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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25일,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토론시작 전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인사 하고 있다.
▲ 악수하는 문재인-홍준표 2017년 4월 25일,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토론시작 전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인사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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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재인: "그럼요."
홍준표: "분명히 동성애 반대하는 것이죠?"
문재인: "저는 뭐 좋아하지 않습니다."
   
벌써 4년 전 일이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 TV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나눈 대화 내용이다. 박근혜 정권을 시민들의 손으로 끌어내린 직후 치뤄지는 대통령 선거였기 때문에 나는 토론회를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 

그러다 두 후보의 대화 내용을 듣고 이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내 귀로 듣고도 믿을 수 없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질문도 답변도 괴상망측한 이 대화가 2017년에 오고 가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하지만 이로부터 4년이 지난 2021년에도 정치인들은 변함없이 차별을 설파하고 있었다. 

역행하는 정치의 타임머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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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한국교회총연합회 간부들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정말 긴급한 현안 문제, 당장 닥친 위험 제거나, 반드시 필요한, 현실적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한 사안이라면 모르겠지만,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가야 하는 방향을 정하는 지침 같은 것이라 이런 문제를 두고 일방통행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나라에 성소수자와 관련한 국가 단위의 통계가 없기 때문에 수치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성소수자들의 차별경험과 그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경험들은 일상 속에 만연하다. 뿐만 아니라 여성, 나이, 전공, 학벌 등을 이유로 채용과정에서 불공정을 경험하고, 출신 국가나 지역 등의 이유로 차별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별은 일상화 돼 있다.

누군가에게는 생명과도 연결돼 있는 일을, 일상 전반에 만연해 있어 긴급함을 넘어 절박한 일을, '긴급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쉽게 규정하는 정치의 언어가 얼마나 차별적인지 이재명 후보는 이해하고 있을까? 그에게 '긴급한 시민'은 대체 누구일까? 머리 속에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 질문들만 하염없이 떠돌았다.

14년간 눈물로 살려온 차별금지법, 불씨를 꺼트릴 수 없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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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은 2007년 이후 국회에서만 일곱 차례 발의됐지만, 구체적인 논의도 못 하고 계속해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지난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하였지만 해당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국민동의청원의 심사기한이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 29일로 연장됐다.

사실상 21대 국회 내에 제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결정이다. 기득권 양당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지만, 정작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론 일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 또한 당의 판단에 신념을 묻어버렸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합의'는 일치된 의견을 만들기 위해 의논하는 행위를 뜻한다. 합의를 이끌기 위해서는 의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시민들의 공감대를 확인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종교계를 막론하고 전 사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지 토론했으며, 그 과정에서 청년 여성 시민이 쏘아올린 국민동의청원은 금방 10만 서명을 달성하게 됐다. 

기득권 양당이 하고 싶은 합의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인가에 있지 않다. 법 제정 연기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을 합의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의 일꾼이라더니, 모든 국민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경험하게 되는 차별을 방치하는게 자신의 책무라고 생각하나보다. 

차별금지법이 14년간 국회의 문을 두드린 건 14년에 걸친 사회적 합의의 결과이자, 그 과정에서 지속되는 차별경험으로 상처받았지만 꿋꿋하게 버텨낸 국민들의 인내와 용기 덕분이다. 

전 국민적 연대로 다시 한 번 "차별금지법 제정!"
 
인권운동 활동가들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위한 평등길 걷기'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인권운동 활동가들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위한 평등길 걷기"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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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부터 11월 10일까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 미류님와 종걸님이 부산에서부터 국회까지 도보행진을 했다. 두 활동가뿐만 아니라 차별금지법 제정을 간절히 바라는 전국 곳곳의 시민들도 연대하여 행진대열에 함께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간절히 바라는 전국 곳곳의 시민들이 약 500km의 길을 이어나가는 동안에도 차별금지법은 "나중에" 공격을 받았다.

행진이 끝난 뒤에도 각종 공격을 받았다. 예컨대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의 김회재 의원은 한국교회총연합과 함께 연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저지하지 못하고 뚫리면 동성혼까지 나갈 수밖에 없다"라면서 차별금지법 제정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도보행진 이후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염원하는 전 사회연대가 국회 앞에서 이뤄지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연대는 국회 앞에 농성장을 차렸고, 많은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들이 농성장을 돌아가며 지키고 있다. 연대하는 시민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이 개봉됐다. 영화 후기로 차별금지법 관련 내용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이처럼 국민들이 법 제정의 필요성을 깊이 공감하고 있다. 국민들의 힘으로 차별금지법은 여느 날처럼 꿋꿋하게 버티고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전 국민적인 연대를 이어낼 수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에겐 차별금지법이 필요해서다.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당장, 국민의 힘으로 이끈 역사를 국회가 차단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차별금지법 받고, 서울시 사회적 가족 지원 조례로 가자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시민대행진에 정의당 서울시당, 청년정의당 서울시당 당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시민대행진에 정의당 서울시당, 청년정의당 서울시당 당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 정의당 서울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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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서울시당과 청년정의당 서울시당은 '사회적 가족 지원조례 제정하라' 피켓을 들고 차별금지법 제정촉구 시민대행진에 양일(11월 9·10일) 함께했다. 서울에선 차별금지법 제정과 더불어 기득권 양당과 싸우고 있는 사안이 또 있는데, 바로 '서울시 사회적 가족 지원을 위한 기본 조례'다. 

사회적 가족 지원조례는 혈연이나 혼인관계로 이뤄지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취사, 취침 등 생계를 함께 유지하는 형태의 공동체를 가족공동체로 인정하여 사회적 가족의 주거, 복지, 보건 의료, 안전, 문화향유 등 사업에 대하여 행정적 지원을 확대하자는 취지의 조례안이다.

지난 9월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외 24인이 발의했으나,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에 상정되자마자 심사 보류 결정이 났다. 차별금지법과 비슷하게 조례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나 서울시는 논의조차 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사회적 돌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혈연·혼인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행정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있다. 법적, 행정적 차별이 고스란히 서울시민들을 향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생명권'이다. 다양한 차별사유로 인해 생명권을 스스로 놓아버리는 국민들을 위한 마지막 동아줄이자, 차별로 인해 사회적 생명을 박탈당한 투명인간들을 위한 인공호흡기가 바로 차별금지법이다. 사회적 가족 지원조례도 생명권이다. 봉건적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족관계를 정립하는 것은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유일하고 절실하다. 
 
지난 16일, 정의당 서울시당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사회적 가족 지원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지난 16일, 정의당 서울시당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사회적 가족 지원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정의당 서울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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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행정이 차별을 유지시키는 동안, 시민들의 삶은 설 곳이 없이 위태롭기만 하다. 고립과 배제로는 공동체를 유지할 수 없다. 정녕 사회적 소수자들을 '시민'이자 '국민'으로 여긴다면 차별금지법 제정, 사회적 가족 지원 조례 제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남지은씨는 청년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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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 남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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