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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실시했다. 큰 갈등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변화도 없었다. 대만 문제와 인권 문제 등에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처럼 '신냉전'이라고 불릴 말큼 미중 패권경쟁이 날로 심각해지는 국제관계 속에서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 중요한 한국의 운명은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 때 읽어야 할 역사 교양서가 있다면 다름 아닌 이 책, 〈26일 동안의 광복〉이다. 많은 이들이 한국 역사에서 놓치는 광복 직후의 26일 동안,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  길윤형, 26일 동안의 광복, 서해문집, 18000원.
 ▲ 길윤형, 26일 동안의 광복, 서해문집, 18000원.
ⓒ 서해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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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의 분투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한반도가 일제로부터 해방한 1945년 8월 15일부터 미국이 경성(서울)에 진주하는 9월 9일까지의 26일을 그려냈다. 하지만 책은 그 26일이라는 기간에만 국한하지도, 한반도라는 장소에만 머물러 있지도 않는다.

책의 중점은 한반도에서의 26일이지만 저자는 중점이 되는 내용을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 그 이전과 이후, 일본과 미국, 중국까지 훑는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기자라는 본업이 있는 저자가 참고문헌 목록에 있는 90여 권이 넘는 한미일의 단행본과 60여 개가 넘는 한일의 논문을 통해 각 인물마다 상반되는 이야기들을 대조하며 써 내려간 내용을 읽다 보면 제아무리 글품을 짜게 여기는 사람이라도 저자의 고생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책은 크게 두 개의 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 '24시간의 삼파전'은 해방 당일의 24시간을 낱낱이 파헤친다. 여기서 삼파전의 주체는 좌파의 여운형, 우파의 송진우 그리고 조선총독부다. 해방의 날에 좌우의 두 거두가 보여주는 입장 차이와 그 둘 사이에서 고민하다 소련군의 남하 소식에 결국 여운형에게 치안 등의 협력을 요청하는 총독부 내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이 삼파전은 매끄럽게 읽히는데, 자연스럽게 독자들이 다음에 벌어질 역사적 사실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2부 '민족의 구심력 vs. 좌우의 원심력'은 해방 다음 날부터 벌어지는 좌우합작의 노력과 함께 좌우의 알력 다툼에 대해 다룬다. 여운형이 총독부와의 협력을 통해 해방 당일부터 주도권을 잡았던 건국준비위원회(건준)의 좌우합작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건준에서 우파 세력이 제외된다. 또, 박헌영을 위시한 재건파 공산당 세력이 조선인민공화국(인공)을 수립한다. 하지만 인공은 미군정에 의해 1945년 10월 10일 부인된다.

이후 수많은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좌우합작의 결렬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친일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파 자본가-민족주의자들과 자신의 오물까지 먹어 치울 정도의 옥고를 치루며 변절하지 않은 박헌영 등의 좌파 공산주의자들의 합작은 민족의 건국이라는 대의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국 민족의 건국은 미국에 의해 그어진 38선에 각기 자리한 조선민주주의공화국과 대한민국으로 분단되어 치러진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현재 한국의 보수와 진보 대립의 근원이 이 26일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하는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조선의 독립은 연합국의 승리에 따른 결과라는 '해방의 국제성'을 받아들여 미군정 하에서 미국에 협력하면서 남쪽이라도 단독 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이 바로 오늘날 보수의 근원이다. 이들은 세계정세를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과 그에 걸맞는 외교정책, 그리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최우선으로 내세운다. 

반면 조선의 해방이 연합국에 의해 이뤄진 것은 맞지만, 조선인도 적잖은 피를 흘리며 해방에 기여했다는 '해방의 주체성'을 강조하며 좌우합작과 남북협상을 주도했던 이들도 존재한다. 이들이 바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환경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민족끼리' 주체적 노력을 통해 운명을 우리 힘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오늘날 진보의 근원이다. 민족주의적 진보들에게 백범 김구가 중요한 인물인데, 분단에 반대하고 남북협상에 진심이었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 듯하다. 

분단으로부터 교훈 얻어 미래를 고민해야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운명을 개척하는데 실패했던 해방의 그날은 한반도의 '가장 짧은 하루'였던 동시에 이후 75년간 이어지는 고통이 시작된 '가장 긴 하루'.

위의 인용한 책의 마지막 문장은 우리에게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말해준다.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된 식민지 조선에 비하면 2021년의 대한민국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선진국이 되었다. 더 이상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다른 누군가에게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동시에 그 말인즉슨 이제는 외세를 탓할 것 없이 고스란히 우리에게 이 나라 앞날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막중한 책임을 다루기 위해서는 근대 돌입 후 우리가 우리 손으로 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었던 26일이라는 그 짧은 기간을 되짚어보고 그로부터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소련의 경성 점령을 철석같이 믿고 레닌 치하 20년대의 소련을 기대한 여운형에게서는 세계정세의 냉정한 파악과 그에 따른 현실적인 외교정책을, 광복군의 국내 진입 작전 직전에 해방되어 결국 개인 자격으로 입국할 수밖에 없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에게서는 주체성의 중요함을, 그리고 좌우합작의 결렬에 따른 분단과 이어지는 내전의 참극에서는 국운이 달린 사안에서의 협력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역사의 교훈을 소홀히 했다간 비극이 되풀이될 수 있다.

26일 동안의 광복 - 1945년 8월 15일-9월 9일, 한반도의 오늘을 결정지은 시간들

길윤형 (지은이), 서해문집(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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