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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두 번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졌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들어가니 수능 날임이 실감이 됐다. 시계를 놓고 온 수험생에게 자신의 시계를 건넨 구청장의 소식부터 수능 문제를 두고 벌어진 사람들의 품평회, 정치인들의 수험생 응원 메시지 등등 온통 수능과 관련된 얘기들이다. 그런데 우리가 올해 수능에서 유독 주목할 만한 소식이 있다.      

하루 17~18시간 운행에 1일2교대 요구하며 파업... 수능 당일 새벽 극적 합의

지난 2일,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아래 노조)은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위한 협상이 결렬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승객 감소를 이유로 버스 업계는 최대 50%의 감회 운행 및 감차했고, 버스 노동자 임금은 30% 가까이 줄어 월 실수령액이 200만 원도 되지 못한다"며 "그런데도 기사 중 80%는 하루 17∼18시간의 살인적 운행 일정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이어 "1일 2교대제로의 근무 형태 전환과 이에 따른 필요인력 확보, 임금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부득이 생존을 위해서라도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경기도와 노조는 수능을 3일 앞둔 15일 15시간이 넘도록 담판을 벌였다. 그 결과 타 지자체 준공영제 버스와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올해 공공버스 기사 임금을 4% 인상하는 데는 합의했으나 1일 2교대제 도입과 관련 태스크포스(TF)팀 구성 시일 등에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지 않아 협상은 결렬됐다.

결국 17일 자정부터 수능 당일인 18일 오전 4시까지 조정기한을 연장한 결과 노사는 년 중반기부터 단계적으로 1일 2교대제로 근무 형태를 전환하고 경기도의회가 나서 내년 1월까지 1일 2교대제의 원활한 정착을 위한 노사정 TF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또 공공버스와 민영제 버스 기사의 경우 월급을 각각 10만 원과 12만 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수능 당일 경기도 전체 버스의 44.2%를 차지하는 버스 4559대는 정상운행하게 되었다.

승객을 인질로 삼는 자는 다름 아닌 위험한 노동환경을 강요하는 사측

수능 당일까지 노사간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조선일보〉는 "수능날, 경기버스 파업 예고에… 수험생이 인질이냐"라는 헤드라인의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정말로 승객들을 인질로 삼는 이들은 버스 노조가 아니라 하루 17시간이 넘는 노동강도를 강요하는 사측이다. 

주요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운전기사 한 명 당 하루 총 운행 시간을 9시간에서 1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독일은 대형차 운전자의 경우 매일 9시간 이상 운행을 금지하고 4시간 30분 운행한 뒤에는 반드시 45분 이상 휴식을 취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차량에는 디지털 운행기록장치 장착을 의무화해 경찰이 불시 단속을 한다. 기록계를 확인해 차량의 연속 운행 시간, 휴식시간 등이 법 기준을 어기면 벌금을 부과한다.

독일 뿐만이 아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미국, 일본도 과로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려고 이 같은 운행 시간 제한 제도를 두고 있다. 미국은 연속으로 10시간을 쉬어야 이후 11시간 운행할 수 있도록, 일본은 연속으로 4시간 이상은 운전할 수 없도록 한다. 특히 영국은 차량사업자서비스청(VOSA)이라는 기관을 둬 운행 시간 제한은 물론 차량구조변경 등과 관련한 불법행위를 독립적으로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도 운행 시간 제한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7년 2월 정부는 버스, 택시 등 사업용 차량 운전자의 최소 휴게시간 보장을 의무화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공포해 4시간 운전하면 30분 쉬도록 했다. 하지만 180만 원의 낮은 과징금과 단속의 어려움 등 실효성이 떨어져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또 한국은 근로기준법 제59조에 '근로시간 휴게시간의 특례 업종'을 정해 노사간 합의만 되면 무한정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돼 있으며, 특례조항 맨 앞에 '운수업'이 명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버스 기사는 하루 17~18시간의 고강도 운행 시간을 강요받게 되고 이로 인한 사고도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통해 얻어낸 1일 2교대제는 단순히 버스 기사들의 노동환경 개선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목숨과 직결된 사안이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 안전에 대한 언론의 책임은 어디있는가

지난 2009년 11월 철도노조 파업 때 〈중앙일보〉는 "파업으로 열차 멈춘 그날, 어느 고교생 꿈도 멈췄다"라는 헤드라인을 달고 서울대로 수시를 보러 가던 고3 수험생이 철도 파업 때문에 열차를 제때 타지 못해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거짓이었다. 해당 수험생이 기차를 탔던 시각은 아직 철도파업이 시작되지 않았던 시각이었던 것이다. 언론중재위가 〈중앙일보〉에 정정보도를 요구했고 2년 간의 법정 싸움 끝에 〈중앙일보〉는 철도노조 파업과 고3 수험생이 시험을 치르지 못한 것은 전혀 무관하다며 사과보도를 냈다. 하지만 이미 철도노조는 온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후였다.

만약 이번 버스 파업이 끝내 결렬되었다면 위와 같은 의도적인 오보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너무 심한 억측이 아니냐고? 하지만 이번 버스 파업을 두고 매일 버스를 이용하는 수백만 시민들의 안전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채 고강도 운행을 마다하지 않는 사측의 잘못을 얘기하는 언론은 없었다는 점에서 나는 억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전사고가 나면 언론은 하나같이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꼬집기 바쁘다. 하지만 사고가 나기 이전에 언론이 먼저 그러한 안전불감증을 밝히는 데 앞장 설 책임도 있지 않을까. 버스 기사와 수험생을 서로 싸움붙이는 자극적인 헤드라인 따위를 쓰는 대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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