국 아일랜드도 영국 식민지였던 동병상련 때문이었을 것이다. 1963년 대한민국 정부는 그에게 독립장을 추서했다. 다음은 그의 후손 조지아 사시 '자기 소개서' 일부다.
 
"2015년 한국정부로부터 그분의 업적을 기리는 상을 받았을 때, 할아버지의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희생정신을 느꼈습니다. 그분의 근본 목표는 인종, 종교, 성별에 관계없는 인류의 자유, 평화, 그리고 정의였습니다. 그분을 비롯한 또 다른 독립 운동가들의 많은 노력 덕분으로 한국은 이제 번성하는 독립국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 할아버지의 목표들은 아직 전 세계에 두루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 목표는 그의 정신을 물려받아 더 공정한 인류를 위한 탐구활동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저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사실 오늘의 대한민국 번영과 민주국가로의 발돋움은 숱한 선조들의 희생 위에 이루어졌다. 또한 그 시대 훌륭한 선조들이 독립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도운 외국인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제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분들의 후손을 찾아 지난 은혜에 보답하는 온정의 손길을 보일 때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은 세계인으로부터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정의로운 나라'로 추앙받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화협 발간 격월간지 <민족화해> 113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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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어린이 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 <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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